2008년 촛불집회가 인터넷방송의 위력을 보여줬다면, 이번 촛불집회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힘을 입증하는 현장으로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나는 나비> 립덥 현장. ⓒ프레시안(최형락) |
10일 청계광장 일대에서는 갑작스럽게 와이비(YB)의 <나는 나비>가 울려퍼졌다. 거리로 나온 200여 명의 누리꾼들은 다양한 복장을 하고 이 노래에 맞춰 춤을 췄다. 대학가를 통해 화제가 된 '립덥(Lipdub)' 행사가 열린 것이다.
립덥은 립싱크(Lipsync)와 더빙(Dubbing)의 합성어로, 노래에 맞춰 여러 명이 립싱크하는 장면을 즉석에서 촬영해 만든 영상을 말한다.
이번 행사는 성공회대 탁현민 겸임교수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탁 교수의 제안은 트위터를 통해 빠른 속도로 누리꾼 사이에 퍼져 나갔고, 립덥 제작에 공감한 누리꾼들은 이날 한 시간가량동안 이 장면을 촬영했다. 이날 행사에는 인기만화가 강풀(강도영)도 함께해 시민들의 환호를 받았다.
탁 교수는 다음 주중으로 이 영상을 편집해 온라인에 공개할 예정이다.
이날 오후 서울 정동 덕수궁 돌담길에서는 610명의 누리꾼이 참여하는 기습 번개도 열렸다. 이들 역시 SNS 사용자들이었다. 이들은 현장에서 받은 티셔츠에 다양한 문구를 썼고, 서로에게 스티커를 붙여주는 행사를 가졌다. SNS 특유의 즉시성이 오프라인 모임과 맞물려 집회를 더 풍성하게 만든 셈이다.
▲SNS를 통해 집회는 다시 진화하고 있다. 진중권 문화평론가의 말처럼 집회는 사회에 관심을 가진 이들의 거대한 유희 현장이 되어가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촛불집회 직전 동화면세점 앞에서는 일본의 게임제작사 캡콤의 킬러콘텐츠 <스트리트 파이터>의 인기캐릭터 춘리가 등장했다.
검은 망토를 뒤집어쓴 이들 사이에서 돈다발을 찢고 등장한 춘리는 '(반값 등록금 이행이) 현실적으로 불가능' '반값 등록금은 포퓰리즘' 등의 팻말을 강하게 내리쳤다.
이번 코스튬 플레이 역시 SNS를 통해 마련됐다. 인기 코스튬 플레이어인 트위터 닉네임 '채샤(춘리 역)'는 "등록금 문제를 재단에만 돌리는 <중앙일보> 기사를 보고 화가 나서 나왔다"며 "내가 트위터에 '춘리 복장을 하고 광화문에서 코스프레(코스튬 플레이의 일본어)를 하겠다고 올린 글을 보고 공감한 트위터 친구들과 함께 이벤트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채샤는 "모두 오늘 처음 보는 친구들"이라며 "광화문 곳곳에서 코스프레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위터가 아니었다면 이날 이벤트는 성사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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