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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은 못 들어도 투표는 해야죠. '내 문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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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은 못 들어도 투표는 해야죠. '내 문제'니까요"

동맹휴업 성사될까…고려·서강·숙명·이화 4개대서 총투표 시작

"투표하러 오셨어요?" "아…네." "감사합니다!"

8일 오후 2시 30분. 사회과학대학, 자연과학대학 등이 모여 있는 이화여대 이화·포스코관 지하1층. 교양강의가 끝나고 학생들이 우루루 쏟아졌다. 현관으로 이어진 로비에서 한 학생이 투표를 독려하고 있었다. 적잖은 학생들의 눈에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일부는 그를 보고 투표함을 향했다. 동맹휴업 찬반을 묻는 총투표가 시작된 날이다.

고려대와 서강대, 숙명여대, 이화여대 등 서울지역 4개 대학 총학생회가 반값 등록금 실행을 촉구하는 동맹휴업 찬반투표가 이날부터 다음날 오후 5시까지 이어진다. 투표 결과 동맹휴업안이 가결되면, 이들 학교 재학생들은 10일 오후 5시부터 학업을 중단하고 촛불집회에 참여한다.

총투표 시작

ⓒ프레시안(최형락)
이화여대에는 학관, 이화·포스코관 등 교내 11곳에 투표소가 설치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투표함으로 향하는 학생의 수도 서서히 늘어났다.

서리나 씨(정치외교학과 07학번)는 "딴 사람 얘기가 아니라 내 얘기 아니냐"며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의사표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투표했다"고 말했다.

신입생 김지윤 씨(행정학과 11학번)는 "등록금이 워낙 비싸다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다"며 "친구들 대부분이 등록금 문제에 관심이 크다"고 했다.

3년여 만에 다시금 학생들과 정부가 대립각을 세우게 된 원인은 등록금이다. 쇠고기와 등록금이 미칠 파장에는 차이가 있어 보이지만, '먹고 사는 문제'에 직결됐다는 점만은 공통점이다. 등록금 부담으로 목숨을 끊는 이까지 생기는 게 현실이다.

조형예술학과에 재학 중인 김한결 씨(08학번, 동아리연합회 대표)는 "4학년이 내는 등록금이 520만 원이 넘는다. 신입생은 입학금까지 포함해 700만 원에 가까운 돈을 한 번에 내야 한다"며 "이 때문에 촛불집회에도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과에 따라 다르지만, 이화여대의 경우 학생이 내야 할 학기 당 등록금이 입학금을 제외하고 최소 300만 원 후반에서 최대 600여만 원에 달한다. 설사 반값 등록금이 실현된다손 치더라도 여전히 적잖은 가정에겐 부담하기에 버거운 금액이다.

익명을 요청한 행정학과의 한 학생은 투표를 마친 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학자금 대출을 4년 전액 받는다"며 "나중에 갚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지만 너무 부담스러운 액수다. 적어도 반값 등록금이라도 현실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리나 씨는 "교육이 영리사업이 되면 안 되는 것 아니냐"며 "궁극적으로는 돈을 내고 공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동맹휴업 성사될까

물론 학생들 모두가 이런 움직임에 동조하는 건 아니다. 적잖은 학생들이 기자의 취재요청에 "관심이 없다" "등록금 문제를 뉴스에서 봤지만 시험기간이라 신경쓰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다.

학내에 공감대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는 점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한결 씨는 "(동맹휴업 총투표 뉴스를) 어제 뉴스를 보고서야 알았다"며 "지난 5월 내내 학교에서 큰 동력이 생성되지 않다가 급작스럽게 4개 학교 총학생회 차원에서 결정되니 당황스러운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프레시안(최형락)

시험기간이라 학생들의 참여율이 그리 높지 않다는 점도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대다수 학생들이 동맹휴업에 찬성하는 입장에서 투표를 마치고도 "촛불집회에 참여할 생각은 없다"고 대답했다.

보건관리학과 신입생 반모 씨는 "등록금 문제에 관심이 있지만 (촛불집회에) 참여할 생각까지는 안 해봤다"며 "총투표 얘기도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오후 4시를 넘어설 때까지도 투표에 참여하는 학생의 수는 전체 인원(1만5000여명)에 비해 저조해 보였다. 이화여대의 경우 동맹휴업안 가결을 위한 특별한 규정은 없지만, 고려대 등 일부 학교는 관련 규정이 있다. 고려대는 전체 학생 2만여 명의 과반수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야 휴업안이 가결된다. 동맹휴업이 성사될 가능성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화여대 06학번 박모 씨(법학과)는 "결국 촛불집회에 나가서 목소리를 내는 친구들이 있으니 내가 혜택을 받는 것 아니냐"며 "적어도 자신의 이익이 걸린 문제이니만큼, 투표라도 열심히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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