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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아침에 12배로 뛴 병원비, 폭탄 맞은 그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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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아침에 12배로 뛴 병원비, 폭탄 맞은 그들은…"

[해설] '암 환자 산정특례제도' 개선 목소리 높아

오명철(가명) 씨는 6년 전 암 확진을 받았다. 그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암 환자로 등록했고, 다행히 '암 환자 산정특례제도'의 적용을 받게 됐다. 지난 2005년 도입된 이 제도는 암 확진을 받은 후 5년 동안 암으로 외래와 입원 진료 및 관련 합병증 치료를 받은 경우, 총 진료비 중 환자 본인부담을 10%(2009년 12월 1일부터는 5%)만 적용하도록 하고, 나머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부담하게끔 돼 있다.

진료 부담이 큰 비급여(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과목) 부문에 대한 지원이 없는 게 아쉬웠지만, 오 씨에겐 비싼 진료비 부담을 줄여주는 좋은 제도였다.

항암 치료를 받은 지 5년째인 지난해, 그는 재신청을 하려 했다. 그러나 불가능했다. 그는 '암환자 산정특례제도'에 해당 사항이 없었다. 암이 여전히 남아 있거나 새로운 암이 생긴 사람만 특례 기간을 연장받을 수 있었다. (☞관련 기사: "'5년차 암환자', 병원비 폭탄 맞는다")

하지만 이는 암 환자들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규정이다. 암 환자들은 치료가 끝난 뒤에도 여전히 병원비 부담이 높은 경우가 많다. 일례로 만성골수백혈병 환자는 퇴원 뒤에도 치료제인 글리벡이 필요하고, 유방암 환자는 타목시펜과 같은 재발방지약을 먹는다. 암 합병증이 생기면 추가 치료비가 든다. 재발할 확률이 높은 암의 특성상 수십~수백만 원의 고가 검사를 받아야 할 때도 많다. '암 환자 등록 후 5년'이라는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들이다.

오 씨 역시 '암 환자 산정특례제도'의 적용기간이 끝난 지난해부터 '병원비 폭탄'을 맞게 됐다. 그의 병원비는 입원 시 4배, 통원 치료 시 12배로 늘어났다.

입원할 땐 그나마 지원, 회복기엔 '나 몰라라'

지난 2008년 2월 백혈병(혈액암) 진단을 받았던 이운영(33) 씨는 또 다른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 씨는 조혈모세포를 이식받고 회복이 빨라 백혈병 진단을 받은 지 6개월 만인 2008년 9월 초에 퇴원했다. 하지만 의사는 퇴원한 후에도 6개월간은 세균 감염의 위험 때문에 외출을, 2년간은 취업을 하지 말라고 권했다.

퇴원 후 환자들은 모자, 긴 옷, 장갑, 선글라스 등으로 자외선 노출을 막아야 한다. 일주일에 한두 번씩 어쩔 수 없이 병원에 가야 하는 날이 오면 그는 "한여름에는 다들 반소매 옷을 입는데, (자외선 때문에) 나 혼자 긴소매 옷에 마스크와 비니 모자를 쓰면 지하철에서 느껴지는 시선이 힘들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들은 퇴원 후 적어도 6개월간은 학교, 시장, 대중목욕탕, 식당, 슈퍼마켓 등 사람이 붐비거나 폐쇄된 장소를 피해야 한다. 대중교통도 이용할 수 없다.

▲ 퇴원 후 이운영 씨. ⓒ한국백혈병환우회

회복기간 2년 동안 취업 못해

이러한 이유로 암에 걸렸던 사람들이 재취업에 도전하기란 쉽지 않다. 30대 초반으로 한창 경제활동을 할 나이였던 이 씨에게 가장 큰 문제도 취업이었다. 이 씨의 아버지는 시각장애가 있었고, 어머니는 뇌졸중을 앓았다. 집에서 돈을 벌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2년간은 취업을 엄두도 낼 수 없었다. 회복기간을 충분히 두지 않고 재취업한 다른 환자의 사례가 그를 두렵게 했다.

"한 백혈병 환자가 있었어요. 집안의 가장인데, 퇴원하고 아이들이 눈에 밟혀서 (2년간 쉬라는 의사의 지시를 어기고) 1년 만에 일을 시작했다가 6개월 만에 재발해 들어온 분이었어요. 그분이 저에게 퇴원하면 조급해하지 말고 2년 다 보내고 회복할 만큼 회복하고 시작하라고, 자기는 그게 후회스럽다고 하더군요."

퇴원 이후 회복을 기다리는 시기에도 의료비 부담은 만만치 않다. 이 씨는 "나처럼 의료 차상위계층이 아니면, 중증환자는 퇴원 후에도 약값이 한 달에 30~40만 원씩 나오는 때도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저소득층으로 분류된 이 씨도 작은 병이라도 걸리면 건강한 사람보다 더 큰 의료비를 부담해야했다.

"저 같은 경우 6개월 동안 병원에 누워 있더니 관절 퇴화가 왔어요. 발목과 무릎이 아팠습니다. 정형외과에 증상을 얘기했는데, 백혈병으로 치료받았다고 하니 다른 사람이었으면 엑스레이만 찍을 걸 MRI를 찍자고 했어요. 간단히 검사해서 끝나도 될 병도 우리에겐 정밀 검사를 해야 하는 부담이 또 생기죠."

그는 아플 때뿐만 아니라 환자가 재활해서 사회로 진출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정부가 환자들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집안의 가장은 집에서 회복만 기다릴 수 없어요. 가족들이 있으니 못 기다리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가 다시 입원하기도 합니다. 회복하는 시기, 사회로 돌아가는 과도기에는 지원을 못 받을 때가 잦으니까요. 하지만 치료만 해서 (투병이) 끝나는 게 아니고 회복하는 기간도 필요합니다. 그 기간만이라도 정부에서 지원을 해줬으면 해요."

암 환자 산정특례제도, '합리적'으로 바뀌나

이 씨의 사례는 '암 환자 산정특례제도'를 둘러싼 논란에서 고려해야 할 또 다른 지점을 보여준다. 바로 취업 문제다. 암 환자들은 치료가 끝난 뒤에도 경제활동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하지만 현행 제도는 암 확진 뒤 5년이 지나면 '병원비 폭탄'을 떨어뜨리게 돼 있다.

예컨대 백혈병(혈액암) 확진 후 4년만에 치료가 끝난 환자라면, 그는 향후 2년 간은 취업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현행 제도는 취업이 불가능한 시기에 병원비 부담을 늘린다. 5년의 특례기간이 끝나는 암 환자들은 이전까지 5%만 내도 됐던 CT, MRI, PET와 같은 고가 검사 비용과 약값을 포함한 진료비를 더는 지원받을 수 없다. 경제적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이는 결국 가계 부채 증가로 이어진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암 환자는 (퇴원 후) 5년이 지나도 재취업률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대부분 가족의 수입에 의존해서 생활비와 치료비를 마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암 환자 산정특례가 끝나면) 암 등록 후 5년이 지난 21만여 명의 암환자는 건강보험 외래병원비가 기존 5%에서 60%로 12배 오른다"며 "암환자와 그 가족들 입장에서는 병원비 폭탄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암환자들의 이러한 형편은 고려하지 않고 건강보험 외래진료비를 12배나 올리는 것은 극빈층으로 전락하고 있는 수많은 암환자의 건강권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보건복지부장관에게 △5년이 지난 후에도 암 재발 위험이 커서 추적검사가 필요하다고 의료진이 판정한 경우와 △암 합병증 치료가 필요한 때에만 특례를 유지해 달라는 내용의 청원서를 보냈다. 이러한 요구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오는 8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암환자 특례제도의 합리적 개선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환자단체의 눈은 8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쏠리고 있다.

- 관련 주요 기사 모음

기사에서 제시한 문제를 풀려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가 필수적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선 건강보험 재정을 확대해야 한다. 관련 주요 기사를 모았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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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료 폭탄?…진짜 무서운 건 국민 의료비 부담!"

"무상급식은 맛 보기, '병원비 폭탄' 제거반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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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협회는 왜 '건강보험 하나로'에 반대하나"

'돈독' 오른 병원의 속살, 현직 의사의 '카메라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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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병원 살린다면서 암 치료약값 2배 인상, 왜?"

"5년 전 병원 기록, 보험금 타려니 발목 '덥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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