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과장 광고 피해자에게 '구원의 동아줄'을!"

금융소비자 권리 보장 논의 다시 불붙나

저축은행 사태가 시간이 지나면서 마무리되기는커녕 감독기관에 대한 각종 로비활동, 비도덕적 예금 부당인출, 분식회계 등 숱한 부실이 추가로 밝혀지면서 좀처럼 안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에 금융감독원에 대한 개혁 논의까지 활발해지면서,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기구와 법 제정 논의가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26일 시민단체들의 모임인 '금융소비자 권리 찾기 연석회의'는 서울 여의도 금감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금융소비자보호청(가칭)'과 금융소비자보호법을 만들 것을 촉구했다.

연석회의는 "금융사고가 생길 때마다 애꿎은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고 책임마저 소비자들의 탓이 된다"며 "만일 금융소비자보호청 또는 금융소비자법이 마련돼 있었다면 저축은행이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높이기 위해 고위험 상품인 후순위채권을 서민들에게 팔아넘기도록 내버려두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소비자 권리 찾기 연석회의가 26일 여의도 금감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금융소비자 권리 보장을 위한 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프레시안(이대희)

실제 관련 움직임은 정부와 국회에서도 논의된 바 있다. 그러나 아직 입법화되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김영선 한나라당 의원과 권택기 의원은 금융소비자보호원(가칭)을 법제화하는 내용의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지난해 발의했었다. 두 의원이 발의한 법률 모두 현 금융위원회 산하에 소비자보호 업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기구를 따로 설립해, 현재 금감원과 한국소비자원이 나눠 맡은 금융소비자 보호 업무를 전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 현재 금감원에서 금융소비자 보호 업무를 맡은 인력은 137명으로, 금감원 전체 인력(1697명)의 8.1%에 불과하다. 인력이 부족해 사실상 소비자의 금융상품 피해 구제에 대응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반면 영국은 400명의 임직원과 20명의 옴부즈만으로 구성된 통합 금융민원 처리기구 금융옴부즈만기구(FOS)를 2001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연석회의는 또 정부가 제정을 추진 중인 금융소비자보호법 역시 기관들의 부처 이기주의에 휘둘리지 말고 초안대로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초안은 금융소비자 보호 기구를 독립시키고 농·수협과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기구의 감독권도 금융위로 이전하며 고수익 금융상품 계약해지권과 집단소송 방안을 마련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현재 농·수협과 새마을금고의 감독권을 가진 농림수산부와 행정안전부가 반대한데다 금융상품 계약해지권도 법안에서 빠진 상태다.

이헌욱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는 "현재 금융소비자는 관련 법의 부족으로 인해 금융사의 과장광고 등에 속아 상품에 가입한 후라도 이 피해를 구제받을 길이 없다"며 "일종의 '반품권'인 금융상품 계약해지권을 소비자에게 보장해,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