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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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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판

[한윤수의 '오랑캐꽃']<383>

우리 센터에 상황판이라는 게 있다.

벽에 걸린 근사한 판이 아니라.
컴퓨터상에만 존재하는 표다.

'민사소송 처리 현황표'인데
가장 고참인 직원이 기록 관리하고
모든 직원이 공유하며 참조한다.

이 표만 보면
진짜 악성 체불사건이 뭔지 알 수 있다.
또한 사건별로 진행상황과 받을 금액이 한 눈에 파악된다.

▲ 상황판 ⓒ한윤수

파란 색은 해결된 거라 보기만 해도 뿌듯하다.
좋다.

오렌지색은 회사가 가진 재산이 없어서 받을 수 없는 사건이다.
재산은커녕 사업주가 어디 갔는지 연락조차 안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오렌지만 보면 미안하다.
사업주에게?
아니, 노동자에게.
재판해서 받는다고 잔뜩 기대에 부풀었다가 물거품이 된 경우니까.

흰 색은 아직 재판이나 경매가 진행 중인 사건이다.
그래도 경매만 들어가면 일단 후유! 한다.
받을 가능성이 많으니까.

하지만 제일 좋은 건 상황판에 아무 것도 없는 거다.
송사가 없어야 진짜 좋은 세상 아닌가!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상황판,
꿈일랑가?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 홈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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