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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 폭등, "대책은 결국 '기준금리 인상'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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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 폭등, "대책은 결국 '기준금리 인상'뿐"

"전세·금리 인상 탈락자는 정부가 대책 마련해야"

한동안 오름세가 완화되는 듯했던 전세가격이 다시금 큰 폭으로 뛰었다.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대신 가계의 파산 충격을 최소화할 대책 마련에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런 상황은 정부와 정책당국이 자초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진작에 기준금리를 끌어올려 가계빚을 구조조정하기 시작했다면 지금 전세난 대응을 위한 운신의 폭이 넓어졌으나, 이를 시행하지 못한 탓에 진퇴양난의 처지에 처했다는 얘기다. 기준금리를 끌어올리면 가계부실화 위험이 커진다.

金보다 귀한 전세

23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전년동월대비 13.6% 상승했다. 2002년 10월(14.5%) 이후 8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지난 2009년 9월 이후 20개월 연속 오름세를 기록 중이다.

기본적으로 전세가격은 물가에 상당부분 자극을 준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를 구성하는 489개 품목 중 전세의 가중치는 66.4(6.64%)로 가장 비중이 크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달아 4%를 웃도는 큰 이유가 전세가격 오름세인 셈이다.

따라서 전세를 잡지 않으면 물가도 못 잡는다. 이 때문에 정부는 민간전세사업을 활성화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전세대책을 연달아 내놨다.

그러나 지금은 2002년 당시와 상황이 달라 이 대책은 먹히기 어렵다. 당시는 집값도 상승세를 이어가던 시기였다. 집값 상승세가 전세 상승을 일으켰기 때문에, 집값을 억제하면 전세 오름세도 대응이 가능했다.

반면 지금은 집값 하락에 대한 예상이 전세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집값을 끌어올리면 전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가계의 소비여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정부가 금융위기 대응을 위해 유동성을 대폭 풀어놔도 집값이 오르지 않했다. 정부가 내놓은 민간전세사업 활성화 대책에 비판이 제기된 이유도 이를 감당할 능력마저 가계가 상실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와 관련, 통계청 발표를 보면 올해 1분기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통계작성 이래 최고치인 19.1%에 달했다. 비소비지출은 재산세, 소득세, 자동차세 등 세금과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이자비용 등을 포함한 지출항목이다. 가계대출 증가로 이자비용이 늘어났기 때문에 이 항목이 늘어났다. 이는 가계가 더 이상 주택구매에 지출할 여력이 없다는 뜻이다.

정부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집값을 끌어올려 전세수요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유동성을 시장에 더 풀어야 하고, 이는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기준금리 인하는 937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를 더욱 부실화시킨다. 시한폭탄을 해체하지 않고 뒤로 미루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전세난을 잡기 위해서는 임대주택 공급이 유일한 대응 수단이다. 전세수요를 기준금리 인하를 통한 주택 매매수요 활성화로 옮기는 건 부작용만 키울 뿐이라는 지적이다. ⓒ뉴시스

기준금리 인상이 대책인데…

전문가들은 지금으로서는 기준금리를 시급히 올리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고 지적한다. 이미 가계부채가 위험 수준에 도달해,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얘기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지금은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정답만이 존재하는 상황"이라며 "주택가격 인상을 통해 전세문제를 풀려고 하다, 자칫하면 미국의 서브프라임 위기와 같은 상황도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금은 가계부실화를 무릅쓰고라도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물가를 잡고, 과도한 빚을 구조조정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지금과 같은 어려운 상황은 정부가 자초했다고 비판했다. 전 교수는 "부채 문제 때문에 정부가 대응할 공간이 줄어들었는데, 이 때문에라도 정부가 진작에 가계대출이 늘어나지 않도록 했어야 한다. 유일한 방법이 기준금리 조기인상이었다"며 "그러나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에 머뭇거리는 바람에 지금 와서 문제가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김중수 총재 연임 이후 '정부 눈치를 지나치게 본다'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같은 지적을 했다. KDI는 22일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예상치로 종전보다 무려 0.9%포인트를 끌어올린 4.1%를 제시했다. 또 "농산물과 석유류처럼 계절과 수요에 크게 좌우되는 품목을 빼고 본 근원물가도 내년까지 3.4%의 높은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며 보다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끌어올리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하우스푸어(빚을 내 집을 샀으나 이자를 갚기도 빠듯한 가계)'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은 필연적으로 가계 부실화를 동반한다.

가계구조조정과 전세대책은 결국 정책적 조정으로 풀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거시경제는 유동성 흡수를 목표로 하는 대신, 정부 정책을 통해 탈락자를 구제해야 한다는 얘기다.

전 교수는 "2008년 법무부가 발의한 후 아직 통과되지 않은 통합도산법 개정안을 하루 빨리 통과시켜, 가계부채로 인한 빚을 이기지 못하고 파산한 사람도 개인회생 절차에 들어갈 경우 집을 지킬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며 "정부는 빚을 이기지 못하고 탈락한 가계를 구제할 방안을 따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전세난은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늘려 해소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통합도산법 개정안은 기업이나 개인이 법정관리, 개인회생절차를 신청하는 동시에 채권자(은행)의 채권회수를 자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개인이 파산할 경우라도 은행이 담보로 잡은 개인의 주택을 함부로 경매에 넘기지 못하도록 제한한 것이다. 전 교수는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개인이 천천히 채무 변제 프로그램에 따라 은행에 빚을 갚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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