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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보수와 진보의 가교 역할을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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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보수와 진보의 가교 역할을 하라"

[프레시안 10년을 말하다]<5>

<프레시안>이 걸어온 지난 10년을 복기해보면 <프레시안>이 단지 진보적 인터넷매체 중의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황우석에게서 불어온 맹목적 애국주의의 광풍이 한국사회를 휩쓸어 누구도 황우석의 정체에 관심이 없거나 설혹 관심이 있어도 이를 파헤칠 용기를 내지 못할 때 <프레시안>은 결연히 황우석과 그가 이뤘다고 호언한 연구 성과물들의 정체를 폭로해 거짓이 주인 행세하는 것을 저지했다.

그 당시 황우석을 지지하는 데는 여야, 진보와 보수, 지식인과 일반대중 사이의 구분이 없었다. 그처럼 흉험무비한 상황에서 <프레시안> 같은 영세한 규모의 인터넷 언론사가 진실을 추구하다 입은 상처와 수모는 참으로 막심했을 것이다. 그러나 프레시안이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중심을 잡아 준 덕분에 황우석의 주술(呪術)에서 한국사회 구성원들이 깨어날 수 있었다.

그 뿐이 아니다. <프레시안>은 작년에 발생한 천안함 침몰 사태의 진실을 밝히고자 치열하고 집요하게 노력했다. 그 결과 천안함이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에 의해 격침됐다는 정부발표가 지닌 과학적, 물리적 허점들을 예리하게 탄핵할 수 있었다. 군함이 침몰한 사건을 반북, 반공주의라는 프레임으로 해석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흐름에 맞서 천안함 사건을 객관의 영역, 물리의 영역, 과학의 영역으로 자리매김 시킨 것이다. 대세를 돌릴 수는 없었지만, <프레시안>의 분투는 언론의 역할이 무언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한국사회가 직면한 모순의 핵심이라 할 삼성문제를 <프레시안>만큼 끈질기게 그리고 중요하게 의제화시키고 있는 언론사도 손에 꼽힌다. 최대의 광고주인 삼성의 심기를, 더 정확히는 이건희의 심기를, 거슬리지 않기 위해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삼성의 문제와 치부를, 이건희 일가와 가신그룹의 패악을 취재하거나 보도하는 것을 극력 꺼리는 마당에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를, 이건희 일가의 범죄에 대한 검찰의 소추와 법원의 판결을, 삼성에서 일하다 숨져간 노동자들의 비참한 처지를 주요하게 보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프레시안>은 그 일을 꿋꿋이 수행해 왔다. 언론의 사명 가운데 하나가 사회에 존재하는 거악(巨惡)의 정체를 폭로하고 이를 비판하는 것이라고 할 때 <프레시안>은 어떤 언론사 보다 그 책무에 충실한 것이다.

위에서 살핀 것처럼 창간 이후 <프레시안>은 '진보'라는 가치에만 골몰한 것이 아니라 공정하고 객관적인 진실추구에 총력을 경주했다. 그간 <프레시안>이 이룬 빛나는 성취들은 그런 추구의 결과였다. 참과 거짓, 진실과 허위가 맞부딪치는 현장에서 <프레시안>은 참과 진실의 편에 섰던 것이다. 그런 태도와 작풍이 지금의 <프레시안>을 만들었다.

물론 <프레시안>이 지금의 성취에 만족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현재의 한국사회에서 <프레시안>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은 무엇이 있을까? 무수히 많은 요구들이 <프레시안>에 쏟아지고 있을 것이고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을 것이다.

<프레시안>에게 제안을 하나 더 보태자면 <프레시안>이 한국사회에 존재하는 진보와 보수의 가교 역할을 하라는 것이다. 지난 10년의 경험을 회고해 볼 때 한국사회의 정상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합리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 간의 대화와 소통, 협력이 간절하다. 지금처럼 보수 진영 안에서 극우가 과잉대표되고, 진보 진영 안에서 관념적 좌파가 과잉대표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성공적인 국정 운영은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은 이런 사실을 너무나 분명하게 보여준다.

분단과 한국전쟁으로 인해 왜곡되고 기형화된 보수진영 안에서 합리적 보수가 보수를 대표할 수 있도록, 일반 대중들에게 평양에 우호적이고 시장경제에 적대적인 것으로 인식된 진보가 재구성되도록 거들고 이들이 국가의 미래를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장을 만드는 것은 너무나 중대한 일이다.

<프레시안>이 그 사명을 기꺼이 감당하길 바란다. 지난한 일이지만 <프레시안>이 지난 10년 동안 이룬 업적을 보면 진보와 보수의 가교 역할도 훌륭하게 해 낼 것이라고 확신한다. <프레시안>의 앞날에 무궁한 영광만이 있기를 바란다.

▲ ⓒ프레시안
* 프레시안의 지난 10년을 평가하고 비판하는 글을 보내주십시오. 또 충고와 제안의 글도 좋습니다. 다가올 10년을 준비할 소중한 밑거름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보내주실 곳은 webmaster@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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