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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언 의원, 구미시민이 마실 물, 어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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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두언 의원, 구미시민이 마실 물, 어쩔 건가?"

[우석훈 칼럼] "4대강 사업이 생명 살린다?"

연전, 딱 이맘 때, <한겨레> 지면을 빌어 정두언 의원과 짧은 논쟁을 한 적이 있다. 4대강이 과연 환경친화적이라고 생각하는지, 그런 내용이었다.

"4대강 사업은 시대에 뒤떨어져 죽어가는 강을 시대에 맞게 다시 살리려는 일이다. 생명을 살리려는 일을 생명을 죽인다 하니 답답하고 안타깝다."

("'4대강'은 왜 생명을 살리는 길인가", 정두언, <한겨레>, 2010년 4월 5일자)

요약하자면, 본인은 4대강 사업이 생명을 살리는 길이라고 본다는 것이다.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나는 여전히 한나라당의 대선 주자 중의 한 명이 정두언이라고 생각하고, 한나라당 주요 정치인 중에서 가장 상식이 통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다.

최소한 민주당의 우파 쪽 인사들보다는 복지나 교육 혹은 보육에서 더 진취적이고 발전적인 공약을 제시한 사람 역시 정두언이었다. 특히 10시 이후 사교육을 금지한 그의 조치는 여전히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가 환경에 대해서 혹은 생태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그게 여전히 궁금하다.

연전의 대답은, "4대강 사업이 생명의 사업"이라는 것이었다. 내가 이해한 바의 정두언 의원의 상식이라면 분명히 이 사업에는 문제가 있다고 대답할 것 같았다. 나는 아직도 그가 본심이 그런 것인지, 아니면 한나라당에 속해있는 사람이라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대답한 것인지, 그 진의는 이 글만으로는 알 수가 없었다. 국제적 상식과 한나라당의 상식은, 최소한 생태라는 눈에서는 좀 다를 수가 있는가?

나는 평소에 4대강 사업은 다른 건 몰라도, 식수라는 측면에서 완결되기가 어렵고, 결국 식수원 오염이라는 문제로 아무리 많은 돈을 들여도 결국 보를 철거하고, 라인강을 비롯한 많은 유럽 국가에서 그렇게 했듯이, 제방을 뜯어내고 다시 생태복원하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양수리의 상수원 보호구역을 건드리면 서울의 수돗물을 지킬 수 없고, 낙동강의 경우는 더 심각한 상태가 될 것이라는 게 내가 가진 상식이다.

결국 구미에서 수돗물 공급이 중단되는 초미의 사태가 벌어졌다. 사건의 발단은 우연한 집중호우이지만, 충분히 예견될 수 있는 일이었다. 서울에서 벌어질지, 전라도 어느 곳에서 벌어질지, 아니면 지금과 같이 경상도에서 벌어질지, 4개의 강에 걸쳐져 있는 도시에서는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생각해보자. 만약 서울에서 수돗물이 이렇게 장기간 공급중단되는 일이 벌어졌다면 어떻게 되었겠는가? 환경부 장관, 국토부 장관, 당장 사퇴하라는 소리가 나올 거고, 실제로 사건을 책임지고 사퇴할 가능성이 높다. 선거로 선출되는 서울시장은 사퇴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사과 성명은 내야할 사건이다. 그러나 구미는?

누가 봐도 구미는 서울보다 정치적으로 약자이고, 한나라당이 책임지지 않으면 아무도 책임질 사람은 없다. 그러나 구미에 산다고 해서, 수돗물과 같은 기본적인 복지가 덜 공급되어도 괜찮다고 말할 수는 없다. 물은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하고, 그런 기본적인 시민적 권리도 보장하지 못하는 시장과 장관은 그 자리에 앉아있을 자격이 없다. 그러나 한나라당에 속한 누구 한 명도 책임 있는 행위나 사과를 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구미에서는 다음에도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선출될 것이고, 단체장도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이 사람들의 시민적 삶과 기본적 권리는 한나라당에서 책임져주는 게 맞지 않겠는가?

어차피 대통령과 청와대, 사태를 감추고, 보도를 줄이고, 숨기는 일 외에는 하지 않을 사람들이다. 현실적으로는 이미 끝난 정권이지만, 여전히 공무원과 공직사회에 대한 인사권은 청와대에 있다. 다음 대선 때까지, 이런 일이 몇 번이 더 생길지도 모른다. 수돗물은 공사 중에도 위험하고, 공사가 끝나서 본격적으로 상수원 오염이 시작되면 더 위험해진다. 게다가 유속의 증가와 유량의 증가로, 홍수가 되면 4대강 주변의 홍수 위험은 몇 배로 높아진다. 정부에게 매수된 전문가들은 4대강 사업으로 홍수 위험이 줄거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상식적으로나, 전문가들의 시뮬레이션 분석이나, 이미 구미에서 보여준 사태로, 이미 모두가 아는 거 아닌가?

한나라당의 노쇠한 의원들이나, 한나라당에 줄을 댄 부패한 공무원들이 이 사태에 대해서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두언 의원은 다르지 않은가? 한나라당이 잘해야 하고, 그래야 민주당도, 다른 정당도 잘하게 된다. 지금의 대통령은 사실 여도 아니고, 야도 아니고, 정치인도 아니다. 그는 그냥 건설회사 사장 출신일 뿐이고, 토건사업 외에는 아는 것도 없는 사람 아닌가? 기업이 정부에서 사업 수주하는 것과, 안전과 공익을 관리해야 하는 정부의 입장은 다르다. 이게 한통속이 되면서 4대강 사업 같은 기상천외한 사업이 등장한 것이고, 누구도 견제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 아닌가?

이제 할아버지들의 한나라당은 역사 속으로 묻혀갈 것이다. 국민들의 수준이 그 사이 그만큼 높아졌다. 나는 정두언 의원이 한나라당 대표가 되고, 그가 보수주의자들의 정치를 그만큼 한 품격 높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여전히 기대한다. 그러나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고 하지 않았는가?

이미 벌어진 구미의 식수 단식 사건에 대해서, 정두원 의원이 자신이 입장을 밝히고, 책임감 있는 행동을 보여주면 좋겠다. 한나라당의 쇄신파들도 토건경제에 대해서, 삽질경제에 대해서, 이건 청와대의 지시라서 말할 수 없다, 혹은 그게 내 소신이다. 이렇게 말하면 우리의 미래가 너무 어두워 보인다.

구미에서 벌어진 이번의 식수 중단사건은, 서울에서도, 부산에서도 그리고 대구에서도 언제든지 다시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냈던, 그래서 다른 의원들과는 달리 지자체와 자치에 대해서 조금은 이해가 높을 수 있는 정치인으로서, 이 사건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잘 정리해보시기 바란다. 만약 서울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어떻게 했겠는가?

보수주의자가 시장과 관련된 입장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보수주의 정치가 반드시 토건과 결탁할 필요는 없다. 그건 보수가 아니라 부패다. 불행히도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은 진짜 보수도 아닌 토건쟁이를 자신들의 지도자로 뽑게 되었다. 과연 보수가 쇄신을 할 때, 어느 정도의 토건과의 단절을 할 것인가, 그게 바로 이 번의 구미 사태에 이들이 어떻게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주는가, 그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다.

민주당이 분당에서 승리하자마자 한·EU FTA로 잡았던 승기를 놓쳤다. 분위기는 급변해서 한나라당 쇄신파에게 시선이 몰려갔다. 이번에는 한나라당 쇄신파 차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사태에 대해서 "내 일 아니오"라고 입 다물고 있으면, 한나라당 쇄신파도 3일 천하로 끝난다.

정두원 의원, 아직도 4대강이 생명을 살리는 사업이라고 생각하시는가? 그 얘기를 구미에 가서도 하실 수 있으신가?

▲ 4대강 현장의 '가물막이' 붕괴로 구미에 단수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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