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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 FTA 비준동의 초읽기…"SSM법·무상급식 무력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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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 FTA 비준동의 초읽기…"SSM법·무상급식 무력화"

민변 "여야, 상식 이하 합의문 작성"

지난 2일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합의로 국회의 한·EU FTA 비준동의안 처리가 사실상 결정된 가운데, 이번 합의문이 결의한 국내 소규모 유통업자와 농가에 대한 보호가 아무런 효력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제법이 국내법에 우선한다는 국제 조약에 대한 기초 상식을 무시하고, 여야가 단순히 민심 달래기용으로 이번 합의문을 작성했을 뿐이라는 얘기다. 이대로 한·EU FTA 비준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특히 민주당은 시민사회의 강한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3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기자회견을 열어 이와 같은 내용을 밝히고, 국회가 오는 4일 예정된 '원포인트 국회'를 여는 대신, 정부가 EU와 '원포인트 재협상'을 열어 국내 소규모 상권을 보호하고 친환경 무상급식을 가능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상인들의 집단행동은 일명 'SSM 관련법'이라는 유통법과 상생법 개정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한·EU FTA가 국회의 비준동의를 받는다면 국회 차원에서도 이 부분을 통제하기 어려워진다. ⓒ뉴시스

"비준안 통과하면 SSM 관련법 효력 없어져"

이와 관련,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총 3개 조의 합의문에 합의했다. 합의문 1조 1항은 한·EU FTA 비준 이후 기업형 슈퍼마켓(SSM) 관련법을 실효성 있게 운영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 비준 이후 유통법과 상생법을 적절히 운영하겠다는 선언을 정부가 국민 앞에 선언하고, 정부의 '부대의견'으로 명기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이 합의문에는 정부측 인사도 서명했다.

그러나 민변은 이와 같은 행위는 한마디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고 일축했다. 국제법에 어긋나는 국내법은 효력을 상실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국가간 체결한 조약에 관한 협약인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약(비엔나 협약)' 26조와 27조는 각각 "유효한 모든 조약은 그 당사국을 구속하며 또한 당사국에 의하여 성실하게 이행되어야 한다", "어느 당사국도 조약의 불이행에 대한 정당화의 방법으로 그 국내법 규정을 원용해서는 아니 된다"고 명기하고 있다.

한마디로, 같은 내용에 대해 국가간 협약이 국내법에 우선한다는 뜻이다.

민변은 "한국이 한·EU FTA를 일단 비준하게 되면, 그와 어긋나는 유통법과 상생법의 SSM 조정 제도를 EU에 대해 더 이상 주장할 수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라며 "합의문 1항은 실효성 없는 국내(여론무마)용에 지나지 않으며, 이를 갖고 어떠한 조치도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합의문 2조 역시 실현가능성 없다고 민변은 지적했다.

합의문 2조는 유통법에 명기된 전통상업보전구역을 기존 500미터(m)에서 1킬로미터(㎞)로 확대하고, 3년 일몰기한을 5년으로 연장하는 유통법 개정안을 한·EU FTA 비준 동의와 동시에 국회에서 합의 처리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민변은 "하나의 국회에서 모순되고 충돌하는 두 개의 법률을 동시에 처리하는 경우, (국가간) 조약이 국내법 보다 우위를 갖는다"며 "전통상업보전구역을 1㎞든, 10㎞든 확대한다손 치더라도 한·EU FTA에 그런 조치를 허용하지 않는 한, 아무런 효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2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열린 한·EU FTA 여·야·정 협의에서 참석자들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 세번째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한나라당 이군현 원내 수석부대표, 김무성 원내대표, 심재철 정책위의장,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김영환 국회 지식경제위원장, 최인기 농림수산식품위원장,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 박기춘 원내 수석부대표. ⓒ연합뉴스

여야 합의문, 국민 상식 우롱하는 수준?

"정부는 한·EU FTA 발효 후 중소상인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EU측과 협상을 통해서 개정하기로 한다"는 합의문 1조 2항 역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송기호 변호사(민변)는 "한마디로 말해 전세계약을 1억 원에 한 후, 다시 5000만 원을 깎기로 협상하겠다는 꼴"이라며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말이 불가능하다는 걸 누구나 알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비엔나 협약 39조는 "조약은 당사국의 합의에 의하여 개정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한·EU FTA 개정은 EU가 합의해줘야만 가능하다는 얘기로, 한국 국회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민변은 "한·EU FTA를 먼저 발효시켜 놓고 그 후에 개정 협상을 하겠다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며 "계약을 체결하는 당사자가 그것을 고치기 위해 계약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EU FTA 발효되면 무상급식 실현 불가능"

특히 민변은 이대로 한·EU FTA가 발효될 경우, 친환경 농산물로 만든 무상급식도 실현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변은 "현재의 한·EU FTA는 정부조달 부문에서 국산 농산물을 우선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며 한·EU FTA가 학생의 건강뿐만 아니라, 국내 농가의 존립 여부를 뒤흔드는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민변은 국회가 비준동의를 하는데 앞서, 정부가 우선 한·EU FTA '원포인트 재협상'을 열어 유통법과 상생법 내용을 협상안에 반영하고, 학교급식도 국내산 농산물로 가능하게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변은 "이런 내용은 이미 EU 여러 국가가 강하게 시행하는 수준"이라며 "한국과 상호 공존, 번영하는 경제협력을 원하는 EU로서도 이런 최소한의 요구는 수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변은 또 "만일 한·EU FTA에 유통법과 상생법을 반영하지 못한다면, 현재 진행 중인 세계무역기구 도하개발어젠다(WTO DDA) 협상이나 한·미 FTA에도 이를 반영하지 못할 것"으로 우려했다.

한편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일 한나라당과 합의문을 작성한 후 한·EU FTA는 협상이 잘 된 만큼, 민주당의 기존 요구안을 철회하더라도 정부가 받아들일 수 있도록 여야간 합의에 나설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 송기호 변호사 인터뷰
"'홍정욱 사건', 헌법 정신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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