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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경쟁과 스트레스로 찌든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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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경쟁과 스트레스로 찌든 사회

[이정전 칼럼] 경쟁 속에서 망가지는 몸과 마음

어떤 이유로 발생하였든 간에 5명의 학생과 교수의 자살을 몰고 왔던 저간의 카이스트 사태는 우리 사회에 과잉경쟁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물론, 어느 사회에나 경쟁은 있기 마련이다. 적당한 경쟁은 개인의 발전을 위해서나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 필요하다. 문제는 과잉경쟁과 무모한 경쟁이다. 이들은 과도한 스트레스를 가져온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경쟁의 원리에 입각한 체제다. 경쟁의 원리가 자본주의 체제를 다른 어떤 체제보다 우월하게 만들었다고 경제학자나 신자유주의자들은 자랑한다. 이들은 기업가들과 함께 경쟁의 강화를 늘 외친다. 그래서 날이 갈수록 우리 사회에 경쟁은 더욱 더 치열해지는 경향이 있다. 이제는 초등학교까지 경쟁사회가 되고 있다. 오늘날 이 시대를 무한경쟁의 시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현대인, 특히 현대 직장인은 항상 치열한 경쟁의 와중에 몰려 있다. 그러다 보니 만성적으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이런 만성적 스트레스의 악영향은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다. 스트레스는 우리를 정신적으로 피로하게 만든다고 하지만, 그 악영향이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원래 자연 상태에서는 동물이 위험에 처할 때 순간적으로 그리고 자동적으로 스트레스를 느낌으로써 전투를 하거나 도망을 가거나 또는 다른 방법으로 재빨리 이에 대응한다. 스트레스를 느끼고 순간적으로 대응하는 메커니즘이 자기 자신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한다. 이런 스트레스-대응 메커니즘은 생존전략의 일부로서 특히 포유동물에게 잘 발달되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자연 상태에서는 적의 공격을 받거나 먹이를 잡거나 지위경쟁을 벌이는 비상상황에서만 스트레스-대응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따라서 동물사회에서는 이 메커니즘은 우발적이고 일시적으로만 작동한다.

그러나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인간은 이 스트레스-대응 메커니즘이 시도 때도 없이 지속적으로 작동하는 상황에 빠져 산다. 항시 경쟁대상자들로 둘러싸여 있고 끊임없이 경쟁 상황이 조장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자본주의 사회의 현대인은 스트레스를 끼고 산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비상사태에서만 작동해야할 스트레스-대응 메커니즘이 항시 작동한다면 몸과 마음이 온전히 남아나겠는가? 알게 모르게 몸과 마음이 서서히 망가진다.

스트레스-대응 메커니즘이 작동할 경우 우선 호르몬분비 양태부터 바뀐다. 위험에 처해서 스트레스를 느낄 경우 아드레날린과 같은 특정 호르몬의 분비가 촉진된다. 이 호르몬의 분비는 위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신체기능을 활발하게 하지만, 그 대신 일상생활을 위한 신체기능 예컨대 성행위, 인체성장, 조직재생 등과 관련된 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한다. 그러므로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정상적 신체기능을 위한 호르몬의 분비가 만성적으로 억제된다.

직장에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자각증상은 소화불량, 피로, 우울증, 성기능 감퇴 등인데 이것은 비정상적인 호르몬분비 탓이다. 이 정도는 약과다. 스트레스의 누적은 면역기능을 떨어뜨린다. 그렇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끼고 살다보면 자연히 각종 질환에 잘 걸린다. 예를 들면, 심장병, 후천성 당뇨병, 등 면역기능 저하로 인한 각종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많은 선진국형 질병들이 스트레스에 기인한다는 진단도 이미 나와 있다. 이 방면의 연구결과를 종합해보면, 경쟁 그리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는 직장인의 행복을 훔쳐가는 가장 큰 도둑이다.

자본주의 경제가 조장하는 경쟁강화의 주된 목적은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생산성이 높아지면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물질적으로 더 풍부해진다. 결국 경쟁의 강화로부터 우리가 얻는 것은 소득수준의 향상과 물질적 풍요다. 그러나 경쟁의 강화로부터 우리가 잃는 것은 정신적, 물질적 건강의 상실이다. 경쟁의 강화로부터 얻는 이런 득과 실, 어느 것이 더 클까? 아마도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다. 후진국의 경우에는 경쟁의 강화로부터 얻는 득이 실보다 더 클 가능성이 높다. 소득수준의 향상이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는 효과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진국이라면 얘기가 많이 달라진다. 소득수준의 향상이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효과가 약하기 때문이다. 지난 반세기 선진국의 경험은 경쟁의 강화로 인해서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더 크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이고 있다. 이에 관해서 과학자들이 무수히 많은 증거를 제공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반세기 1인당 소득수준이 크게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선진국 국민의 행복지수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제 우리나라도 선진국의 문턱에 와있다. 이제부터는 경쟁의 강화로 인한 득보다는 실이 점점 더 커지는 단계로 들어가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생산성 제고와 경제성장을 위해서 경쟁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한들 이로 인해서 결과적으로 우리 국민이 행복해지지 못한다면 그런 경쟁이 무슨 소용인가?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 개개인의 행복이다. 우리 국민의 행복을 증진시키지 못하는 경쟁은 필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계의 사람들이나 신자유주의자들은 경쟁의 격화가 구조적으로 우리의 몸과 마음을 망가뜨리는 측면을 무시한 채 돈벌이에 기여하는 측면만 강조해대고 그러다 보니 과잉경쟁과 무모한 경쟁이 만연하게 된다. 이제부터는 경쟁의 강화로 인하여 우리가 얻을 득과 실을 꼼꼼히 챙겨보자.

▲ ⓒ프레시안(허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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