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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금자리주택'의 실패가 뜻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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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금자리주택'의 실패가 뜻하는 것

[이태경의 고공비행] 이명박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파산선고

이명박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보금자리 주택'이 사실상 좌초됐다. 부실이 심각한 한국토지주택(LH)공사가 '보금자리 주택' 건설을 단독으로 하기 어렵게 되자, 특혜를 주며 민간건설업체들의 참여를 허용한 데 이어 반값(강남은 주변시세의 절반, 기타 지역은 주변시세의 70%에 공급)공급정책을 폐기하기로 한 것인데 이렇게 되면 '보금자리 주택공급 정책'은 사실상 형해화되는 셈이다.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면 고유의 철학이나 정책이 있다기 보다는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부지런히 원점으로 돌리는 것에 불과했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보금자리 주택'은 정책의 타당성이나 현실적합성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부동산 정책 중 그나마 차별성이 있는 정책이었다. 그런 '보금자리 주택'이 난파될 위기에 빠진 원인은 무엇일까?

잘못된 정책 목표 설정이 불러온 필연적 결과

이명박 대통령은 서운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보금자리 주택'의 실패는 예정된 것이었다. '보금자리 주택'은 서울 등 수도권 요지에 저렴한 양질의 주택 공급이 부족하니 이를 충족시켜줘야 한다는 판단에서 출발한 사업이다. 문제는 수도권에 다량의 주택을 건설할 값싼 택지가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수도권의 허파 역할을 하는 그린벨트를 훼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린벨트를 훼손하면서까지 값싼 택지를 확보한 후 시세 보다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공급해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 꿈을 실현시켜주겠다는 것이 '보금자리 주택정책'의 골자인데, 이 정책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었다.

첫째, '보금자리 주택'은 소유자 우선 사회(self-ownership society)의 건설이라는 잘못된 정책목표를 설정했다. 보금자리 주택 물량의 대부분이 임대가 아닌 분양방식이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 크다. 비단 보금자리 주택 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 들어서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대한 관심이 확연히 줄었는데, 이는 이명박 정부를 사로잡고 있는 철학이 소유자 우선 사회(self-ownership society)라는 점을 방증한다.

앞서 소유자 우선 사회 건설을 추진했던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미국을 미증유의 위기로 몰아넣은 오류를 범했건만 이명박 정부는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소유자 우선 사회 건설에 골몰하고 있다. 그 단적인 증거가 보금자리 주택 추진이다. 독일 같은 경우 자가 소유율이 절반 정도에 그치고 공공임대도 5%가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선진국들 가운데 가장 안정된 주택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대한민국은 주택소유율이 65%에 육박하는데도 주거불안에 시달린다. 주택소유를 늘리는 것이 주거안정의 첩경이 아니라는 말이다.

둘째, 부동산 불패 신화가 확고히 자리 잡은 한국사회에서 무주택자들이 자가를 소유하려고 희망하는 것이야 나무랄 일이 아닐 것이다. 이때 정부는 구매력이 있는 사람들이 시장에서 양질의 주택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주택시장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 단, '보금자리 주택'처럼 무주택자들에게 불로소득을 보장하는 방식은 곤란하다. 무주택자라고 해서 부동산 불로소득을 취득할 권리가 부여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주택시장의 재편은 주택 가격의 하향 안정화를 의미하는데, 이를 추동할 정책수단들은 분명히 있다. 보유세, 양도소득세, 개발이익환수제 같은 정책수단들이 그런 것들이다. 이명박 정부는 그런 정책수단들을 모조리 무력화시킨 바 있다. 쉬운 길이 있는데 굳이 어려운 길을 가려는 정부, 최선의 해법이 있는데 이를 애써 외면하는 정부를 이해하기란 어렵다.

셋째, 그린벨트 훼손이라는 문제가 있다. 그린벨트는 가뜩이나 포화상태인 수도권 집중 현상을 그나마 억제하고 수도권에 녹지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그린벨트는 당대만이 아니고 후대가 계속 사용해야 할 공공재산이다. 그런 그린벨트를 훼손하면서까지 보금자리 주택을 건설하려했다면 잃게 되는 사회적 비용 보다 얻게 되는 사회적 편익이 훨씬 커야 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를 제외한 누구도 보금자리 주택 건설을 통해 얻는 사회적 편익이 그린벨트 훼손을 통해 잃는 사회적 비용 보다 크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충돌하는 이익을 형량을 저울을 이명박 정부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 저울이 고장 났다는 것이다.
▲ ⓒ프레시안(조형·사진=손문상)

부동산 정책에 관해 이명박 정부가 주는 교훈은?

보금자리 주택마저 실질적으로 실패함에 따라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총체적인 파산을 선고받은 셈이다. 집권 이후 이명박 정부가 어디 한 군데 잘 한 것이 없지만, 부동산 정책을 살펴보면 절로 이맛살이 찌푸려진다. 이처럼 노골적으로 부동산 부자와 토건자본을 위한 부동산 정책을 추진한 정부는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다음 정부에 반면교사(反面敎師)역할 밖에는 못할 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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