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이 냉방기 없이 휴일 근로를 했다', '회사가 노동자들을 강제로 희망퇴직하게 했다' 등의 내용을 노동조합이 외부에 표현할 수 없도록 한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해당 노동조합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침해이자 노동3권 탄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경기지부 주연테크지회 공동대책위원회는 16일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양지원의 주연테크 노조에 대한 업무방해 가처분 결정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현재 안양지원에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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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9일, 안양지원은 주연테크 측의 요구안을 받아들여 주연테크지회에 업무방해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근거는 노동조합의 활동이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으로 회사의 신용을 떨어트린다는 것이다. 법원은 "언론 및 출판의 자유,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서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면서도 "이러한 기본권의 행사도 타인의 평온한 업무수행, 명예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를 밝혔다.
법원이 금지한 내용은 △'근로자들은 냉방기 없이 휴일 근무했다' △'공장이 폐쇄될 때 회사가 근로자를 빈 공장에 버려두었다' △'회사와 소속 근로자가 여성 조합원들을 집단 폭행하고 용역 직원들로 하여금 노조원을 사찰하고 폭행했다' △'회사가 근로자들을 강제 희망퇴직하게 했다' △'회사가 서민의 재산을 강탈하고 근로자를 착취했다' △'회사의 최대 주주가 소망교회에 다니고 한나라당 뉴라이트와 친분이 있다' △'회사가 컴퓨터에 중고부품을 사용했다' 등이다. (☞ 관련 기사 : "중고부품 넣은 컴퓨터 새 것으로 속여 팔았다")
▲ 주연테크에서 해고된 곽은주 지회장이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에서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
그러나 주연테크지회는 "법원이 금지한 내용은 (허위 사실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직접 경험한 사실"이라고 맞서고 있다.
김영신 주연테크 부지회장은 "재판부는 완벽하게 노조의 입을 틀어막고 손발을 묶고 있다. 가히 박정희 유신독재의 긴급조치를 연상시킨다"며 "이번 결정 때문에 일인 시위에서조차 사장을 비판할 수 없고, 선전물을 들고 이동조차 못하게 됐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주연테크지회 측 이영직 변호사는 "서류 재판만 하는 가처분 사건에서는 법원이 정확한 진상을 파악할 수 없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자의 언론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봉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측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으면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형사 고발할 것이지 기본권을 침해하면서까지 (노동자들에게) 원천적으로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했다"고 비판했다.
주연테크는 데스크톱 컴퓨터를 만드는 중견 회사다. 대부분 40~50대 여성인 노동자들은 월급 약 76만 원을 받고 주연테크에서 일해 왔다. 그러다 지난 2008년 노동자 370명 중 200여 명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났고, 구조조정에 반발하는 과정에서 곽은주 지회장과 김영신 부지회장이 해고됐다. 주연테크지회는 '부당해고 철회와 경영 정상화'를 요구하며 안양공장 앞에 천막을 치고 8개월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 관련 기사 : "스무살이나 어린 애들이 반말로 '이거 해, 저거해' 시키더니…")
현재 주연테크 공동대책위원회는 매일 12시부터 1시까지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앞에서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반대하는 일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 부지회장은 "법원이 노조와 관련한 모든 활동을 못하게 막아놨으니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다"며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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