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11시. 서울 서부지방검찰청 앞에는 중견 컴퓨터 회사인 주연테크를 고발한다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곽은주 주연테크 노조위원장과 허영구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는 검찰에 주연테크 회사와 정부 조달청을 각각 사기죄와 직무유기죄로 고발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
하지만 고발인 측은 "정부에 납품된 컴퓨터는 정상적인 신제품이 아니라 A/S 등으로 회수된 중고부품을 조립한 재활용품"이라며 "이는 정부를 상대로 사기를 통한 부당이득을 취한 것일 뿐 아니라 국민의 혈세를 도둑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연테크 노동조합은 정부의 납품업체 담당관청인 조달청에 두 차례에 걸쳐 철저한 진상조사와 시정을 요구했지만, 조달청은 "단순 의혹이라 감사할 수 없다"며 난감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감사원과 국민신문고도 마찬가지였다.
조달청 감사담당관실 정하윤 사무관은 "검수 책임은 일차적으로 컴퓨터를 제공받는 기관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조달청이 수많은 납품과정에서 일일이 불량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조 측의 주장이 신빙성이 있으면 자체 조사를 하겠지만, 조사 자료가 미약하다"고도 말했다.
이러한 조달청의 주장에 대해 노조 측은 "주연테크가 발주한 공공기관 한 군데만 뒤져도 중고부품이 나올 텐데도 감사를 미룬 것은 명백한 직무 유기"라고 주장했다. 곽은주 지회장은 "조달청은 '구체적으로 어떤 발주서에 어떤 중고부품이 쓰이는지 노동조합이 입증해야 한다'며 조사를 거절했다"며 "그렇게 따지면 전체 발주에서 중고부품이 쓰이기 때문에 전수 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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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일 해봤으니 (중고부품을 썼다는 것을) 당연히 알죠. 제품이력카드라는 게 있어요. 작업하다가 불량이 날 때 쓰는 카드예요. 여기에 불량이 새 자재에서 났는지, 중고품에서 났는지, A/S 자재에서 났는지를 적어 넣어요."
김영신 부지회장은 현장 부품 사진을 제시하며 "회사에서 A/S를 받은 중고부품에는 파란색 딱지를 붙여서 구별할 수 있게 해놨다"고 설명했다. 김 부지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파란색 딱지가 한 개 붙어 있으면 한 번 고쳐서 나온 것이고, 두 개 붙어 있으면 두 번 고쳐졌다는 뜻이다.
조달청 감사담당관실 정 사무관은 "노조의 민원제기 이후로 물품을 조달받는 기관이 주연테크 측에 불량품이 나지 않게 주의하고 품질관리에 신경 써 달라고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마침 노조가 고발장에 증거로 제출한 사측의 생산작업지시서에는 "보드, 하드 새 걸로 부탁합니다", "보드 꼭 새 걸로 꼭꼭"이라고 적혀 있었다. 김 부지회장은 "이는 사측이 공공기관에 납품하는 컴퓨터에도 중고부품을 써왔음을 반증한다"고 지적했다.
김 부지회장은 "작업장에서는 중고부품이 다 떨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새 부품을 제공하기 때문에 정부에 납품하는 컴퓨터에도 중고부품이 섞여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고부품을 쓰는 경우가 워낙 전방위적이므로 공공기관에 제공하는 컴퓨터라고 해서 다르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김 부지회장은 "주연테크에서 생산하는 전체 컴퓨터의 10~20% 정도가 중고 부품이 들어간 컴퓨터"라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조달청, 감사원, 국민신문고는 진상조사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기 급급했다"며 "결국 노동조합이 할 수 있는 것은 마지막으로 검찰에 고발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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