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주말 경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환율 휴전' 합의가 이루어지면서, 원화 강세가 당분간 이어지리라는 전망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25일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18.4포인트(0.97%) 올라 1915.71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올 들어 종전 최고치(1903.95)를 10%포인트 이상 앞질렀다. 2007년 12월 24일 1919.47 이후 2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장중 최고 1918.87을 기록하기도 했다.
주가가 상승한 이유는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환율 휴전'을 선언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각국이 '시장 결정적 환율'을 유지하기로 합의하자 원화나 엔화 등 아시아 통화가치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박형중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경주 합의가 환율 전쟁이 가속화되리라는 우려를 불식하면서 외국인 투자 심리를 크게 자극했다"며 "다음 달 초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추가로 양적 완화(통화량 증가) 정책을 발표하면 투자자들 사이에서 시장에 우호적인 기대 심리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국인은 5052억원 어치를 순매수하면서 코스피 상승을 주도했다. 개인은 4625억원을, 기관은 1771억원을 순매도했다. 총 518개 종목이 상승했고 그 중 14개 종목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57개 종목이 보합세, 323개 종목이 하락했다.
코스피 지수가 오르면서 원화 환율은 지난 주말보다 6.70원 내려 1116.30원에 마감했다. 엔화 가치도 달러당 80엔대로 소폭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투자 심리를 자극하는 원화 강세가 지속하리라고 전망했다. 문정희 대신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위안화가 2~3% 정도 절상하리라 예측했는데 6.65%나 올라서 원화도 당분간 동반 절상할 확률이 높다"며 "원-달러 환율이 1110원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연구원은 "G20 서울 정상회담 전까지 빠른 폭으로 가치가 상승했다가 그 이후로는 기대감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원화 강세가 더 오래 지속하리라는 전망도 있다. 박 연구위원은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실효성 있는 조치가 나오지 않아 속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내년 초까지는 원화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환율 전쟁'에 대한 전망을 두고도 말을 아끼는 모양새다.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합의한 환율 불개입 조치에 구속력이 없기 때문이다. 문 연구원은 "각국이 경쟁적인 통화 절하를 자제하겠다고만 했지 그 대상은 명시하지 않아서 다음 달 11일에 치러질 G20 정상회담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며 "중국이 환율 시장에 어떻게 대응할지 지켜봐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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