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지방자치단체장이 기업형수퍼마켓(SSM)의 입점 지역과 시기를 조정 권고할 수 있게 한 조례가 현행법에 어긋난다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이 나왔다. 참여연대 민생희방본부와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은 "SSM 조례에 대한 법제처의 유권해석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을 위한 지방정부 차원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며 즉각 반발했다.
앞서 울산광역시와 전라북도는 '대형마트 및 SSM 입점예고제'와 '입점지역 및 입점시기에 대한 조정 권고' 등을 뼈대로 하는 조례를 만들었다. 이에 대해 법제처는 "SSM 입점예고를 의무사항으로 규정해 도지사에게 통보하도록 하는 것은 행정지도나 행정협조와 달리 강제성을 띠므로 현행법에 위배된다"며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유통법이 정한 SSM 규제 범위(재래시장 근처 500m)를 넘어선 '과잉 규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참여연대와 조승수 의원은 8일 논평을 내고 "해당 조례들은 유통대기업들의 막무가내식 점포 확장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규제 장치"라고 주장했다.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실질적인 중재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사업조정제도'를 넘어서 '입점예고제'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그동안 홈플러스·이마트 등 대기업들은 입점예고제가 없는 것을 악용해 지역 주민들과 상인들의 눈을 피해 새벽에 기습 개점해서 사업조정제도를 회피해 왔다"며 "중소기업청과 지방자치단체들은 사업조정제도를 적용해 대기업과 상인들의 상생을 추진하고자 했지만 대기업들은 이러한 행정 지도를 받아들인 적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기습 개점'을 막기 위해서는 SSM이 입점할 때 미리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주민들이 이를 알 수 있도록 한 '입점예고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제처는 해당 조례의 '입점예고제'나 '입점지역 및 입점시기에 대한 조정 권고'가 '권고'를 넘어서 사실상 '강제성'을 띠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강진영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사업조정제도와 마찬가지로 이번 조례도 권고일 뿐 구속력이 없다"며 "대형 유통회사에 '권고'조차 못 하면 SSM 문제에 대해서 지방자치단체장이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와 조 의원은 "유통법 개정 당시 국회는 지방자치단체에 사업조정제도를 통해 대형마트 및 SSM 규제의 정도와 시기에 대해 재량권을 일정 정도 부여했다"며 "법제처는 SSM과 관련해 지자체에 위임된 재량권을 축소 해석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법제처는 골목 상권을 지키고 유통대기업을 규제하기 위한 국회 차원의 유통법 개정 취지와 지방자치의 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유권해석 철회를 거듭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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