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M을 규제하는 '쌍둥이 법'인 상생법과 유통법의 국회 처리는 이미 지난 상반기에 합의된 사안이었다. 하지만 '동시 통과' 여부를 놓고 여야가 대치해 처리가 지연되는 사이 대형 유통업체들은 올 상반기에만 100여 개가 넘는 SSM을 추가로 출점했다. 여기에 쌍둥이 법 자체가 가진 규제력의 한계 때문에 '사후약방문'이 될 가능성도 높다.
법 통과 이후에도 인천과 대전, 광주 등에서는 '도둑 개점'과 '간판 바꿔치기' 등의 편법이 난무하고 법 조항의 허점을 노린 대형마트‧SSM 출점이 기승을 부리면서 여전히 갈등의 불씨를 안고 있다. 중소상인살리기 전국네트워크(중소상인넷)와 전국유통상인연합회 등이 2일 국회 도서관에서 '유통법‧상생법 개정이 남긴 과제'를 놓고 토론회를 연 것도 두 법만으로 SSM을 막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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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에 나선 신규철 중소상인넷 집행위원장은 '쌍둥이 법'의 효력이 실제로 출점을 막기에는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유통법 개정안은 전통상업보존구역(1000제곱미터 이상 부지에 점포 50개 이상 밀집된 상점가) 반경 500미터 안에 SSM 출점을 금지한 게 핵심 내용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청의 사업조정제도 지침에서 상권의 범위를 반경 1킬로미터까지로 보고 있는 것보다도 협소한 기준이다.
더구나 전국 1550개 전통시장 중 20%에 가까운 미등록시장은 지자체가 나서지 않는 이상 유통법의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전통상업보존구역과 함께 규제에 포함시킨 전통상점가 역시 전국 4328개의 상점가 중 39개만이 지정된 상태다.
전통시장을 제외한 '골목 상권'에서 SSM을 규제하는 상생법에도 '구멍'이 뚫린 건 마찬가지다. 중소상인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대표적인 편법 출점방식인 가맹 SSM을 규제할 수 있도록 법을 고쳤지만 개점 비용의 51%이상을 대기업이 부담하는 경우에만 사업조정 신청이 가능하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가맹점 유형을 다양화해 지분을 50%만 유지하는 방식으로 출점시킬 가능성이 높다.
사업조정이 가능하다 해도 강제력이 미약하다는 문제도 남아있다. SSM이 중기청의 일시정지 권고에 불응해도 이를 공표하는 것 말고는 딱히 대책이 없다. 더군다나 중기청은 SSM이 '기습 개점' 등의 방식으로 영업을 시작한 이후에는 사업일시정지 권고를 할 수 없게 했다. 법 통과 이전에 이미 문을 연 점포 역시 마찬가지다. 개점을 막으려는 상인들과 SSM의 물리적인 충돌이 재현될 우려도 있다.
"유통법·상생법, 기준 다르면 휴지조각 될 것"
이에 따라 중소상인들은 법 통과에 만족하지 않고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 운동을 벌여 법의 허점을 메울 계획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강신하 변호사는 "개정된 유통법에 따르면 전통시장 500미터 이외의 골목 상권은 그대로 대형 유통업체의 사냥터로 노출되어 있다"며 "획일적 규제를 탈피해 프랑스나 독일처럼 주거지역과 상업지역 등 도시계획에 따라 규제하는 조례를 제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강 변호사는 "유통법에서는 직영 및 가맹 SSM을 모두 포함해 규제하지만 개정된 상생법은 지식경제부에서 정한 시행규칙에 따라 지분 51%로 범위를 한정했다"며 "유통법 규정과 상생법 규정을 달리할 이유가 전혀 없고, 기준을 같게 하지 않으면 수개월의 산고 끝에 통과시킨 상생법이 대기업들의 꼼수로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규철 집행위원장도 유통법에서 규정한 전통산업보존구역 범위를 500미터에서 1킬로미터로 넓히고 외국에 개방하지 않은 제과, 육류 등의 영업제한 규정이 추가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SSM이 일시정지 권고에 불응할 시 이행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상생법이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최광문 중소기업청 사업조정팀장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이번 '쌍둥이 법' 통과로 국민들이 중소기업청에 힘을 부여해 준 것으로 믿고 앞으로는 일시정지 권고안 등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라며 "차후 산적한 과제를 검토해 제도 개선 시 반영할 것을 약속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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