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25일부터 현대차 본사 앞에서 4박5일 노숙 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울산에서 출발해 오후 5시경 이곳에 짐을 풀었다. 지난달 서초 경찰서 민원실에서 현대자동차 측의 집회신고 시도에 뒤섞여 따낸 일정이다.
▲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25일 서울 양재동 본사 앞 노숙 농성을 시작했다. ⓒ프레시안(김봉규) |
"서울에서 벌이는 싸움, 울산까지 전해졌으면…"
4개월 만에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열기가 식은 것일까? 1차 파업 이후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간 건 사실이다. 지난달 사측과의 대화가 사실상 결렬되면서 유보됐던 징계 절차가 재개돼 약 70명이 해고되고 320명이 정직 등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에게 더 큰 타격은 파업 당시 노조 간부 일부가 조합비를 유용해 사행성 게임장 등을 들락 거렸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부터다. 지난달 말 이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자 노덕우 수석부지회장, 최정민 사무국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노 전 수석부지회장은 이후 현대차 본사 앞 고공농성에 나섰다 연행됐지만, 종적을 감췄던 최 전 사무국장은 사측과 내통했다는 의혹 속에 이주 초 노조 집행부의 조합비 유용 실태를 문서로 폭로했다.
사측과 대화 결렬 이후 잠적했던 이상수 지회장은 서울 조계사에 느닷없이 나타나 단식 농성을 벌였다. 수배령이 떨어진 상황에서 운신의 폭이 좁았지만 공금 유용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현장에 있는 조합원들과 동떨어져 벌이는 활동이 괴리감을 불어올 수밖에 없었다. 결국 23일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집행부 전원이 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했다. 이 지회장은 조만간 경찰에 자진 출두할 것으로 알려졌다.
▲ 이웅화 비대위원장. ⓒ프레시안(김봉규) |
비대위원장을 맡은 이웅화 울산4공장 사업부 대표도 "조합비 유용 사건으로 금속노조의 신뢰를 잃은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며 "조합원들이 상급단체의 보호가 없는 상황에서 서울까지 올라와 농성을 벌이는데 대한 부담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조합원들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은 건 사실이지만 서로 안정을 찾아가려 노력하고 있다"며 "(파업) 동력이 죽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경 투쟁에 따나 나서지 않는 조합원들도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마음 자체는 변함이 없다"며 "여기서 벌이는 싸움이 울산에 남아 있는 조합원들에게도 전해지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100여 명의 노동단체 및 시민단체가 합세해 열린 이날 촛불문화제에서 이들은 "(1차 파업 당시 농성장인) CTS에서도 견뎠듯이 여기서도 양말 하나 더 신고 옷 한 벌 더 껴입고 견뎌 나가자", "힘든 건 사실이지만 견뎌내며 싸우는 모습을 보여줘야 현장에서도 다시 힘을 얻을 것이다"라고 발언하며 서로를 북돋았다.
ⓒ프레시안(김봉규) |
이들은 농성 2일차인 26일 오전 대학로에서 선전전을 벌인 후 서울역 광장에서 집회를 열였다. 집회에는 현대차 아산공장 비정규직 지회 조합원 170명, 전주공장 비정규직지회 200여 명이 함께 했다. 아산지회 조합원 및 전주지회 확대간부 80여 명은 주말 동안 농성장에 머물 예정이다.
이날 집회에서 이웅화 비대위원장은 "지회 간부가 비리를 저질렀지만 25일 동안 공장을 사수한 조합원들은 비리를 저지르지 않았다"며 "사측은 이번 일로 노동조합을 깨려 했지만 다수의 조합원들은 지회를 사수해 사내하청 정규직화의 뜻을 꺾지 않고 있다"고 독려했다.
▲ 26일 서울역 광장에 모인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프레시안(김봉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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