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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ㆍ월세 대란에 '하숙비 폭탄'까지…"대학생이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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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ㆍ월세 대란에 '하숙비 폭탄'까지…"대학생이 뿔났다"

'하숙 보증금'에서 '1년 하숙비 선불제'까지

"처음 계약할 때 1년 치를 한꺼번에 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돈을 강요했습니다. 또 주변 하숙들과 가격담합을 했는지 모두 가격이 똑같았고요. 그런 목돈이 있으면 왜 하숙을 하겠어요."

새 학기가 다가오지만 하숙집을 구하는 대학생들은 울상이다. 예전에는 없던 보증금 100만 원을 받는 하숙집이 생기는가 하면, 적게는 6개월에서 많게는 1년 치 하숙비를 미리 받는 곳도 늘었다. 전·월세 상승세를 타고 생긴 선불제와 보증금 제도는 하숙을 둘러싼 '새로운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숙명여대에 다니는 하은경 씨는 하숙 재계약을 위해 1년 치 하숙비 400여만 원을 선불로 냈다. 다른 곳도 알아봤지만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에 응했다. 그는 "하숙집에 사는 학생 대다수는 학기 중에만 학교에 다니다가 방학이 되면 고향에 돌아간다"며 "실제로 살지도 않는 기간 2개월 치를 억지로 받아내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하숙집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하숙생을 더 많이 받기 위해 건물을 개조해 방을 나누다 보니 '비좁고 비정상적인' 상황이 연출됐다는 것이다. 하 씨는 "매일 아침이면 하숙생 10여 명이 화장실 2개를 나눠쓰느라 하숙집은 북새통이 됐고, 임의로 나눠놓은 벽이 너무 얇아서 옆방의 소음이 다 들렸다"고 말했다.

▲ 서울 지역 대학 총학생회의 기자회견이 끝나자, 한 학생이 '청년 실업, 등록금, 하숙비'라고 적힌 짐을 지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고려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숙명여대, 이화여대 총학생회가 24일 이화여대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하숙집 담합 피해 사례'를 발표한 하 씨는 "일 년 집값 400만 원을 부모님께 충당하는 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은 이날 "대학가 주변 하숙집이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하숙비를 올렸다"며 "하숙집 주인들이 담합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종민 서울시립대 총학생회장은 "한 집만 오르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일괄적으로 대학 주변 하숙비가 오른다"며 "하숙집 사이에 담합행위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30~35만 원이면 구할 수 있던 하숙집이 요즘은 40~50만 원까지 올랐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 시내에 있는 대학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은 26만9000여 명. 이 중 14만 1000명 정도가 지방 출신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서울 소재 대학 기숙사의 규모는 전체 지방 학생 숫자의 12.4%에 불과하다. 기숙사 입주 우선권은 신입생에게 주어지기 때문에 학년이 올라가면서 기숙사를 구하지 못한 학생들은 하숙, 반지하방, 옥탑방, 고시원 등을 전전해야 한다.

서울 지역 총학생회가 기자회견을 연 날 복지국가소사이어티도 논평을 내고 "학생들의 주거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가 제시한 정책은 대학 내 '호텔 수준'의 민자 기숙사를 건립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지만 이는 대안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민자 기숙사는 기존의 학교 기숙사에 비해 적게는 20만 원 이상, 많게는 세 배 이상 비싸서 비용도 '호텔급'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내놓은 또 다른 대안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하는 대학생 보금자리주택 사업이다. 저소득층 학생들은 보증금 100만 원, 월세 1~16만 원(평균 약 6만 원)만 내면 대학 주변의 보금자리 주택을 최대 4년까지 임대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학생 보금자리 주택 물량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서울을 비롯한 6개 광역시에서 전국 대학생용 보금자리주택 241가구(297명)에 대한 입주자를 모집한 결과 2247명이 몰려 평균 7.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대학이 몰려 있는 서울에는 97명을 모집하는 자리에 신청자만 1167명에 달해 12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이날 논평에서 "단기적으로 정부는 대학생 보금자리 주택을 확대하고, 대학은 수천억 원씩 적립된 대학발전기금으로 저렴한 기숙사를 증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대학생이든 저소득층이든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기본적인 주거 공간이 제공되도록 하는 '보편적 주거 복지'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고려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숙명여대,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각 대학에 '집단제소 추진위원회'를 설치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불법으로 담합한 하숙집을 집단으로 제소하는 운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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