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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올인'으로 '한반도 정세 주도'? MB의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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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올인'으로 '한반도 정세 주도'? MB의 착각

[한반도 브리핑] 동북아에서 미국이 갖는 본질적 약점 간과

미 시카고대학의 신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 존 미어샤이머(John Mearsheimer)는 <강대국의 비극>이라는 책을 통해 현재의 신자유주의적 협력은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강대국들 사이에 단기적으로는 협력이 가능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불균등 발전(uneven growth)과 더불어 상대적 이득(relative gains)의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패권 갈등은 피할 수 없다고 예측했다.

그러므로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은 양국의 정책 변화를 통해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구조적인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아무리 미국 패권에 도전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리고 미국에서 중국 봉쇄를 주장하는 강경파가 집권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충돌은 피할 수 없다. 그래서 강대국의 비극이라고 말한다.

오바마 정부 들어 갈등 범위 더 넓어져

미어샤이머의 구조적 필연성을 모두 수용하지는 않지만 부시 행정부 이후 중국과 미국의 주도권 경쟁 국면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9·11 이후의 이른바 대테러전쟁으로 인해 어느 정도 가려진 측면이 있지만, 미국의 대중국 정책은 분명 봉쇄 또는 최소한 '봉쇄적 개입(congagement)'이었다.

만약 이라크 전쟁의 결말이 나쁘지 않았다면, 네오콘들이 내세웠을 다음 어젠다는 대중국 봉쇄였을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물론 8년간의 부시 독트린이 국내외의 거센 비판을 받았고, 정권이 민주당으로 옮겨가면서 상황은 변하는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11월 도쿄에서 아시아 정책 구상을 밝히면서 앞으로 중국 봉쇄는 미국의 대외정책이 아니라고 선언했다. 이 때문에 미중관계가 호전될 것으로 기대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산적한 국내 문제로 여러 차례 기회를 놓치면서 확고한 정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표류했다. 그런 와중에 국제정치 및 경제 여건이 변하면서 최근에는 관계가 악화되고 있다. 과거보다 갈등의 접점도 광범위하고 다양하다.

위안화 절상 문제를 놓고 벌이는 환율 및 무역 갈등이 심화되고 있으며, 연초에는 달라이 라마의 미국 초청과 67억 달러어치 대만 무기 수출 등이 이어져 왔다. 최근에는 미국이 남중국해의 영토 문제에 관해 일본 편을 들었던 것이나, 천안함 사태를 빌미로 서해에서 연이어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을 벌이는 것도 중국내의 강경파들을 자극하고 있다.

미어샤이머의 예측처럼 패권 경쟁은 피할 수 없는 것일까? 또한 일부 분석처럼 이른바 신냉전 구조가 동북아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부상하는 것일까?

중국, "파괴적 도전자"냐 "현재 질서 순응"이냐

중국을 미국 패권에의 파괴적 도전자라고 보는 사람들은 그 이유로 앞에서 인용한 구조적 변수와 더불어 다음을 증거로 제시하고 있다.

먼저 중국은 대만 독립에 대해 충돌도 불사하는 강경 입장을 표명하고 있으며, 최근에도 확인되듯이 영토 분쟁에 대해서도 매우 단호하게 대처하고 있다. 또한 90년대 이후 줄곧 두 자리 수의 가파른 군비 증강을 하고 있으며, 베이징 컨센서스 등을 통해 미국 패권의 대안 질서를 적극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다 중화사상이나 과거의 동양의 조공체제에 대한 이미지도 이러한 인식을 강화한다. 특히 70~80년대 중국이 미국과 공조해 소련을 견제했던 것에 비하면 90년대 이후는 미국과 대척점에 있거나 불편한 국가들과의 연대를 통해 미국을 견제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한편 중국이 패권을 추구하기보다는 반대로 현재 질서에 순응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이 제시하는 반증으로는 중국이 대만을 견제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강제적 통일은 추구하지 않으며, 최근에는 오히려 관계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든다.

또한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등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에 적극 참여하고 있고, 양국간 경제적 상호 의존이 유래없이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은 누구보다 한반도의 안정을 추구하고 있으며, 최근의 군비증강 역시 미일동맹의 강화에 대한 대응일 뿐이라는 것이다.

▲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뉴시스

'불타두 원칙'서 엿보이는 중국의 균형 감각

어느 편이 더 설득력 있는 주장일까?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며, 앞으로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지적할 수 있는 것은 현재 중국은 상당한 균형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패권의 흥망성쇠를 연구 분석한 오르간스키(Organski)같은 학자의 연구에서 패권에 대한 섣부른 도전은 오히려 군사 충돌을 초래한다는 지적을 중국의 리더십이 특히 유념하고 있는데, 우두머리가 되지 않겠다는 이른바 불타두(不打頭)의 원칙이 그것이다.

또한 중국은 현재 대체로 게임의 룰을 받아들이고, 그 룰을 지키는 현상유지 정책을 우선하고 있으며, 룰을 급격하게 변경하거나 세력 판도를 바꾸려는 현상 타파에 나서는 것은 분명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동북아에서도 중국은 강·온 양면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센카쿠 열도 문제와 천안함 사태, 그리고 환율 및 무역 문제 등에서 관찰되는 중국의 모습에는 단호함이 있지만 그렇다고 무리한 긴장 조성은 피하고 있다.

북중관계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북한을 돕지만 한미와의 대결 구도는 심화시키지 않게 노력한다. 북한 편향을 통한 대립 구도를 내세우기보다는, 자신들이 북한에 대한 유일한 접촉 통로이며, 강경 대치 상황에서 대화 국면을 이끌어내는 중재자로 보이고자 노력한다.

중국은 경제적 지원은 물론이고 한-미-일의 공세로부터 북한을 보호해주는 역할도 했고, 이 때문에 북중과 한미의 대립구도가 형성되는 듯했지만, 동시에 북한에 6자회담으로의 복귀나 남북 이산가족 등 남북관계 개선도 주문했던 정황을 여러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북한 문제와 북핵 문제를 분리해서 대응하는 실용주의도 엿볼 수 있다. 즉, 후계자 승계 문제는 북한의 내정으로 간주해 용인하고 있지만, 핵문제는 국제 문제로 보고 중재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또 다른 사례로는 올해 초 미국이 대만에 대규모로 무기를 판매하자 이에 대한 항의 표시로 중단했던 미중 군사교류가 며칠 전 8개월 만에 재개됐다. 갈등 국면이 확대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중국의 실용주의를 볼 수 있다.

한·미 양국의 '단순, 일관성 상실, 편가르기' 우려스럽다

이런 실용적이면서도 정교한 중국의 대외정책에 비해 한미 양국의 접근법은 오히려 매우 단순하게 보인다. 미국은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일관성을 잃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출범 초기 아시아 중시정책 원칙을 밝히고도, 대중국 정책을 제대로 확립하지 못하고 현재까지 매우 대증(對症)적인 조치들만 반복하고 있다. 지난 2년간 국내 문제로 인해 외교가 전반적으로 희생당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문제가 더 심각하다. 냉전 구조에서나 어울리는 대미 편향 외교와 대북 강경책에 집착하면서 편 가르기에 몰두하는 것을 보면 우려스럽다.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과 한반도에 문제에 대해 정리를 못하는 사이에 마치 이명박 정부가 상황을 주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일시적인 착시효과다. 미중 양국이 조만간 태도를 본격화하기 시작하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현 시점에서 미중관계의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전면적인 신냉전의 도래보다는 아무래도 상당기간 긴장과 화해 국면이 꾸준히 교차 반복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친미만 고집하는 한국은 난처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이 대결 구도로 가는 것도 물론 한국에게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 반대인 중국과 미국이 화해할 경우에도 한국은 여전히 곤란해질 수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한중관계가 악화일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중국은 한국을 두고 필요한 경제적 이익은 다 취하면서 정치적으로는 미국에 붙어버린 기회주의라고 보고 있다.

▲ 중국의 차기 최고지도자가로 내정된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오른쪽 세 번째)은 지난 해 5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 "이명박 정부는 교과서 문제도 있는데 왜 일본과 함께 한반도 평화의 훼방꾼 노릇을 하느냐"고 비판했다. 시진핑 부주석의 이같은 시각은 한국에 대한 중국의 시각을 정확히 반영한다. ⓒ김대중평화센터

중국이 현재 여타 국가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미국의 세계 패권에 가장 근접한 국가인 것은 맞다. 그러나 중국이 앞으로 상당한 기간 미국과 어깨를 견주거나 추월할 가능성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이 사실을 미국도 중국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북아는 좀 다르게 봐야 한다. 지정학적으로 역내 국가가 아닌 미국이 본질적인 불리함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상승과 미국의 하락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동북아에서 일정정도 긴장 구도를 만들어가면서 영향력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천안함 사건 이후 보여준 미국의 행보는 이를 확인해준다. 이러한 국면에서 과연 한국이 미국에 '올인'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것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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