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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교수님! 그건 아닙니다"

[이태경의 고공비행] "분양원가 공개는 反부패 대책, 부동산 대책은 아냐"

조국 교수의 <진보집권플랜>을 읽었다. 이 책을 보면 조 교수가 한국사회 각 부면의 문제점과 해법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 교수의 식견과 혜안은 만만치 않은 것이어서 사회통념(?)상 알려진 법학교수의 그것을 훨씬 넘어선다.

<진보집권플랜>을 꼼꼼히 읽다보면 조국 교수가 진보, 개혁진영의 기대주로 각광받는 이유와 사익추구집단이 그를 은근히 경원하는 까닭을 깨닫게 된다. 더구나 그에게는 화사하기까지 한 이력과 우뚝한 비주얼이 있다.

만약 조 교수에게 좁은 의미의 권력의지가 있다면 혹은 장래에라도 생긴다면 진보, 개혁진영에게는 생기를, 사익추구집단에게는 근심을 각각 안겨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물론 <진보집권플랜>에도 문제점과 한계는 있다. 대표적인 것이 '분양원가공개'에 대한 조 교수의 굳은 신념이다.

'분양원가 공개론'이 지닌 한계와 위험성

▲ 조국 서울대 교수ⓒ연합뉴스
조 교수는 '분양원가 공개'를 부동산 문제 해결에 있어 매우 중요한, 어쩌면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그는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실패, 더 나아가 참여정부에 반개혁의 그림자가 드리운 상징으로 '분양원가 공개'반대를 들고 있다. 기실 조 교수 외에도 분양원가 공개'반대를 참여정부의 정책 기조가 개혁에서 반(反)개혁으로 전환한 계기적 사건으로 평가하는 정치인들은 많다. 그런데 조 교수를 포함해 이들의 생각이 옳은 것인지는 엄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분양원가 공개'를 부동산 문제 해결의 주요한 수단으로 평가하는 이들의 생각은 대략 이런 것일 것이다.

'참여정부 내내 기승을 부렸던 부동산 가격 앙등의 주원인은 불철저한 분양원가 공개 및 검증이다. 불철저한 분양원가 공개 및 검증이 주변 시세보다 터무니없이 높은 아파트 분양가 책정을 가능케 하고 이는 다시 주변 아파트 시세를 끌어올린다. 분양가가 끌어 올린 부동산 가격은 다시 고분양가 책정의 기반이 된다. 따라서 분양원가를 공개해-이는 필연적으로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수반한다-건설사들이 마음대로 분양가를 높혀 시장을 왜곡시키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런데 부동산 시장이 정말 그렇게 움직이는 것일까? '분양원가 공개' 프레임이 지닌 치명적인 한계는 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되는 매커니즘을 오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우선 인구수와 분포, 도시화 정도, 산업구조의 변화 등의 요소, 거시경제(금리, 환율, 무역수지, 경제성장률, 1인당 실질구매력, 실질 GDP 등)지표, 수급 등이 큰 틀에서 부동산 (주택)가격을 결정한다. 물론 정부의 부동산 정책- 공급(공급량-공급유형과 로케이션 등, 분양방식-원가공개, 후분양제, 청약제도 등)정책, 수요(세제-보유세 및 양도세, 실질주택보급율 등)정책, 금융(주택담보대출-LTV 및 DTI- 관리)정책, 주거복지 정책, 개발이익환수장치(개발부담금, 재건축 규제 등)정책 등-도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분양원가 공개' 프레임은 이런 사정을 간과한 채 신규아파트를 공급하는 공급자가 분양가격을 임의대로 결정할 수 있다는 비현실적인 가정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한 업체가 공급을 독점하는 상품이 아닌 한 그와 같이 극단적인 공급자 우위의 시장은 형성될 수 없다. 무엇보다 공정거래법이 그런 독점기업체의 출현을 용납하지 않는다.

참여정부 내내 지속된 고분양가 행진이 가능했던 이유는 분양원가 공개 혹은 분양가 상한제를 전면적으로 시행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투기적 가수요의 창궐로 말미암아 부동산 가격이 버블 세븐 위주로 상승했고, 그 결과 공급자들이 기존의 분양가는 물론이거니와 주변 시세 보다 한참 높은 가격에 주택을 분양해도 이를 시장에서 구매할 수요가 형성되었던 때문이다. 즉 주변시세보다 터무니없이 높은 분양가는 투기적 가수요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이를 혼동해서는 않된다.

예를 들어, 부동산 시장이 안정된 상황에서 공급자가 주변 아파트의 시세보다 30~50%정도 높은 분양가로 아파트를 분양하려 할 경우 대량의 미분양이 발생할 것이 분명하다. 개별 공급자의 힘만으로 시장의 가격 매커니즘을 결정할 수 없기 때문에 이는 당연한 일이다. 부동산 시장이 안정된 상황에서 신규아파트의 분양가는 주변 시세에 신규라는 장점이 더해 진 수준에서 결정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분양원가 공개'는 건설업계의 부패 근절 및 투명성 제고 차원에서는 유효한 정책이겠으나, 이를 부동산 문제 해결의 해법으로 생각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것이다. '분양원가 공개'없이는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시킬 수 없다는 주장은 폭리를 취하는 건설업체를 희생양(?)삼아 대중들의 분노를 촉발시키는 데에는 효과적일지 모르나, 부동산 문제의 해결과는 별 상관이 없다.

'분양원가 공개론'의 본질을 직시하길

위에서 살핀 것처럼 '분양원가 공개론'이 지닌 의의와 한계는 명확하다.

문제는 조국 교수처럼 명민하고 눈 밝은 사람조차 '분양원가 공개론'에 매료되었을 만큼 분양원가 프레임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조국 교수는 지금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의 상징권력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 직업 정치인이 될 경우 많은 성장 잠재력을 가진 사람이다. 조 교수 같은 사람이 분양원가 공개 프레임에 갇혀있는 것은 한국사회의 전정(前程)에도 유해한 일이 될 것이다.

모쪼록 조 교수가 '분양원가 공개론'이 지닌 함의를 정확히 파악해 분양원가 공개론의 함정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분양원가 공개론'은 부동산 대책이라기보다는 반(反)부패 정책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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