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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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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Ⅱ

[한윤수의 '오랑캐꽃']<293>

다음 날 요드락이 찾아와서 날 잡아잡수 하듯 목을 빼고 앉아 있다.
에그, 청승 떠는 꼴이라니!
보다 못해 L간사가 고용지원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오전 내내 통화중이다.
외국인력팀 전화는 항상 불이 난다. 몇 만명의 외국인과 몇 천명의 사업주를 상대해야 하니 쉴 틈이 없다.

참다못해 L간사가 외국인력팀장인 H과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내 입에서,
"아 저러면 안 되는데! 공무원들은 위에다 전화 거는 걸 무척 싫어하는데!"
소리가 절로 나온다.
하지만 선수가 들고 뛰는 걸, 낸들 어떡하나?

어쨌든 L간사가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H과장은
"알겠습니다. 우리 직원이 알아보고 전화를 드릴 겁니다."
하고 만다.
불길한 예감이 든다.
일이 위에서 아래로, 거꾸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한 시간쯤 후 외국인력팀 직원한테서 안 좋은 전화가 왔다.
"사업주 고용변동신고서가 안 들어오면 안 됩니다."
결국 사장님 사인이 없으면 못 옮겨주겠다는 뜻이다.
도로아미타불이다.

며칠 후 L간사가 고용지원센터로 갔다.
일단 가면 성공하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끈질긴 데가 무지하게 있는 사람이니까.

L간사가 말했다.
"사업주 사인 없으면 사업장 변경 안 된다고 하셨다면서요?"
H과장이 답했다.
"그게 아니라, 사업주가 돈 이미 줬다고 하던데요."
L간사가 요드락에 관한 상담일지 복사본을 건네주며 말했다.
"사실이 아닙니다. 그 동안의 사실 관계가 여기 다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래요? 한 번 확인해보죠."
감독관 경험을 오래 쌓은 H과장은 사실 관계를 중시하는 합리적인 사람이다. 그가 담당 직원을 불러 물었다.
"사업주가 입금증 가져왔나요?"
직원이 답했다.
"아뇨."
"확인해보고 돈 준 게 사실이 아니면 사업주 귀책사유로 사업장 변경해 주세요."
"네."
오고 간 대화를 여기서는 내가 단 몇 줄로 쉽게 썼지만, 사실은 한 시간쯤 걸린 복잡한 대화다.

담당 직원이 다시 사장님을 추궁하기 시작했다.
밀린 임금을 줬느냐, 안 줬느냐? 줬다면 증거가 있느냐?
사장님은 솔직히 털어놓았다.
"안 줬는데 곧 줄 겁니다."

급해진 사장님이 요드락을 불러 협조를 구했다.
"요드락, 닷새 안에 돈 줄 테니 남아줄래?"
"좋아요."
요드락은 승낙했다.
그야 돈만 받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닷새 후 요드락은 밀린 석달치 임금을 받았다.
밥이 해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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