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무작정 순 채식식단을 시도하면 쉽게 지치기 십상이다. 몸이 변화되는 식단에 적응하기도 쉽지 않다. 회식이 잦은 직장인의 경우, '다름'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 우리 풍토에서 순 채식을 고집하기도 어렵다.
채식주의자들이 전하는 채식생활의 팁을 정리해봤다.
▲서울대 채식뷔페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직 국내에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외식환경이 매우 열악한 상황이라, 이와 같은 장소가 늘어나는 것은 채식주의자들에게 고무적인 일이다. ⓒ서울대 제공 |
초반에는 고기 안 먹는데 집착하지 마라
육식에 길들여진 사람이 하루 아침에 식단을 순 채식으로 바꾸는 건 쉽지 않다. 섭취해야 할 영양분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일인기업인 옥경희(가명) 씨는 "체중감소 목적만 갖고 채식을 시작하거나 게을러서 여러 메뉴를 개발하기 싫다는 이유로 오이, 당근과 같은 채소와 백미만 먹으면 피부가 상하고 심하면 생리가 끊어지기도 한다"며 "'고기는 무조건 안 먹는다'고 생각하지 말고 서서히 고기를 줄여가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시락을 싸다니지 않는 한, 직장인이라면 식사 자리에서 고기를 피하기는 어렵다. 된장찌개, 국수에도 멸치가 사용되고, 웬만한 볶음 요리에도 고기가 빠지지 않는다. 우선 일주일에 한 번 채식뷔페를 이용하는 정도로만 채소에 친숙해지면 된다. 무리하게 회식자리를 피하지 말고, 삼겹살이 지글지글 구워지는 술자리도 일단 참석하자.
김찬걸 엠앤엠스포츠 사무국장은 "두부를 한 모 사가서 식당 아주머니에게 조리해달라면 다 해 준다. 부끄러워하지 말고 적당히 뻔뻔해지면 된다"며 "'채식을 위해 사회생활을 어느 정도 희생한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대신 집에서 먹는 아침, 저녁식사는 고기가 없는 식단을 처음부터 이용하는 게 좋다. 아침은 두유에 과일 정도만 섭취해도 된다. 저녁을 '풀밭'으로 차리는 게 자신 없다면 일주일에 한 끼 정도는 생선 메뉴를 밥상에 올리자. 시작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몸을 채소에 길들이기"라는 게 채식을 즐기는 이들의 조언이다.
대체 요리를 적극 개발해라
채식 생활인의 영양균형을 채워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식품이 콩과 현미, 그리고 견과류다. 콩은 우유나 달걀조차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풍부한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다. 콩요리만 잘 활용해도 고기가 없는 완전 채식을 할 수 있다.
다만 콩만으로는 단백질을 백퍼센트 흡수하기 어려워 콩요리를 많이 개발해야 한다. 된장, 두부 등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물을 이용하면 된다.
이미 채식주의자들을 위해 다양한 콩고기 요리가 개발되고 있다. 콩, 두부 혹은 두유를 각종 채소와 함께 간 후 글루텐(밀단백)과 함께 반죽한 것으로, 찌거나 구우면 고기와 비슷한 식감과 질감을 낼 수 있다.
두유를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두유를 잘만 활용하면 스프, 마요네즈 등으로 이용 가능해 우유가 없이도 다양한 요리에 이용할 수 있다. 견과류를 잘 섭취해 건강한 지방을 얻는 건 필수적이다. 견과류가 싫다면 참기름, 들기름을 적절히 흡수하면 된다.
이런 정보는 모두 인터넷을 활용하면 쉽게 얻을 수 있다. 채식연합(www.vege.or.kr) 홈페이지에는 3900여 가지의 다양한 조리법이 올라와 있다. 블로거들이 전하는 다양한 팁을 검색해, 자신에게 맞는 음식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옥경희(가명) 씨가 콩고기를 이용해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대체 요리를 만들면 '고기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채소로 못 만드는 게 없다
생선도 먹지 않기로 한 사람에게 가장 괴로운 건 국물 요리를 먹기 어렵다는 점이다. 각종 면류는 물론 웬만한 찌개, 국 요리에 생선은 필수적으로 쓰인다.
그러나 집에서 얼마든지 이런 요리를 해 먹을 수 있다. 채소만으로 국물을 우려내 활용하면 된다. 멸치 대신 양파와 무, 다시마, 표고버섯 등을 함께 끓여서 사용하면 국수류나 찌개에 다 활용 가능하다. 채소 국물에 익숙해지면 오히려 멸치를 넣은 육수가 비려질 것이라는 게 채식주의자들의 주장이다.
유제품마저 먹지 않기로(비건) 결심했다면 넘어야 할 마지막 문턱이 있다. 과자류는 물론 마요네즈나 버터가 들어간 요리도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중에서 채식주의자를 위한 라면, 과자 등을 팔지만 직접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우유 대신 두유를 사용하고, 과자는 달걀을 넣지 않고 직접 잡곡류로만 만드는 식이다.
옥 씨(비건)는 "채식을 하다보면 자극적인 음식은 오히려 피하게 된다"면서도 "아무래도 직접 요리를 하는 정도의 노력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식을 할 때는? 김 국장은 "맹물에 된장찌개를 끓여달라면 다 해 준다. 견과류를 활용해도 감칠맛을 충분히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콜라부터 끊어라
적잖은 채식인들이 말하는 채식의 가장 큰 적은 육류가 아닌 인스턴트 식품이다. 자극적인 맛이 정기적으로 입을 유혹하는데다, 먹기도 편해 특히 혼자 사는 도시남녀에겐 이만한 적이 드물다는 게다.
그런데 누구나 알다시피 웬만한 인스턴트 식품은 육류, 달걀 등을 함유하고 있다. 건강에도 좋지 않다. 무엇보다 직접적인 이유 외에 드러나지 않은 까닭으로 인해 채식주의자들의 적이 된다. 자극적인 맛을 버리지 못하면 채식에도 쉽게 지치고, 역시 자극적인 음식인 육류 섭취의 유혹을 버리기 힘들다는 말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콜라, 과자 등을 고기와 함께 끊는 게 좋다. 이 역시 곧바로 끊기 어렵다면 일단 줄여나가자.
인스턴트 식품을 끊으면 의외의 소득을 얻게 된다고 한다. 자극적인 각종 향료와 조미료에 지친 혀의 감각이 다시 살아난다는 것. 혀가 예민해진만큼 이미 입에서 멀어진 육류는 자연스럽게 몸이 거부하게 된다.
'환경지킴이' 자부심 갖자
육류 섭취가 늘어나면서 소, 돼지, 닭이 대량사육됐다. 그만큼 동물이 병들어가고 있고, 녹색지대도 사라지게 된다. 대량 육식이 동물을 병들게 하고, 그 병든 고기를 먹는 사람의 건강도 해치고, 무엇보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는 셈이다.
실제 육류 섭취를 좋아하던 사람 중에도 적잖은 이들이 이와 같은 이유로 채식을 시작한다. 채식으로 건강을 지키고, 지구도 지키는 일석이조의 기쁨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자.
이진민 아나운서는 "내 몸만 지킨다고 생각하지 말고, 내 생활습관이 지구를 살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라"며 "내 식성이 변한 것만으로도 지구가 살아난다"고 강조했다.
▲우유 대신 두유를 이용해 만든 스프. 완전 채식주의자(비건)들은 지금의 과도한 우유 섭취 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한다. 그만큼 생명권에 예민한 감각을 갖게 된다. ⓒ프레시안(최형락) |
결국 소수자에 대한 배려
채식주의자는 매우 적다. 아직 한국 사회는 소수자에 관대하지 않다. 조직생활을 하면서 강단 있게 채식을 하기란 굉장히 어렵다.
삼겹살 회식을 하러 갈 때는 무작정 빠지거나 화를 내지 말자. 오히려 "채식주의자 하나로 인해 회식 자리도 맘 대로 못 정하나?"라고 미운털만 박히기 십상이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어울리되, 채식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부드럽게 말하자.
김 국장은 "몸이 안 받는다고 말해 동의를 얻어라. 괜히 미안해하지 말고 자신의 권리를 당당히 요구해라"며 "내 생활 습관을 지키겠다고 회식 자리에 빠지는 건 더 좋지 않다"고 말했다.
물론 말이 쉽지, 지조를 지켜가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대부분 채식도전자들이 결국 직장생활 때문에 채식을 포기하게 된다. 수직서열화가 고착된 한국 사회에서 때로 식사자리는 권력의 상하관계를 확인하는 의미도 지니기 마련이다.
실제 비건에 실패한 상당수 채식주의자들은 직장 생활에서 오는 압박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고기를 섭취한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 다름을 인정할 줄 아는 온 사회적 인식의 성숙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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