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과 민주당 이미경 의원,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 민주노총,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등은 27일 국회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경찰이 삼성을 의식해 제대로된 수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정부가 나서 김 씨의 죽음에 얽힌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김칠준 부회장은 "故 김 씨의 투신 당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철저히 밝히는 것은 경찰의 몫이지만 (경찰은) 삼성의 일개 부서에 불과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의 회의를 느끼게 하는 행태를 보였다"며 "삼성이 경찰에 보낸 CCTV가 편집된 화면이었음에도 담당 경찰은 그 사실도 알지 못했고 유족들이 CCTV 원본을 삼성 측에 요구하자 경찰이 나서 넘겨주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경찰과의 다툼 끝에 유가족이 넘겨받은 CCTV 원본을 확인한 결과 故 김 씨는 4시 22분부터 6시 44분까지 4차례에 걸쳐 투신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두 번째 시도였던 5시 55분~6시 10분 사이에는 복도 창틀에 걸터앉은 채 관리 직원과 약 5분간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포착됐다. 직원의 연락을 받고 온 관리직원은 김 씨를 숙소인 603호에 데려다 놓은 후 1분 만에 방을 나왔고, 김 씨는 즉시 방에서 다시 나와 14층과 13층에서 각각 투신을 시도했다. 네 번째 시도에서 김 씨는 13층 창틀에 15분 가까이 앉아있었고, 6시 47분 경 화면에서 사라졌다.
김 부회장은 "지난 1월 3일 여성 노동자의 투신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사측은 아무런 안전대책을 취하지 않았다"며 "2시간 동안 고인이 겪은 상황을 고려하면 막을 수 있는 사고였지만 사측은 고인을 방에 데려다 놓고 1분 만에 나왔으면서도 경찰에는 5분 정도 김 씨를 안정시켰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이러한 사안을 확인해야 하는 건 경찰임에도 (하지 않아) 유가족이 초 단위까지 세가며 체크해서 밝혀낸 사안"이라며 "경찰은 삼성의 하부기구 노릇을 하지 말고 책임을 가리라"고 요구했다. 그는 "또한 건장한 청년이었던 김 씨가 어떻게 입사 1년 만에 우울증이 겪을 정도로 격무에 시달렸는지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에 나서 노동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지난 11일 충남 아산 탕정면 삼성전자 가숙사 13층에서 뛰어내린 고(故) 김주현(25) 씨의 영정 ⓒ프레시안(김봉규) |
정의헌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지난해 故 박지연 씨와 함께 김 씨의 사고는 삼성 재벌이 노동자들을 어떻게 다루고 어떤 조건에서 일을 시키는지를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라며 "민주노총도 삼성의 무노조 정책에 맞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점을 반성하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삼성 문제를 전 사회적인 차원에서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발언대에 선 故 김 씨의 부친 김명복 씨는 "주현이가 제대로 피어보지도 못한 채 싸늘히 식어버린 원인을 알지 못하면 평생 가슴에 짐을 안고 살 것 같다. 하지만 삼성은 이런 아버지를 모텔로 불러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추악한 행태를 보였다"며 발언 내내 흐느꼈다. 故 김 씨는 숨진 지 17일이 지난 이날까지 충남 천안 순천향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하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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