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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를 말하려면, 먼저 이것부터…"

[이태경의 고공비행] "부동산 정책, 공공임대주택만으로는 안 된다"

복지국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논쟁은 대체로 복지국가 vs 복지, 보편적 복지 vs 선별적 복지, 증세론 vs 증세불가론 등을 축으로 진행되고 있는 듯 하다. 아직 대한민국의 장래 국가모델로 복지국가를 채택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형성되지 않은 만큼 복지국가를 구성하는 각 부문에 대한 각론 수준의 논의는 많이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복지국가'가 2012년 총선과 대선을 관통하는 화두라고 할 때 복지국가에 대한 총론 수준의 논의만이 아니라 각론 수준의 논의도 깊이 있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는 것은 췌언을 요하지 않을 것이다.

주목할 것은 다른 분야에 비해 부동산 부문에 대한 복지국가적 해법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서 부동산이 지닌 중대성과 다양한 함의에 비춰 볼 때,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그룹에서 부동산 문제를 홀대(?)하는 느낌마저 주는 것은 매우 의외이다. 물론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그룹에서도 부동산 문제의 심각성을 모를 리 없고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정책들을 고안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복지국가의 철학과 이상에 부합하는 부동산 정책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총체적 이해가 선행돼야

부동산 문제에 대한 해법을 마련함에 있어 무엇보다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부동산 시장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이다. 다른 시장도 그렇지만 부동산 시장만큼 다양한 거시적, 미시적 요소들이 영향을 미치는 영역도 드물다.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우선 부동산 시장은 각종 거시경제 지표들(금리, 환율, 무역수지, 경제성장률, 1인당 실질구매력, 실질 GDP 등)의 규정을 강하게 받는다. 경제의 글로벌화가 부쩍 촉진된 2000년 이후 부동산 시장에 대한 거시경제 지표들의 영향력은 한결 심화됐다.

부동산 시장 밖에서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거시경제 지표들의 안쪽에 부동산 시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정부의 각종 부동산 정책들이 자리한다. 공급(공급량-공급유형과 로케이션 등, 분양방식-원가공개, 후분양제, 청약제도 등)정책, 수요(세제-보유세 및 양도세, 실질주택보급율 등)정책, 금융(주택담보대출-LTV 및 DTI 관리)정책, 공공임대 주택 건설 등의 주거복지정책, 개발이익환수정책(개발부담금, 재건축 규제 등)등이 그것이다.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 사용하는 정부의 각종 부동산 정책은 각종 거시경제 지표들의 영향력 아래 놓여있기 때문에 그 효과가 제한적이거나 부작용을 수반하기 일쑤다.

건국 이후 최초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부동산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했던 참여정부가 전 세계적인 유동성 과잉현상을 간과한 나머지 기대했던 만큼의 정책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그 좋은 예다. 올바른 부동산 정책을 수립하는 데에는 대내외적 경제여건과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 ⓒ프레시안 (조형·사진 = 손문상 화백)

토지를 독립적으로 취급할 필요

기실 토지문제는 부동산 문제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라 할 정도로 중요할 뿐 아니라 국민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참으로 심대하다. 역설적인 사실은 대한민국을 주름잡고 있는 사익추구세력들은 이런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데 반해 진보개혁 진영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다. 참여정부가 이룬 최대의 성취라 할 종부세에 대한 사익추구세력의 간단없는 증오와 저주는 사익추구세력이 토지를 얼마나 소중하게 취급하고 있는지, 보유세가 자신들의 물적 토대에 얼마나 심각한 위협이 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반면 진보·개혁 진영은 토지문제가 한국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무지하며, 토지문제를 독립적인 테마로 다루는 데 인색하다. 진보개혁 진영의 이런 태도는 종부세에 대한 폄하(貶下)나 비판을 통해 여실히 확인된다.

단언하건대 토지문제의 해결 없이는 복지국가 그룹이 꿈꾸는 주거복지의 실현이 요원할 뿐 아니라 자산양극화로 인한 빈부격차 심화, 정부의 재정운용 왜곡, 산업구조의 후진화, 부정부패 양산, 주기적인 경제 위기, 노자(勞資)간의 대립 격화, 높은 부동산 가격으로 인한 자원의 왜곡 및 실질구매력의 위축, 국가경쟁력 약화 등과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복지국가 건설을 지향하는 학자들이나 정치가, 운동가들은 토지문제가 지닌 함의와 중대성, 토지의 독립성을 명확히 인식한 상태에서 제도와 정책을 설계해야 할 것이다.

보편적 복지를 이룰 정책 조합은?

보편적 복지를 부동산 시장 혹은 주거분야에서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시장과 정부, 분양과 임대, 소유와 점유 간에 최적화된 정책 조합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시장과 정부, 분양과 임대, 소유와 점유를 이항대립적인 관계로 파악하고 전자에 대한 후자의 우위를 강조하는 것은 부동산 문제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한 단견에 불과하다.

공공임대의 전면적인 확대를 보편적 주거 복지를 실현하기 위한 대표적인 정책수단으로 생각하는 그룹이 있는데, 공공임대의 확대는 좋은 정책이지만 공공임대의 확대가 보편적인 주거복지를 구현하기 위한 가장 좋은 정책 수단도 아닐뿐더러 이 정책만 가지고는 부동산 문제의 해결은 고사하고 보편적 주거복지의 실현도 난망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독일 같은 경우는 전체 주택 시장이 소유 50%, 민간임대 40%, 공공임대 10%로 구성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어떤 국가보다도 주택시장이 안정되어 있고 주거권이 보장되어 있다. 요컨대 자가 소유의 확대가 만능이 아니듯이 공공임대의 전면적인 확대가 주거복지 실현의 첩경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보편적 주거복지의 실현을 위한 정책패키지를 어떻게 설계하는가 하는 점이다. 보편적 주거 복지의 실현을 위해서는 부동산 시장의 총체성에 기반한 정책패키지의 도입이 필수적이다. 수요(보유세, 양도세, 개발이익환수, 임대소득세 등)정책, 공급(토지임대부, 환매조건부 공급, 후분양제)정책, 금융(주택담보대출 관리)정책, 주거복지(소득별로 맞춤형 주택공급 필요, 유형별 공공임대 공급 추진, 사회적 혼합 고려)정책 등이 이 정책패키지의 구체적인 내용이다.

총체적 부동산 정책 패키지의 도입이 보편적 주거복지를 담보한다는 사실은 공공임대주택의 예를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공공임대주택 확대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저가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저렴한 택지가 공급되어야 하고 예산 제약의 문제가 해결되어야한다.

그런데 보유세 등의 세제를 통한 투기적 가수요 억제 정책, 토지임대부 및 환매조건부 공급 정책, 주택담보대출 관리 등이 어우러진다면 토지 및 주택 가격이 하향 안정화될 것이고,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위한 저렴한 택지공급이 한결 용이해질 것이다. 또한 시장에서 저렴한 주택을 매수할 수 있기 때문에 공공임대 주택 건설 수요가 줄어들어 예산 압박도 현저히 약해질 것이다. 이처럼 보편적 주거복지 실현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수요·공급·금융 등을 망라한 총체적인 정책패키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주거복지를 넘어서

보편적 주거복지 혹은 보편적 주거권의 보장은 복지국가주의자들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주거에 대한 근심에서 해방되는 것은 더 좋은 대한민국을 희망하는 모든 이들의 소망이기도 하다. 관건은 이를 실현할 철학과 정책수단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위에서 일별한 것처럼 보편적 주거복지의 실현은 토지를 근간으로 하는 부동산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없이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이며, 설사 어렵게 이뤘던 해도 유지하기 어려운 꿈이다. 따라서 보편적 주거복지를 지향하는 이들은 필연적으로 부동산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추구할 수밖에 없으며, 이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선(先)시장의 정상화, 후(後)공공의 개입이 부동산 문제의 근본해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한 부동산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주거복지의 실현과 같은 협애(?)한 정책 목표가 아니라 역동적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패러다임 층위의 과제라는 사실도 알게 될 것이다. 부동산 문제는 한국사회의 모순이 집약된 몸통이며,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위한 단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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