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사망한 청소 노동자 빈소가 텅 비어 있던 이유?"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사망한 청소 노동자 빈소가 텅 비어 있던 이유?"

홍희덕 의원·참여연대, 청소 노동자 간담회 열어

홍익대학교 청소‧경비‧시설관리 노동자들의 본관 점거 농성을 계기로 해마다 반복되는 파견 용역 노동자들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단지 한 학교의 문제가 아니라 실질적인 사용자로부터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법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18일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과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가 '청소노동자 근무환경 개선과 고용불안 해소를 위한 좌담회'를 열었다. '유령' 취급을 받는 파견 노동자들의 현실을 되짚고 변화의 방향을 고민하는 자리다. 청소 노동자 출신인 홍 의원부터 홍대 노동자들과 함께 농성하는 공공노조 서경지부(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서울경기지역 공공서비스 지부),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대학생, 트위터를 통해 시민사회의 연대 방법을 모색하는 영화배우 김여진 씨까지 홍대 사태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모두 모였다.

파견 노동자들에게 '관심'이 필요한 이유는 좌담회가 열리기 전부터 나왔다. 이날 좌담회가 열린 국회 의원회관에 발언자로 나선 이상선 공공노조 서경지부 조직부장이 의원회관 입구에서 직원들에게 제지당했다. '노동기본권 쟁취, 비정규직 철폐'라고 쓰인 조끼를 입고 들어가려 했다는 게 이유다. 지난해 8월에도 국회 사무처는 같은 이유로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와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의 기자회견 중 마이크를 끄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이러한 '해프닝' 하나가 노동자들에 대한 인식을 드러내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홍희덕 의원은 "경찰이 제복을 입는 것처럼 노동자들이 투쟁 조끼를 입는 것이 당연한데 왜 가로막는가"라며 "(이런 사례가) 국회나 관청 등 대표기관의 노동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 만들기 전엔 관리소장의 말 한 마디가 법이었다"

ⓒ프레시안(김봉규)
이러한 '인식'의 차원은 국회나 학교 등 청소 용역을 사용하는 기관이나 대동소이하다. 이상선 부장은 "2007년 교육부로부터 받은 전국 대학의 용역 계약서를 보면 규모나 명성에 관계없이 모두 열악했다"며 "최저임금은 기본이고 근로계약서뿐 아니라 도장까지 관리자 측이 가져가 노동자들이 일한 만큼 돈을 받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근로계약 실태만으로는 이들의 고충을 다 말할 수 없다. 이 부장은 "2003년 대구지하철 방화사건 때 청소노동자도 3명이 숨졌지만 도시철도공사는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용역 업체는 책임을 질까 두려워 아무도 빈소를 찾지 않았다"며 "열악한 휴식공간에 아파도 사람을 대체하지 못해 쉬지도 못하고, 대다수가 여성이어서 남성 관리자로부터 성추행을 당하거나 남성 노동자보다 부당한 대우를 받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법으로 보장된 노동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뭉치는 것밖에 없다. 2000년 서울대 시설관리 노동조합을 시작으로 경북대, 도시철도, 고려대, 성신여대, 연세대 등 파견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어 적정 임금과 고용 승계 약속을 이끌어냈다. 40만 명이 넘는 청소 노동자 중 일부에 그치는 숫자지만, 침묵하던 이들이 스스로 '권리 찾기'에 나서 일군 성과다.

2007년 만들어진 덕성여대 노조의 한원순 분회장은 "노조가 결성되기 전 관리소장은 절대 군주였다. 말 한마디가 법이었고 이를 어기면 해고당했다"며 "소장의 지시가 있으면 비오는 날에도 머리에 쓰레기 봉투를 쓰고 풀을 뽑으러 나가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노조를 결성하고 소장의 전횡과 폭압적 언사를 학교 측에 전달하고 학생들과 함께 알려 교체했다"며 "그 동안은 해고당할까봐 말하지 못했던 주 5일제 근무와 복지 개선도 꾸준히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 분회장은 "노조가 만들어지고 가장 좋아진 건 일상적인 성희롱이 없어지는 등 인간적인 대우를 받게 된 것"이라며 "하지만 홍대의 경우 바꿔나가는 과정이 더 힘들고 다른 곳에서도 해마다 같은 싸움이 벌어지는 게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노조 가입 이유로 계약 해지하는 건 부당 노동행위로 봐야"

파견 노동자 스스로의 힘으로, 때로는 도움을 받으며 조금씩 문제가 해결되곤 하지만 사회 전체로 보면 미미한 수준이다. 결국 개별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갈등이 제도적 개선을 고민하는 방향으로 모아져야 한다는 얘기다.

민주노총 법률원의 권영국 변호사는 "청소 노동자 사례를 개별적 근로관계 측면에서 보면 저임금, 고용불안, 노동자 복지 문제로 압축된다"며 "근로시간에 관계없이 포괄임금이란 명목으로 뭉뚱그려 책정하거나 최저입찰제로 용역업체를 선정할 때 하한선을 주는 제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집단적 근로관계 측면으로 보면 간접고용된 노동자들은 사실상 용역 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하는 방식으로 원청으로부터 해고를 당해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며 "노동조합법 상에 사용자 개념을 확장해 계약 체결과는 무관하게 실질적 지배 관계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홍대 사태처럼 노조 가입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는 해위는 부당노동행위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인덕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정책과장은 "지난 2006년 실태조사 이후 2007년 청소 용역 근로자의 인권개선을 노동부 등에 권고한 바 있었지만 또다시 원점으로 들어간 느낌"이라며 "다시 검토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적으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화두가 되고 있다"며 "기업들의 인권 경영 시태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제도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또 하나의 조건은 여론이다. 최근 홍대 사태 역시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들이 언론을 앞서 소식을 알리고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여진 씨는 "최근 공연한 <엄마를 부탁해> 연극에서 '왜 나는 그 사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더 이상 알 것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을까'라는 대사가 있다"며 "당연하게 존재하는 이들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에서 홍대 어머님들에게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인터넷에서 말만 하고 화만 내던 '트위터리안'들이 홍대 총학생회의 '외부세력' 발언 등을 거치면서 신문광고나 바자회 등의 연대 방법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사회를 지금보다 좋게 만들고 싶지만 방법을 잘 찾지 못한 이들에게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교는 계속 귀를 막고 있으면 관심이 사그라지고, 주목하지 않으면 노조도 흩어질 거라 생각하겠지만 저는 이 사태가 어떻게 결론이 날지 끝까지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