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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없는 설움이 이런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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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없는 설움이 이런 건가요"

"2년마다 재계약 걱정에 한숨"…전세난에 대출받는 사람들

서울 성북구 정릉동에 사는 김지영(가명‧28) 씨는 요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세 재계약 날짜가 다가오면서 집주인이 전셋값을 시세대로 올려 받겠다고 운을 띄워놨기 때문이다.

김 씨는 지난 2009년 2월, 지금 사는 79㎡(24평)짜리 아파트에 1억3000만 원 전세로 들어왔다. 2년 가까이 지난 지금, 성북구 일대 비슷한 크기 아파트 전셋값은 평균 2,3천만 원 정도 올라 있다. 소형 아파트는 특히 물량이 적어서 '부르는 게 값'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김 씨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김 씨는 "2년마다 전셋값 오르는 데 신경 쓰고 스트레스 받아야 하는 것이 집 없는 설움인가"라며 씁쓸해 했다.

김 씨가 지난 2년 동안 모아놓은 돈은 1300만 원. 3000만 원을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사도 고려해 봤지만, 어차피 다른 지역도 가격이 오르기는 마찬가지여서 이사비용만 더 들겠다는 생각에 단념했다. 그는 "2년 만에 3000만 원을 모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대출받아서 전세금을 올려줘야 하는 상황에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 서울 잠실 단지 내 부동산에서 한 시민이 주택관련 게시물을 살펴보는 모습. 전셋값이 오르면서 전셋값 일부나 오른 만큼의 전셋값을 월세로 지불하는 '보증부 월세' 일명 '반전세'가 늘고 있다. ⓒ연합
도심에서 서울변두리로, 서울에서 경기도로 쫓겨나는 사람들

떨어질 줄 모르고 치솟는 전셋값에 세입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본격적인 이사철인 10월이 지나면서 전셋값은 잠시 주춤했지만, 꾸준히 오르는 추세는 여전하다. 국민은행이 조사한 12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계절적 비수기의 영향으로 전반적인 전셋값 상승세는 둔화했지만, 전셋값은 여전히 매매가를 웃돌고 있다. 전국 주택 전셋값은 전월대비 0.7% 상승했고, 수도권은 0.6% 올랐다.

그나마 김 씨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그는 "어떤 집은 집주인이 7000만 원까지 전셋값을 올려달라고 해서 이사를 간 경우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잠실 새 아파트에 들어간 또 다른 세입자는 "서울 강남권 전셋값은 아무도 못 따라가는 것 같다"며 "89㎡(27평) 전세가 2년 전보다 1억5000만 원 올라서 경기도로 이사를 가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도심에서 서울변두리로, 서울에서 경기도로 집을 옮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109㎡ 새 집 팔아 66㎡ 전세 겨우 구해"

다른 지역에 살다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수도권으로 이사를 오는 사람은 서울 집값에 입을 떡 벌리곤 한다. 남편이 서울로 직장을 옮기는 바람에 대구에서 이사를 준비하는 양미선(가명‧35) 씨가 바로 그런 경우다.

양 씨가 구한 서울 강동구 아파트 전셋값은 2년 전보다 4,5천만 원이 올라 있었다. 양 씨는 남편의 발령을 앞두고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집 상태도 제대로 살펴보지 못하고 융자 낀 집인지 아닌지만 확인하고 계약했다"고 말했다. 부동산중개업소에서도 요즘은 전세물건이 나오면 바로바로 나간다며 빨리 집을 잡으라고 했다는 것이다.

양 씨 또한 "막상 부동산중개업소에 알아봐도 전세 나온 집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며 "지금 대구 집은 2년 된 새 아파트이고 109㎡(33평)인데 살던 집을 팔아 서울 변두리 동네에 10년 넘은 66㎡(20평)대 아파트 전세를 겨우 얻었다"고 하소연했다. 지방에서 집 살 돈으로 서울에서 집 사는 건 꿈도 꿀 수 없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양 씨는 "또 이사한다면 이사비용, 도배장판비용, 부동산수수료로 몇백만 원을 또 날려야 한다"며 "2년 후가 또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광진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최근 3년 동안 전세물건은 나오는 족족 빠졌다"며 "전세난이 수그러들었다기보다는 물건이 없으니 거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3~4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이사를 많이 다녔는데 요즘은 이사량 자체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도 가격이 오르기는 마찬가지인데 이사 비용이 많이 들어 오른 전셋값을 감수하고 그냥 눌러산다는 것이다.

새 아파트 계약 만료에 전체 지역 전셋값 들썩

새 아파트가 들어선 지역의 전셋값은 더욱 가파르게 오르는 추세다. 2년 전 밀어내기 물량이 쏟아지면서 비교적 싼 가격에 입주한 세입자들의 이사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 사이 전셋값 오름폭이 커 세입자들은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하고 대거 새 전세를 찾아나섰다.

송파구 ㄱ부동산중개업자는 "새 아파트에 세든 사람들이 오른 전셋값을 못 이기고 다른 오래된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잠실 아파트 전체 시세가 올랐다"고 말했다. 송파구 전셋값은 작년 동월보다는 3,4천만 원 정도 올랐고, 지난해 10월 이사철보다 1000만 원가량 더 올랐다. 그는 "그럼에도 기존에 살던 사람들은 이사를 안 하려고 하고, 새로 들어오려는 사람도 돈을 더 얹어주고라도 들어오려고 한다"는 분위기를 전했다.

전세를 사는 사람들은 2년마다 악몽이 반복된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뚜렷한 해법은 없는 실정이다. 신혼부부들은 "신혼부부를 위한 전세자금 대출도 자격 조건이 까다로워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부부소득 합산 3000만 원 미만인 경우에만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전셋값 상승에 뚜렷한 해법이 없어 큰 문제"라며 "당장은 전세 공급을 늘릴 방법도, 전세 수요를 줄일 방법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변 교수는 "굳이 임시로라도 쓸 방법을 찾는다면 공공이 민간 임대주택을 장기계약하고 공급하는 계약임대주택제도를 활용하는 방안이 있다"면서도 "뉴타운 등의 재개발 속도를 줄여 저렴한 임대주택 매물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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