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소리없는 살인자'의 습격…자동차 공장 안은 온통 발암물질"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소리없는 살인자'의 습격…자동차 공장 안은 온통 발암물질"

금속노조 토론회 "기밀 규정 남용, 은폐된 독성물질"

9044개 화학제품 중 독성물질이 포함된 물질이 절반에 이르고 1‧2급 발암물질이 열 개 중 하나 꼴로 들어있다. 전체의 44%에 '기업 비밀'이라는 이름으로 성분을 알 수 없는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정부가 정한 기준대로 발암물질을 표기하지 않는 비율은 60.8%에 달한다. 성인 사망원인 1위가 암인 한국에서 측정된 자동차 사업장의 현실이다.

직업병 암에 대한 관리와 대처 방안에서 한국은 선진국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인 산업재해와 달리, 발병 원인을 쉽게 규정짓지 못하는 암의 특성상 다양한 환경 요인에 대한 관리와 감시가 뒤따라야 하지만 정부의 기준도, 이를 준수하려는 기업의 노력도 부족한 편이다. 기반이 부실하니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어떤 물질을 다루고 있는지 알기란 더욱 힘들다.

정부의 허술한 관리가 발암물질 남용 불러

금속노조와 발암물질감시네트워크가 14일 금속노조 산하 64개 사업장에서 측정한 발암물질 현황을 놓고 토론회를 열었다. 김신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은 "노동부나 국제암연구소에서 정한 발암물질이 (현장에 비치된) 물질안전보건자료(MDMS)에는 발암물질로 표기되지 않은 비율이 높아 노동자들이 발암물질을 사용하면서도 잘 모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벤젠의 경우 벤젠 함유여부가 명시되지 않은 77개 제품 중 28개에서 검출돼 스프레이로 분사하는 일부 사업장의 경우 고농도 노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에 따르면 벤젠 이외에도 25개 시료에서 석면이 검출됐고 신경독성물질인 노말헥산이 3개, 급성 간 괴사를 일으키는 다이메틸폼아마이드(DMF)도 1개 시료에서 발견되었지만 성분 표기에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절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노동자에게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물질이다.

김 소장은 "자동차 사업장에서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는 발암물질이 남용돼 불필요한 노출이 발생하고 있다"며 "또한 기업비밀 규정이 남발돼 독성정보를 확인조차 할 수 없고 벤젠의 경우 함량 표시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자동차 생산라인 전경 ⓒ뉴시스

이런 배경에는 정부의 허술한 발암물질 관리가 있다. 노동부가 정의한 발암물질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과 노동부 고시, 산업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등 법령별로 규정하는 발암물질의 기준이 다르고 이에 따라 규정된 가짓수도 제각각이다. 그나마 이러한 발암물질을 규정한 근거도 모호하다. 정부는 금속노조의 조사가 시작된 최근에야 UN의 '화학물질 분류·표시의 국제기준(GHS)'에 따라 발암물질을 지정해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토론회에 참석한 정진우 고용노동부 산업보건과 과장은 "화학물질 평가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발암물질에 대한 법적 관리대상 및 관리 수준을 심의하겠다"며 "국제노동기구(ILO)의 직업성 암 협약 비준을 준비 중이며 이를 통해 발암성 물질에 대한 관리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소장은 "노동부가 발암물질 관리체계의 부실을 인정하고 추진하는 변화가 긍정적이지만 외국의 사례와 비교할 때 이제 걸음마 수준"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은 GHS에 기초한 규정을 만들어 사업주가 덜 위험한 물질을 사용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는 강제 규정이나 세금 부과 등 가격정책도 동원한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의 고인섭 노동안전실장은 "볼보의 경우 블랙(금지물질)-그레이(사용주의 물질)-화이트(안전한 대체물질) 리스트를 만들어 화학물질 관리기준을 강화한 대표적 사례로 인정받고 있다"며 "현대차도 이와 같은 시스템을 노사 합의하에 제정하고 더욱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는 부품사를 포함해 금지물질을 사용하지 않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조합이 스스로 작업장 안 발암물질 조사에 나선건 자동차 산업뿐이 아니다. 전국민주화학섬유노동조합연맹도 13일 27개 사업장에서 조사한 1차 진단사업 결과를 발표하고 3484개 물질안건보건자료 중 발암물질이 포함된 비율이 11.5%에 달한다며 정부가 외국 기준에 따라 발암물질 기준을 확대할 것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