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에 의한 일자리 300만 개'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이명박 정부가 초라한 성적 속에 꺼내든 '대안'인 '국가고용전략2020'이 사실상 비정규직 양산 계획 외에는 확실한 대책을 약속하지 않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하지만 고용 유연화가 한국 고용시장의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13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낸 보고서도 노동 시장이 양극화된 상황이 고착되는 상황에서 단기적 경기변동만을 고려한 유연화 정책을 편다면 오히려 노동 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0여 년 동안 바뀌지 않고 반복되는 고용 문제의 책임을 한 쪽에만 지울 수는 없다. 노동 시장에 대한 해법으로 시장 자율과 노동 유연화만 되뇌는 정부도, 정규직 중심의 고용안정에 쏠린 대책 마련에 치중했던 노동계도 여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노동계가 국가고용전략에 거세게 반발하는 만큼 대안 역시 제시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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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고용전략2020, 노동 유연화는 구체적…나머지는 모호해"
민주노총과 한신대 평화공공성센터가 14일 '고용위기, 대안을 말하다' 심포지엄을 개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나의 원인으로 현재 고용 위기를 설명할 수 없는 현실에 알맞은 고용 전략을 모색하고, 이에 따라 노동계가 개입할 수 있는 세부적인 활동 방향을 찾기 위함이다.
정이환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정부의 장기 고용정책인 '국가고용전략2020'에 대한 비판에 초점을 맞췄다. 정 교수는 "정부가 일자리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지난 6월 발표됐던 고용전략 초안과 비교해 봐도 고용 창출을 위한 국가의 직접적 역할, 하도급 거래 공정성 확보방안,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 보호 제도 등의 내용이 있었지만 검토 과정에서 대부분의 내용이 약화되거나 제외됐다"고 지적했다.
'국가고용전략2020'이 고용영향평가제도나 지방자치단체 주도의 고용 창출, 근로자 저축 휴가제도 등 일자리 제고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는 계획은 '검토' 수준의 모호한 전망만을 제시한 반면, 노동 유연화 정책은 탄력적 근로시간제도의 단위기간을 늘리기로 하는 등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것이 정 교수의 설명이다.
전병유 한신대 교수도 "정부와 사용자는 여전히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관성적으로 이야기한다"며 "지금도 명예퇴직 등의 방식으로 대기업과 공기업은 유연적인 고용 조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연성 문제보다는 대기업의 숙련현성시스템 부재나 중소기업 노동자와의 임금 격차 등 고용 불안전 및 일자리 질의 저하 문제가 더 시급한 과제라는 말이다.
전 교수는 "한국의 300인 이상 사업장 일자리는 2009년 기준으로 공공부문을 다 합쳐도 11.8%에 불과하지만 주요 선진국들은 이 비율이 40~50%에 달한다"며 "막대한 유보이윤을 축적하면서도 고용 투자는 하지 않는 대기업의 전략은 중장기적으로 숙련-고용의 결핍으로 인한 시장 실패로 귀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대규모 사업장 및 고공부문에서 청년고용할당제 등을 도입해 고용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의 지원 없이는 커질 수 없는 사회적 서비스의 질을 확보하고 최대노동시간 상한제 등 직접 규제를 통해 실제 근로시간을 줄이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전 교수는 제안했다. 통상임금은 낮고 특근 수당 등이 높아 노동자가 스스로 초과 근로에 나서는 현상을 개선해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한국에도 '로제타 플랜' 필요해"
세대별 노조 청년유니온의 조성주 정책팀장은 청년 실업 문제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 팀장은 "청년층 저임금 노동자 비율이 30%로 중장년층의 23%보다 훨씬 높은 수치"라며 "청년층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1996년 39.3%에서 2010년 7월 기준 22.6%까지 하락하는 등 고용안정망에서 배제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조 팀장은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은 벨기에의 '청년고용할당제(로제타 플랜)'가 효과가 없다고 했지만 1999년 로제타 플랜 시행 이후 22%였던 청년실업률이 15%로 급락했다"며 "이는 로제타 플랜으로 만들어진 일자리의 50%가 정규직이었으며 100인 이상 사업장에서 만들어진데 기인한다"고 덧붙였다.
이상호 금속노조 정책연구위원은 민주노총 등 노동운동진영이 고용위기 시대에 맞은 새로운 고용연대전략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한했다. 이 위원은 "노동조합의 구성원이 기업내부 노동시장의 울타리에 갇혀 고용에 악영향을 미치는 외부적 요인에 무관심하고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해결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못했다"라며 "이에 따라 '비정규직 투입'과 '장시간 노동체제'를 자신의 고용안정을 위한 완충장치로 착각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라고 비판했다.
이 위원은 "고용 연대의 핵심은 '일자리 공유와 나누기'"라며 노동조합이 이러한 전략을 사회적 화두로 만들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고용을 유지하고 해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법에서 규정하는 보호규정을 강화한 차원의 고용안정협약을 마련하고 고용보험제도를 미취업자와 실업자의 고용 촉진을 위해 활용하는 안 등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사회보험료 지원 등을 정부가 제공하고 향후 5년 내 주 35시간 협약노동시간제도 도입 등 실제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한 과제도 제안했다.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도 "이중화된 노동시장의 주변부를 보면 대부분 저임금‧비정규‧비공식 일자리이고 취업을 해도 실직과 근로빈곤을 오가는 악순환을 하는 특징이 있다"며 "이들의 높은 이동성을 고려해 노조가 공제회 등 상호부조 제도를 만들어 지원하는 한편 비정규직 개선과 사내하도급에 대한 적법한 규제 등을 통해 중심부 일자리로 끌어들이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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