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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비정규직, 농성 해제…이후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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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비정규직, 농성 해제…이후엔?

금속노조·지부와 공동투쟁본부 꾸려 나서기로

25일 동안 울산 현대자동차 1공장을 점거하고 파업에 돌입했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9일 농성을 풀었다. 교섭 국면으로 전환을 둘러싸고 '선(先) 농성 해제'가 걸림돌이 되면서 정규직 지부와 비정규직 지회 사이에 벌어졌던 줄다리기 싸움에서 지회가 양보한 셈이다. 이에 따라 향후 열리게 될 사측과의 교섭에서 불법 파견 문제에 대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관심이 모인다.

지회의 농성 해제에는 정규직 지부의 총파업 찬반투표의 영향이 가장 컸다. 파업 중반부터 사측과의 교섭을 위해 요구안을 조율하는 단계가 시작됐지만 '농성 해제'를 교섭의 전제로 내건 사측의 입장에 지부와 지회의 해석이 엇갈렸다. 지부가 충돌보다는 교섭을 통한 '원만한 해결'에 방점을 둔 반면, 지회는 농성장을 지키면서 금속노조가 결의한 연대 총파업에 지부가 동참해 사측을 압박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비정규직 쟁의 관련 고질적인 '노노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정규직 지부가 8일 마지막 카드로 조합원 찬반투표를 빼들었다. 산별노조인인 금속노조가 결의한 총파업이지만 지부 규약에 따라 조합원의 의사를 묻겠다는 뜻이었다. 총파업의 파괴력은 4만5000명의 조합원이 있는 현대차 지부의 결정에 좌우되는 만큼 부결이 날 경우 파급력이 막대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에 12월 초 총파업을 결의했던 금속노조도 지부가 조합원 의사를 묻겠다고 밝히면서 총파업 날짜를 확정짓지 못해 왔다.

지부의 총파업 찬반투표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회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단수와 단전, 하루에 한 끼밖에 제공되지 않은 식사로도 버텨왔지만 총파업이 부결되면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성장을 보호하고 음식물을 반입하던 지부의 역할이 사라지면 농성을 유지하기도 버거운 상황이었다. 8일과 9일 사이 농성장을 빠져나간 조합원이 늘어나자 지회는 총회를 개최하고 농성장의 전체 조합원이 참여해 토론을 시작했다. 정규직 지부는 이날 금속노조의 권고를 받아들여 개표를 14일까지 유보한다고 밝히면서 시간을 벌어 줬다.

지회는 토론 끝에 애초에 요구한 △파업을 일으킨 울산·전주·아산지회 비정규직 고용 보장 △지회 지도부 사내 신변보장 △불법 파견 교섭에 대한 대책 등 4대 교섭의제를 '보완 후 수용'하기로 했다. 1~3항은 그대로 수용하되 불법 파견 관련 대책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보완하기로 한 것이다. 농성 해제 여부를 찬반투표에 붙이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상수 비정규직 지회장은 모든 권한을 위임해 줄 것을 요청했고 받아들여졌다.

이후 금속노조와 정규직 지부, 비정규직 지회 지도부는 회의를 거쳐 오후 2시30분 경 농성장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농성을 해제하고 공동투쟁본부를 구성해 사측과 4대 요구안으로 교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자회견 이후 오후 3시부터 농성하던 비정규직 조합원들은 농성장을 빠져나가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성실 교섭을 촉구하는 항의 집회를 연 후 4시경 정문을 나왔다.

▲ 25일째 지속되던 현대자동차 울산1공장 점거 파업이 9일 종료됐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이경훈 현대자 정규직 지부장 뒤로 이상수 비정규직 지회장이 눈을 감고 고개를 뒤로 젖히고 있다. ⓒ뉴시스

비정규직의 양보로 얻어낸 교섭, 잘 풀릴 수 있을까

공권력 투입까지 검토되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었던 상황에서 결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한 발 물러나면서 앞으로의 향배가 주목된다. 농성에 참가한 일반 조합원들은 다음주 월요일인 13일부터 현업에 복귀해 공장을 재가동할 예정이다. 이미 영장이 발부된 지도부 16명은 정규직 지부 사무실 인근에 농성장을 꾸리고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농성 해제'를 놓고 벌였던 실랑이의 근본 원인이 사측에 대한 신뢰 문제였던 만큼 앞으로의 교섭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얼마나 얻어낼 수 있을 지가 관심사다. 교섭 요구사안에 조합원들에 대한 고소‧고발 및 손해배상, 치료비 등의 해결이 포함되어 있지만 사측이 확답을 하지 않는 상태여서 KEC 사태처럼 노사 관계가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또한 불법 파견에 따른 대책 마련 조항이 얼마나 구체적인 모습으로 교섭에서 논의될 수 있을 지도 물음표다.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는 이날 논평에서 "2004~2006년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에서 비롯된 사내하청 노동자의 파업 때도 사측은 농성해제를 전제로 내걸었고 이를 수용한 노조 지도부에 대해 고소‧고발로 대응했다"며 "사측의 신뢰할만한 대책제시가 없는 상황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농성해제를 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앞으로의 교섭 과정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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