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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파업, "맞은 사람은 있는데 때린 사람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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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파업, "맞은 사람은 있는데 때린 사람은 없나?"

물리적 충돌 잦아져…가족들 정몽구 회장 자택서 폭력 중단 호소

23일차에 들어선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파업 과정에서 한동안 잠잠했던 물리적 충돌이 최근 다시 잦아지고 있다. 파업 현장은 물론 노조 간부를 납치해 폭행하고 경찰에 인계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지만 이를 제지하는 움직임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현대차 정규직 노조와 시민사회단체 등이 폭력 중단을 촉구하면서 줄어든 충돌이 다시 재개된 건 역설적으로 노사가 교섭을 위한 요구 조건을 정리하던 시점부터다. 노조 측은 비정규직 지회와 정규직노조, 금속노조가 교섭 주체로 나서 불법 파견에 따른 대책을 논의하자고 제의한 반면, 사측은 농성를 해제하면 현대차 및 하청업체 노사가 만나 4자 협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농성 해제 여부를 놓고 노조 사이에도 의견이 엇갈리는 사이 파업의 확산을 막으려는 사측과의 충돌이 시작됐다. 주로 농성장 밖에서 파업에 참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압박하는 과정에서였다. 지난달 30일에는 울산 2공장에서 부분파업을 일으킨 조합원 100여 명이 대체인력 투입을 막다가 5명이 병원으로 실려 갔고 32명이 다치거나 연행됐다. 이날 사측은 식사 중이던 2공장 비정규직 대표 등 5명을 구내 버스로 납치해 구타한 후 경찰에 인계했다.

7일에는 출근 선전전을 벌인 후 휴식을 취하고 있던 비정규직 지회 대의원을 관리자와 용역 직원들이 끌어내 차량에 실은 후 폭행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 대의원은 구타 과정에서 고막 등을 다친 채 파업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각서에 서명하라고 강요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공장뿐만이 아니었다. 상대적으로 여론의 관심이 덜한 전주공장과 아산공장에서 벌어지는 폭력의 강도는 더하다. 1일에는 부분파업을 벌인 전주공장에서 사측이 퇴거명령서를 들고 조합원들을 끌어내면서 10여 명이 병원으로 후송됐다. 6일 부분파업 과정에서도 관리자들이 노조 간부를 채운 차를 조합원이 막아섰지만 그대로 차량을 출발시켜 6명이 부상을 입었다.

아산공장에서는 1일 정규직 노조 조합원들이 파업에 연대하는 차원에서 공장 정문에 천막을 세우자 관리자들이 몰려와 빼앗았고 이 과정에서 조합원 한 명이 갈비뼈가 부러졌다. 다음날인 2일에도 사측은 농성하는 조합원들이 설치한 컨테이너 건물을 지게차에 실어 철거했다.

정규직 노조가 보호하고 있는 1공장 농성장에서도 사측은 3일 철제 빔을 부착한 크레인 등으로 공장 유리창을 부수고 농성자들을 끌러내려고 시도했다. 이를 막던 정규직 대의원 3명이 다치고 여성 대의원 1명이 실신했다. 이날 사측은 헬멧과 방패로 무장한 용역 직원들을 공장 내로 들여보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사측 관리자 등은 붙잡은 조합원들을 경찰에 넘겨 연행하게끔 하고 있지만 경찰은 조합원들의 부상 경위 등은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지회의 주장이다. 지난달 15일 파업 첫날 충돌에서도 공장 점거를 예상하고 사측과 함께 대응할 것을 지시하는 공문이 발견돼 사실상 사측과 경찰이 공모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의혹을 산 바 있다.

▲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과 가족대책위 등 간접고용 철폐 공동행동단이 7일 서울 한남동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자택 담벽에 사측에 폭행당한 조합원들의 사진을 붙이며 폭력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프레시안(김봉규)

정규직 노조 "교섭 열리면 농성 풀어야"…지회와 입장차

현대차 측이 다시 관리자와 용역 직원을 동원해 농성장에 대한 물리적 압박을 가하는 것은 교섭 국면을 앞두고 자신들이 제안한 '4자 협의' 등을 관철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정규직화 요구에 대한 일반 조합원들의 의지가 높은 만큼, 파업 동력을 약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정규직 노조도 6일 확대운영위원회를 열고 총파업 관련 총회가 열리는 8일 이전에 교섭 창구가 열리면 비정규직 지회가 농성을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조는 농성 해제에 대한 압박과 물리적 충돌이 강해질수록 요구가 관철되기 전까지 농성장을 떠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어 차후 갈등이 더욱 심해질 우려도 있다.

한편으로 폭력 사태에 더욱 가슴 졸이는 이들이 있다. 비정규직 농성장에 있는 이들의 가족들이다. 지난 30일부터 서울에서 현대차를 상대로 1인 시위를 시작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가족대책위는 7일 한남동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폭력을 중단하라고 호소했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가족대책위원회 김경자 부대표는 "관리자와 용역 직원이 노동자를 폭행하고 경찰에 넘겨도 제대로된 신원확인도 하지 않아 맞은 사람만 있고 때린 사람은 없는 현실"이라며 "가난한 이들이 경찰과 법을 믿지 않으면 누구를 믿고 살아야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단지 법원의 판결에 따라서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게 얼마나 잘못됐다고 폭력에 시달려야 하나"라고 흐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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