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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인간 된 아버지, 그래도 농성장을 뜰 수 없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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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인간 된 아버지, 그래도 농성장을 뜰 수 없었던 이유"

현대차 사측, 6일 생산 재개했다가 3시간 만에 중단

6일로 파업 22일째를 맞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사연을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나섰다.

2002년에 입사해 9년 동안 일한 1공장 비정규직 조합원 황모(30) 씨는 농성 중이던 지난달 30일 부친이 식물인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했다. 지난 2006년 위암으로 쓰러진 부친은 그동안 합병증으로 병세가 악화돼오다 최근 치료가 어려운 상태에 놓였다.

부친의 소식을 듣고도 그는 농성장을 나가지 않았다. 이번 파업에서 성과를 얻은 후에 부친을 만나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이다.

황 씨의 200만 원 남짓 한 월급으로 부친의 병원비와 생활비를 충당하기는 불가능했다. 병원비로만 8000만 원의 빚이 쌓였다. 대법원의 현대차 불법 파견 판정은 그의 상황에도 적용되는데, 황 씨가 정규직이었다면 회사로부터 연간 약 2000만 원의 병원비를 보조받을 수 있었다. 정규직 지부 단체 협약에 따르면 의료보험급여 정산 후 본인부담금이 100만 원이 넘으면 2000만 원까지 지원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이다.

황 씨의 사례만이 아니다. 그와 같은 해 입사한 ㄴ(35) 씨는 최근 아내가 출산 후에 종양이 발견돼 농성장을 나갔다. 수술이 잘 끝나면 어떻게든 다시 농성장에 들어가겠다고 했지만 병원비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탓에 큰 부담을 안게 됐다.

지회는 이 밖에도 농성장에서 휴대 전화에 찍힌 신용카드 결제 내역을 보고 부친의 병환을 알게 된 이, 신혼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농성장에 합류한 이, 농성장에서 아이의 첫 돌을 맞게 된 이 등의 사연을 전했다.

지회는 "1공장에서 농성 중인 조합원들의 가슴 아픈 사연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많은 조합원들이 가족 얘기를 하기 꺼려하는데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아픔과 고통, 한이 서려있는 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현대차, 1공장 생산 라인 수동으로 전환…3시간 만에 중단돼

하지만 파업 3주가 지난 현재까지도 비정규직 노조와 사측의 대화가 시작될 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금속노조와 현대차 정규직 지부, 울산‧아산‧전주 비정규직 지회 등 3주체는 4일과 5일 교섭을 열기 위해 논의를 시작했지만 요구안을 결정하지 못했다.

현대차 측이 농성을 우선 해제하고 사측와 하청업체, 정규직 지부와 비정규직 지회가 만나 협의하는 안을 제시한 데 대해 3주체는 교섭 대상을 금속노조와 지부‧3지회 세 곳으로 하는 기존 요구를 고수하기로 했다. 농성 해제와 관련 검거 중인 1공장을 제외한 2‧3공장 및 전주‧아산 공장에서의 파업 및 라인 점거 시도를 중단하는 안이 논의됐지만 아산 지회를 주축으로 한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합의를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과의 충돌도 반복되고 있다. 지난 4일에는 포클레인과 크레인 등을 동원해 1공장 2‧3층 유리창을 깨트리자 농성자들이 창틀에 매달려 저항하는 일이 벌어졌다. 단수와 단전 조치도 반복되는 상황이다. 사측은 지난 주말 1공장 생산라인 개조 공사를 벌여 일부 공정을 수동 작업으로 전환해 6일부터 농성장 공정을 우회한 채 차량 생산을 재개했다가 3시간 만에 중단했다. 사측은 농성자들이 해당 전원을 차단해서 생산이 멈췄다고 밝혔지만

농성자들은 트위터 등을 통해 '전원 스위치가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고 항변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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