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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살상 현장에서 '감동적인 백제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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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살상 현장에서 '감동적인 백제 드라마'?

[김상수 칼럼] 이것은 미친 짓이다

충남도의 '대백제전' 수상공연,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공연인가?

충청남도 공주와 부여에서는 지금 초대형 행사가 연일 벌어지고 있다. 9월 18일부터 10월 17일까지 열리고 있는'2010 세계대백제전'이 그것이다. 우선 축제의 명칭이 부담스럽게 받아들여진다. 백제전 앞에 굳이'세계(世界)'와 '대(大)'라고 하는 수식어를 붙일 만큼 축제는 과연 이름에 값하는 내용일까? 실력과 내용은 형편없는데, 그저 이름만을 앞세우는 허장성세로 일관하는 위험성은 없는가? 수식어를 붙여야만 할 조바심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내용은 보잘 것 없는데 이름만을 거창하게 앞세운 허장성세의 위험성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이틀간 전체행사장을 둘러보고 우려가 됐다.

특히 프로그램 중에서 주최 측이 "야심차게 준비했다"는 대표적인 것이 "백제 역사와 백제의 부활을 담았다"는 수상공연'사비미르'(부여 백마강 낙화암 수상공연장,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무대미술과 교수 윤정섭 총감독, 한예종 연극원 극작과 교수 김광림 구성/연출)와'사마 이야기'(공주 고마나루 수상공연장, 한예종 연극원 연출과 교수 박근형 연출, 한예종 연극원 극작과 교수 박상현작 )임을 들 때 그런 허풍의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신비의 왕국 백제와 백제인의 기상을 표현했다"는, "출연진만 400명이 넘고 갖가지 특수효과를 동원한 대형 뮤지컬 공연"인 이 공연을 두고 '세계대백제전' 조직위원회 이성우 사무총장은 "두 수상공연은 국내 수상공연 사상 최대 규모의 공연물"이라며 "이를 통해 그간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백제와 백제인의 혼을 느끼고,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재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과연 그럴까?

▲ 공주 고마나루 수상공연장 ⓒ김상수

한시적 휘발성 공연 2편 제작에 127억 원이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국고와 지방비 투입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재정 현실로 비추어 볼 때, 단일 공연으로는 공연기간이 불과 열흘 남짓한 짧은 기간 동안-그것도 잦은 악천후로 공연일수를 채우기도 어려운-공연 2편에 국고와 지방비가 무려 127억 원이나 투입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단일 공연사상 최대의 물량과 인원을 동원한 작품으로서, 과연 그에 상응하는 가치가 있는 공연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주최 측의 주장대로 2편의 공연에 관객석이 "연일만석"이 된다 하더라도 연인원 겨우 2만여 명을 위하여 물경 127억 원이나 지출을 했다면, 이는 그야말로 투자대비 효율성이 너무나 저조한 허황된 주먹구구식 아이디어 도출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디어만 좋다면 저예산으로도 얼마든지 축제행사와 더불어 지역경제에 보탬이 될 창의성 높은 공연이나 프로그램을 만들 수도 있었을 것이란 판단인데 현장에서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내가 직접 본 수상공연 두 편은 창의성이란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중들에게 그저 낯설고 생경한, 거대주의를 내세우는 물량 동원적 쇼로, 창조성이 전혀 없는 기획인데도 불구하고 대규모로 동원한 특수효과 경험을 관객에게 주는 특이공연이라는 이유만으로, 주최 측에서 보도자료를 계속 뿌려 입에 오르내리게 회자(膾炙)시키거나, 축제 프로그램 예산중에서는 단일 프로그램으로는 전대미문의 127억 원이라는 막대한 돈이 투자되었기 때문에 선전효과를 극대화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서라도, 지속가능하지 않은 단발성 휘발성의 공연에 대해서 성과를 마냥 부풀리고 성공한 공연이라 자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 부여 백마강 낙화암 수상공연장 ⓒ김상수

축제는 말 그대로 축제여야 한다. 그러니까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달려와 신명나게 참여할 수 있는 즐거운 장(場)이어야 한다. 그러나 공주 금강과 부여 백마강 현장에서 수상공연을 직접 관람한 나는, "연일매진"이라는 주최 측의 홍보와는 달리 듬성듬성 비어 있는 객석들을 바라보면서 괴리감을 떨치지 않을 수 없었다.

'수상공연'이 아닌 강변공연이라 해야 맞다.

먼저 '수상공연'이라고 표방한 이번 두 편의 공연은 정확히는 물위에서 하는 '수상공연'이라기보다는, 강변에서 하는 '강변공연'이라고 해야 맞다. 보를 쌓은 후 전기모터로 강물을 퍼올려 풀장처럼 물을 채우고, 가설무대에서 하는 공연('사마 이야기' 공주 고마나루 부근)이 물위에서 하는 수상공연일 수는 없으며, 종아리가 겨우 잠기는 강변 앞에 가설무대를 세우고 진행한 강변 공연(부여 백마강 낙화암 앞)행위를 '수상공연'이라고 선전하는 것은 허위에 가깝다.

'수상공연' 무대를 만든다고 강의 속살을 처참하게 파헤쳐놓은 현장

그러나 무엇보다 나를 분노케 한 사실은 수상공연 무대를 만든다고 강을 파괴한 잔인한 현장에서 두개의 공연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공주 공연장 바로 인근에서는 '4대강을 살린다'는 위장된 슬로건으로 자연의 생명체계를 깡그리 파괴하고 있었다. 강을 막는 거대한 댐 규모의 콘크리트 보를 세우고 있었고, 2백여 미터 떨어져 수상공연장 조성을 이유로 강안(江岸)이 파헤쳐져 있고, 인공 보를 쌓고 강에서 물을 펌프로 퍼 올려 풀장 같은 형태로 물을 가두고 그 위에 가설무대를 만들었다. 이어 수풀에 덮여있던 강변녹지를 포클레인으로 깎아내고 1400여석의 객석을 조성했다(공주 고마나루 수상공연장).

▲ 공주 수상공연장 인근, 금강 보 공사현장 ⓒ김상수

부여 낙화암 공연장은 백제 시대 대표적인 국찰이었던 왕흥사가 있던 유역인데 '수상공연장' 기반공사를 위한 준설 공사로 크게 훼손되어 있었다. 공연장을 만든다고 아름다웠던 강안을 포클레인으로 마구 헐고 관람석을 만들었고, 사토가 흘러내리지 못하게 땅바닥에 철망을 씌우고 있었다. 강바닥에서 퍼온 모래를 쌓는 곳이 된, 공연장 뒤 준설토 적치장은 국가사적인 왕흥사지 입구 500미터 이내에 있어 적치장에 쌓인 준설토의 하중에 의해 발견되지 않은 매장유물의 파손도 우려됐다. 더욱이 수상공연장으로 조성된 왕흥사지 유역 강 건너에는 부소산성(사적 제5호)과 낙화암(충남문화재자료 제110호), 고란사(충남문화재자료 제98호) 등 백제역사와 불교문화 경관을 유추할 수 있는 문화재들이 위치해 있는데, 건너편 '수상공연장' 개발로 백제불교문화역사의 경관이 한꺼번에 형해를 가늠하기도 어렵게 깨져나가 버렸다.

▲ 공주 수상공연장 인근 뒤, 강을 준설하여 강변모래가 쌓인 적치장 ⓒ김상수

'수상공연'을 위해서는 환경파괴와 문화유적지 훼손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대전충남녹색연합은 수상공연장이 들어선 왕흥사지 인근을 현상변경 승인한 것은 문화재청의 졸속판단으로 인한 "날림결정"이라고 강한 의혹을 제기한 바 있으며 "국가사적지에서 주변 개발공사를 할 때 500미터 이내에서는 문화재위원회의 현상변경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문화재위원회가 '수상공연장' 4대강 공사를 허가한 것은 날림이자 사실상 지원"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금강권(대전·충남·충북·전북) 시민단체 45개로 구성된 '금강을 지키는 사람들'이 부여 왕흥사지 일대와 공주 고마나루 '수상공연장' 설치에 대해서 문제 제기를 하자, 이에 대백제전 '수상공연'을 준비하던 충남도가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고 4대강 사업에 반대를 표명한 바 있는 취임 3개월째 안희정 도지사는 4대강사업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행사를 위해 도가 직접 설치하는 시설이 문화재 훼손과 환경파괴 의심을 받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때문에 충남도가 시민단체들로부터 4대강사업(문화재 훼손, 환경파괴)에 대해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 공주 수상공연 고미나루 ⓒ김상수

또 23억을 들여 조성된 공주 수상공연장은 국토관리청 발표에 의하면 "금강보 건설로 인한 관리수위 상승(4.74m→8.75m)으로 '고마나루' 백사장 일부의 침수가 불가피하다"고 밝힌바 있다. 이 발표로 보자면 공주 '고마나루 수상공연장' 무대기반 조성을 위한 국고 투입비 23억은 곧 물거품이 되고 말 운명에 처해있는데, 이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안희정 지사, '대백제전 수상무대' 포기 용단을 내려야 했었다.

전임 도지사 시절 이미 진행된 '수상공연' 기획이지만 4대강 사업 반대를 표명한 안희정 신임도지사의 입장에서는 문화재 유역훼손과 강 환경파괴를 하는 수상무대 건설공사를 단호하게 중단하는 결단을 내렸어야 옳았다.

살생 판에서의 수상공연이 "백제의 꿈"을 부활시킨다고?

강이란 생명의 발아점이다. 인체에 비유하자면 양수로 가득한 자궁과 같은 곳이다. 지금 이 정권은 우리의 육체로부터 자궁을 드러내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우리의 아름다운 산하를 불임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대한민국 역사 이래 최대의 국토 파괴 만행이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건만, 기득권 거대신문들은 텔레비전 방송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서인지 권력의 눈치만 보면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

윤정섭 김광림 등,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들이 중심이 된 이번 '수상공연'은 대자연의 섭리를 거슬러 파괴하고 강과 함께 숱한 생명을 이 땅에서 죽이는 이명박의 4대강 사업의 예산으로 무대 기반시설을 조성하여 공연을 벌였는데, 과연 수상공연이 선전광고지에서 말하는 "대서사의 스펙터클로 백제의 꿈을 부활시킨다"할 수 있을까? "스펙터클의 대서사시" 나아가 "대백제의 꿈"을 공연 선전지에서는 표방하곤 있으나 실상은 이명박 4대강 사업의 '낱장 홍보 광고' 현장에 불과했다.

▲ 공주 고마나루 공연장 입구, 금강보 공사홍보판 ⓒ김상수

127억의 공연예산 중, 공연장 조성비 80억은 4대강 사업비에서

국가재정이 이명박 집단의 4대강 사업으로 거덜이 나는 현실이다. 정부는 지난해 '한시생계구호' 명목으로 저소득층 40만8000가구에 대해 월 12만~35만원을 지원했다가 경제사정이 나아졌다며 올해 4181억원의 예산을 모두 삭감했다. 도시에 사는 극빈곤층 노인들은 거리의 폐지를 줍지 않으면 먹고살 방법이 없는 형편이다. 그것도 폐지 줍는 사람이 많아 새벽 6시부터 하루 종일 돌아다닌다 하더라도 벌이는 극히 미미하다. 보건복지부의 지난해 11~12월 한시생계구호 가구를 대상으로 한 바 실태조사에 의하면, 98.0%가 월소득 60만원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전체의 67.1%는 월 소득이 10만원 미만인 것으로 집계되었다.

▲ 공주 고마나루 수상공연장 입구, 금강 보 공사홍보판 ⓒ김상수

이것이 엄연한 현실인데, 거리나 강에 의존하여 최저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들과 동식물의 서식처를 짓밟는 살생의 사업인 4대강 개발에, 22조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쳐 들이고 있는 현실과 그 사업비에서 일부를 조달받아 강을 파헤쳐 공연장을 조성한 '수상공연'이, 어떻게 공연 주최 측에서 발행한 광고선전지에서 얘기하듯, "감동적인 백제 드라마"이며 "백제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현장에서 새로운 미래를 여는 꿈의 한마당"이라 할 수 있을까? 이건 그야말로 일대 착란이요, 과대망상과 한낱 미몽(迷夢)일 수밖에 없는, 서민 최저생계파괴와 환경훼손을 디디고 벌인 '수상공연'이다.

믿기 어려운 인지부조화

문제가 이쯤 되고 보면 충남도는 이번 수상공연 사업의 공연기획부터 진행과 결과에 이르기까지 반드시 따지고 확인해보아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이런 어처구니없는 '수상공연'이 어떻게 대백제전의 "야심찬" "기획공연"이 되었는지, 공연선정 과정 자체가 의심스러울 뿐만 아니라, 공연을 기획한 충청남도 대백제전 추진위와 제작대행을 맡은 한국예술종합학교는 이명박 정권이 법과 절차를 어겨가면서까지 자신의 정치적 목적과 이기적 탐욕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사업의 정체를 정말로 모르고 기획했다는 것인지, 이색 이벤트 실현 성취욕이 눈을 가린, 믿기 어려운 한심한 인지부조화라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설사 공정한 사전설명회 심사방식을 통해 '수상공연' 대행자로 한예종이 선정되었고, 그러한 이유로 법적 절차에 하자 없이 '수상공연'을 진행하고 있다하더라도, 이번 수상공연은 국토에 가하는 파렴치한 모욕의 일환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제 정신이 있는 교수들이라면, 이런 '수상공연'을 기획하는 충남도 공무원들을 설득하고 말렸어야 했다. 지방재정 현실을 적극 고려하여 공연장 조성비 국고 80억을 제외한 공연제작비 47억 원이라는 지방비도 축제 프로그램을 통해서 충남도민의 화급한 삶의 곳곳을 개선하는 데 쓰일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연결시켜 프로그램을 짜야 옳았다. 이런 돈을 단기간의 단일행사인 '수상공연'에 쳐 들이니, 이를 보고 정상적인 사고의 대학교수들이라고 하기에는 참으로 믿기 어렵다.

대백제전 수상공연, 중국의 짝퉁 아이디어에 미국 '라스베가스 불쇼와 물쇼'의 혼합

▲ 부여 백마강 낙화암 수상공연 '사비미르' ⓒ김상수

특히 이번 공주, 부여에서의 '강변공연'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중국 계림의 수상공연을 카피했으며 백제란 이름과 틀만을 빌어 대중들에게 선보이고 있다는 인상이었다. 근본문제는 독창성의 결여에 있다. 예술적 기획능력이 태부족한 상태에서 눈으로만 보고 온 중국이나 미국 라스베가스에서의 불쇼, 물쇼, 푹죽쇼, 조명쇼 등 지극히 자극적인 시각체험만을 자산으로 하여 공연 내용을 채우다 보니 빚어진 결과라 할 수 있겠다. 중국 계림 공연의 형태에 미국 라스베가스의 물쇼와 불쇼를 혼합한 이번 '강변공연'은 지역의 대내용 축제로만 만족한다면 모르겠으나, 명실공히 "세계"와 "대백제전"이라는 슬로건에 걸맞은 국제적 행사로 발돋움시키려 했다면 내용이 너무나 부실할 뿐만 아니라 형식적으로도 짝퉁문화의 잔재를 보는 것만 같아 솔직히 나라망신과 국제적 수치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지역경제와 상관하는 공연프로그램의 안출이 있어서야

만일 '수상공연' 총감독을 맡은 윤정섭이 '개념'이 있는 기획자였다면 중국 계림으로 가서 수상공연의 발상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지역주민들은 어떻게 '수상공연' 기획과 상관하고 공존하고 있으며 '수상공연'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지를 살폈어야만 했다. 그것이 축제의 기획을 담당한 자로서 또 총감독으로서 갖춰야 할 가장 기본 안목일 것이다. 그러나 국비를 팔아 중국까지 가서 보고 온 것이 겨우 눈앞에 현란하게 펼쳐지는 '수상공연'의 외형뿐이었고, 소비지상 천국인 미국 라스베가스로 날아가서는 워터스크린과 워터캐넌, 레이저쇼와 불꽃쇼 등 불쇼 물쇼와 같은 현대 첨단 운운으로 자위되는 물질장난을 테크니컬 시스템이 결합된 종합 공연쯤으로 이해한 나머지, 이러한 무정체성을 무비판적으로 차용하여 만든 것이 이번 '강변공연'이라 할 수 있다.

▲ 부여 백마강 낙화암 수상공연 '사비미르' ⓒ김상수

무대세트미술이라는 디스플레이 전공자가 예술총감독인 현실의 한계

중요한 사실은 이번 '강변공연' 총감독 윤정섭이 문화 예술 기획자가 아닌, 무대세트미술이라는 디스플레이 전공자이기에 가질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 때문이라 판단된다. 물질 물량 동원적 자본주의적 공연을 첨단공연으로 착각하는 어리석음을 범하면서, 눈 밝은 이라면 금방 알아채는 일본영화를 복기한 비디오 화면 같은 그림을 만들기 이전에, 백제인들의 창의성과 개척정신을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지금 시대에도 유효한 자산으로 끌어낼 수 있는 백제정신을 계승하겠다는 겸손한 노력부터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중국 계림이나 미국 라스베가스를 찾아다니기보다는 백제에 대해서 차분히 제대로 공부하는 노력이 순서였고 먼저였단 말이다.

하천부지에서 농사짓던 농민들의 울음을 아는가?

하물며 4대강 사업으로 하천부지에서 농사짓던 농민들이 하루아침에 농지에서 쫓겨난 수가 무려 2만5천명에 이른다는 현실에 대해서 제대로 듣는 귀라도 있었다면, 강변을 이용한 '수상공연'이란 황당한 공연기획은 오늘의 시점에서는 삼가할 수도 있을는지는 내 모르겠지만, 애초에 그런 사고가 가능했겠는가는, 무참하게 강을 파괴한 현장에서 '강변공연'이라고 버젓이 하니만큼.

▲ 공주 고마나루 수상공연장 관람석 ⓒ김상수

아이디어, 장소, 시간부터 어긋난 '수상공연' 기획

지방축제는 지방축제의 고질적인 문제인 프로그램의 획일성으로부터 벗어나 지방의 고유성을 기초로 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여하히 시민대중의 문화적 삶을 고양시킬 수 있는가가 목적이고 관건이다. 무엇보다도 축제란 공동체적 삶과 정서가 의미 있게 채워졌을 때라야 비로소 제 역할을 다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독창성 없는 축제란 일회성 난장에 불과한 것이고 특히 초대형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그 병폐가 반드시 국가적 낭비와 큰 손실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이번 '수상공연' 주최측인 충남도 축제조직위가 견강부회식으로 '연일매진'을 내세우면서 공연성과를 부풀리고 있지만, 투자대비 형편없는 저효율성의 이번 '수상공연' 기획은 아이디어, 장소, 시간부터 어긋난 축제기획이었음이 드러났다. 지역경제에 전혀 보탬도 안 됐고, 지역에 문화 인프라가 남는 것도 아니며, 그저 단발성 휘발성인 이 공연은 특히 우리의 정신적 고향이자 역사의 현장인 금강 백마강의 유적지를 훼손했으며 아름다웠던 풍광을 파괴하고, 강바닥을 긁어내는 준설을 함으로써 강을 따라 살아온 수많은 생명을 죽이고 인간의 삶마저 위협하고 있는 반생명적 파괴행위인 4대강 죽이기 사업을 홍보하는 것에 일조하는 것으로 그쳤다. 4일 대백제전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7시 30분부터 부여 백마강에서 열린 수상공연 '사비미르'가 전체 75분 공연시간 중 마지막 15분을 남긴 상태에서 갑작스런 폭우로 중단됐다고 한다. 이에 앞서 지난 2일에는 오후부터 내린 비로 '사비미르' 공연이 시작 1시간 전 관객들이 입장하고 있는 가운데 전격 취소돼 관람객들의 불만을 사는 등, 이 행사가 개막 4일 가운데 절반인 두 차례나 사전 취소되거나 공연 중 중단됐다. 이렇듯 축제의 3대 요소인 아이디어, 장소, 시간부터 어긋난 공연프로그램 기획이라면 자체 평가가 어떻든 총체적으로는 실패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반환경, 반생태, 반생명적인 이명박의 4대강 사업에 목숨 걸고 반대하는 투쟁을 전개하지는 못할망정, 예술행위를 빙자하여 이명박의 사단(事端)에 놀아나는 기회주의적이고도 비루한 행동만큼은 삼갈 수 있어야한다는 얘기다. (공주, 부여에서)

(☞바로 가기 : 필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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