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절감을 내세운 교육방송(EBS) 수능 강의가 오히려 교육과정을 훼손하고 학교를 학원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여당 의원에 의해 제기됐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사교육비 절감 대책으로 EBS 수능 강의의 수능 시험 반영율을 높여 '수능 연계율 70%' 정책을 내놓았지만 별 효과가 없을 뿐더라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
"사교육 잡는다는 EBS 수능강의, 공교육 훼손"
한나라당 임해규 의원이 5일 국회 교육과학기술부 국정 감사를 앞두고 낸 자료에 따르면 2010년 2/4분기 현재 사교육비는 전년 동기 대비 0.3% 줄어든 것에 그쳐 EBS 수능 강의에 따른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학원가에서는 'EBS 대비반'이 성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임 의원은 "지난 6월과 9월 모의고사에서 각각 50%이상을 EBS와 연계하여 출제되면서 학교 교육에서 EBS 수능대비반이 교육과정으로 편성되기도 했다"면서 "선생님과 학생간의 교수학습관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정책으로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로 사교육 때려잡겠다고 교육과정을 훼손하고 학교를 학원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임 의원은 "현재 EBS 수능강의는 유명 스타강사 모셔오는 대형학원이나 족집게 과외와 다를 바 없다"고 말하며 "다양한 교수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하자는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반복적 문제풀이 수업으로 변질되고 있고, EBS가 오히려 (교육과정을) 획일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EBS는 공교육의 보완적 요소로서 학교교육에서 미흡한 가상체험, 실험·실습, 다큐멘터리 등의 다양한 교육적 활동을 보여주고 교수학습을 보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학교에서 하기 어려운 논술준비와 면접을 대비할 수 있는 교양프로그램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개선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현행 수능시험 자체가 바뀌지 않는 한 사교육비 절감은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임 의원은 "수학능력시험이 본래 도입 취지에 맞게 핵심역량을 측정하는 시험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며 "창의성과 교육역량을 키우는 교육과정을 반영하는 입시제도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EBS 수능 강의로 사교육 잡겠다'?…여당 내에서도 '회의'
안병만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지난 3월 사교육 규제 의지를 재차 강조하면서 'EBS 수능강의 내용이 수능시험에 70%나 그 이상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도 EBS 사옥을 방문한 자리에서 "EBS 강의만으로 대학 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여당 내에서도 'EBS 강의를 통한 사교육 절감' 정책에 대한 비판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공교육 정상화' 없이는 사교육 절감은 불가능하다는 비판이다.
지난 4월 같은 당 정두언 의원도 "(EBS 강의는) 공평하고 싸다는 점에서는 일단 사교육을 줄이는 효과가 있지만 새로운 사교육 시장을 유발해 공교육 정상화에 배치된다"면서 "정책적으로 볼 때 (EBS 수능 강의는) 단기적 미봉책으로는 의미가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적절치 않은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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