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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도 A/S 제공하는데 산재 피해자들은…"

[석원정 '우리안의 아시아'] "한국 이미지 개선 위한 정말 쉬운 방법"

얼마 전, 몽골에서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한 사람은 한국의 산업인력공단에서 몽골로 파견된 현지 팀장이었다. (산업인력공단은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오려는 아시아 국가들에 현지사무소를 두고 고용허가제로 한국어시험 등 송출에 필요한 절차들을 관리하고 있는데 몽골에도 현지사무소가 있다.)

내용인즉, E라는 몽골남성이 지금 한국에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데 혹시 필요한 일이 있을지 모르니 찾아가보라는 것이었다.

내용을 좀더 알고 보니, 말하자면 미담이었는데, 미담이되 우리로 하여금 몇 가지 생각할 꺼리를 제공해주는 미담이었다.

E씨는 한국에서 일하다가 2006년에 사고를 당했는데 중상이었다. 철판이 위에서 E씨를 덮쳐서 왼쪽 발목과 오른쪽 손가락 3개가 절단되었다고 한다. 치료기간은 길어서 2007년이 되어서야 치료는 종결되었고 장애보상금도 수령하고 몽골로 귀국했다. E씨 부인의 말에 의하면 치료 종결할 당시 치료가 완전히 되지 않았지만 종결했고 귀국할 수밖에 없었다는데, 그래서인지 어쩐지 귀국후 E씨의 발목에서는 고름이 끊임없이 흘러내렸고, 그 치료를 위해서 근 4년 동안 몽골의 병원에 다녔다고 한다.

장애보상금으로 받은 4500만 원을 치료비와 생활비로 거의 다 소비했지만 E씨의 발목은 낫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점점 더 악화되었고 드디어 몽골병원에서는 발목을 절단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 지경이 되자 설사 발목을 절단하게 되더라도 한국의 병원에서 절단하고 싶다는 생각에 E씨와 부인은 몽골 주재 산업인력공단 사무소를 찾아와 도움을 요청했다.

E씨의 안타까운 사례는 몽골주재 한국대사에게도 알려졌고, 몽골주재 한국대사관은 이례적으로 바로 다음날짜로 비자를 발급해 주었다. 산업인력공단 몽골현지사무소에서는 E씨의 치료를 위해 봉합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과 연락을 취해 E씨가 인천공항에 도착하면 앰뷸런스로 E씨를 후송하기로 조치해주었다. 그리고 산재보상보험법에 의거해 재요양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주기도 하였다. 그렇게 해서 E씨는 긴급하게 한국으로 들어와 입원했고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

E씨가 치료를 다 마치려면 시간이 꽤 오래 걸릴 것이라는 게 병원측의 진단이니 E씨가 어떤 상태로 귀국하게 될지 어떨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접하는 훈훈한 사례였다.

▲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저임금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이주노동자들. (사진은 본문 내용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습니다.) ⓒ참세상방송국

특히 몽골 현지의 한국공관과 한국기관이 빠르게 움직여주어서 E씨가 그나마 신속하게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된 경위를 들으니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이런 신속한 조치를 취해줄 수도 있다는 것이 실증된 것 같아서 여러 가지 생각이 오갔다.

그 동안 필자가 소개했던 산재피해를 입은후 귀국했다가 재수술이나 보조구 교체가 필요함에도 한국행비자를 받지 못해 한국에 대해 서운하고 분통을 터뜨렸던 몽골인들, 물론 그들 외에도 또 다른 E씨가 적지 않을 텐데 그 사람들도 E씨처럼 자신들의 고통을 위로받으면서 신속하게 재수술을 받고 보조구를 교체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참 좋겠다는 생각, 비단 몽골만이 아니라 무려 15개 국가에 달하는 고용허가제 인력송출국가에서도 E씨와 같은 이들이 분명 있을 텐데 그 사람들에게도 이런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 그러면서 한국정부에서 조금만 신경쓰면 그리 어렵지 않게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들이 오고갔다.

이번 E씨의 사례를 계기로 고용노동부를 위시하여 근로복지공단과 산업인력공단측에 산재피해를 입은 이주노동자들에게, 이른바 A/S에 속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정말 진지하게 고려해보시라고 말하고 싶다.

현재 이주노동자들은 일단 치료가 종결되고 나면 몇 달 혹은 1~2년 뒤에 재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어도 그를 이유로 한국에 계속 체류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결국 귀국할 수밖에 없으니 한국정부기관이 적극적으로 이런 조치를 취해주지 않는다면 재수술은 물론 본국에서 재발한 이주노동자들은 고스란히 자신들의 비용으로 본국에서 치료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E씨의 경우처럼 말이다.

몇만 원짜리 물건도 A/S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한국사회인데 남은 인생과 가족들의 인생이 좌지우지되는 산재피해자들을 위해 한국정부기관이 서비스차원에서라도 경과를 확인해보고 혹시 뭔가 후속조치가 필요한 것은 아닌지를 확인해서 조치들을 취해주는 것이 그리 무리할까? 어차피 현지에 나가있는 산업인력공단 사무소나 현지 공관들에서 이런 업무를 맡아준다면 주재국에서의 한국의 이미지를 좋게 하는데도 한몫을 담당할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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