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김용철 양심선언 3년, 재벌家 교과서가 된 '삼성식 비리 매뉴얼'"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김용철 양심선언 3년, 재벌家 교과서가 된 '삼성식 비리 매뉴얼'"

경제개혁연대 "정부·사법부·국회, 재벌 규율에 무능"

29일은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을 지냈던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의 비자금 조성 및 불법 로비, 경영권 편법승계에 대해 공개한 지 3년이 되는 날이다. '삼성 특검팀'이 꾸려지고 경영직을 내놓은 이건희 회장이 검찰에 출두하면서 수년 전부터 진행된 수사가 급물살을 탔고, 이 회장은 결국 일부 유죄를 선고받았고, 이듬해 사면됐다.

그리고 지금, 한국 재벌가에서 횡행하는 편법·불법 승계와 비자금 조성, 그리고 불법 로비는 변한 게 없다. 최근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C&, 태광, 한화 그룹 비리 사건이 확인시켜 주는 사실이다. 이들 비리 사건은 내용 면에서 김 변호사가 공개한 삼성 비리와 똑같다. 같은 범죄에 대해 면죄부를 받은 삼성을 보며, 요즘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재벌 그룹 관계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또 당시 삼성 비리를 수사했던 검사들은 똑같은 비리를 저지른 기업을 수사하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김 변호사의 양심 선언 이후, 삼성 비리를 공론화하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경제개혁연대가 27일 논평을 냈다. 이 단체는 "과연 3년 전 '어느 내부고발자의 용기 있는 행동'이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불러왔는지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며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 3년 만에, 이건희 회장이 퇴진을 선언한 지 2년 반 만에 삼성은 완벽하게 과거로 회귀했다"고 평가했다.

▲ 지난 2007년 11월 5일 김용철 변호사가 서울 동대문 제기동성당에서 열린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삼성 비자금 폭로 2차 기자회견에서 양심선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그리고 경제개혁연대는 "법적 책임과 도덕적 책임에서 모두 벗어났다고 생각할 이건희 회장이 자신의 지배체제와 자녀들로의 승계체제를 더욱 강화함으로써 과거보다 더 후퇴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삼성 특검'의 원인이 된 소유지배구조의 후진성이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재용 부사장 등 '경영 3세'로의 승계 작업이 아직 남아있는 상태에서 다른 문제가 또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 특검' 이후에도 재벌들의 비자금 조성과 불법 로비를 근절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신한 사태'를 겪은 신한금융이나 최근 검찰의 수사가 한창인 태광·한화·C&그룹 등이 삼성과 똑같은 비리를 저지른 데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는 게다.

경제개혁연대는 "현재 금융실명제법으로는 차명계좌를 개설한 실제 예금주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고 금융기관이 고액 현금거래 보고 의무를 위반해도 허위 보고가 아니면 과태료 부과에 그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은 실명거래를 하지 않을 경우 무거운 처벌이 뒤따르는 것과 대조적이다. 현행 금융실명제 법에 구멍이 나 있고, 재벌은 이를 잘 잉용해 왔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이런 규제를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비상장 회사에 물량을 몰아줘서 회사 자산을 자식에게 넘기는 행태가 최근 대기업 수사 과정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런 행태를 규제하는 법안은 이미 나와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경제개혁연대는 "비상장 회사에 물량 몰아주기로 지배권을 승계하는 '회사기회 유용'을 금지하는 상법 개정안도 2008년 10월 제출된 후 아직 상임위도 통과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 밖에도 △재벌의 불법 행위에 대한 민사적 책임 추궁 △이중(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 △이사의 자기거래 규제 및 겸업금지 조항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마지막으로 "김용철 변호사의 용기 있는 내부고발이 삼성의 과거회귀로 인해 빛이 바라고 있지만 그를 통해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확인한 것만으로 해마다 그의 선언을 되새기는 의미는 충분하다"며 "재벌에 대한 규율에 특히 무능한 정부와 사법부, 국회가 그 과제를 해결하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