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인터넷 여론(网路民意)'은 무시할 수 없는 실체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중국이 그동안 개혁개방정책을 추진해 왔고, 다양한 분야에서 개방을 해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사회주의 체제 하에서 '위에서 아래로' 지시와 통제로 이루어지는 점이 강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과연 '인터넷 여론'이 중요할까하는 점은 의문이다.
그렇다면 중국 네티즌의 실상과 그들에 의해 형성되는 '인터넷 여론'의 파괴력은 어느 정도일까? 더욱이 지난 9월에 발생한 중일 다오위다오 사건을 보면서 지속적으로 강성으로 흐르는 중국 외교정책의 저변에 이들 '애국주의'로 무장한 네티즌들의 의견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보면 우리도 여러 가지를 대비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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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5일, '중국인터넷네트워크정보센터'(中国互联网络信息中心:China Internet Network Information Center,약칭 CNNIC)는 현재 중국 네티즌의 수는 금년 6월 말을 기준으로 4억2000만 명이라고 발표하였다. 이는 2009년에 비해 3600만 명이 증가한 수치이며, 네트워크 보급률은 31.8%로 증가하였고, 핸드폰 단말기를 이용하고 있는 네티즌의 규모도 2억7700만 명으로 6개월 만에 4334만 명이 증가했으며 증가폭은 18.6%라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실제의 네티즌의 수는 6억 명을 상회한다는 통계도 있다. 그나마 작년 하반기에 비해 증가 속도가 완만한데 그 이유가 계절적 요인과 3G 상용과 관련 있어 향후 증가폭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결국 중국은 전 세계 1위의 네티즌을 보유한 국가이다.
중국이 전 세계 인터넷과 연결되었던 시점은 1994년 4월 20일이었고, 1999년부터 시작하여 국가 행정망 사업을 시작하여 2006년 1월 1일을 기점으로 중앙인민정부가 정식으로 인터넷 사이트를 열고 업무를 개시하였다. 이로부터 중앙부처에서부터 말단 현급 정부에 이르기까지 인터넷을 설치하게 되었고 현재에도 업그레이드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중국에서 인터넷을 설명하면서 자주 인용하는 문구가 있다. 영국의 프란시스 베이컨은 "지식이 곧 힘이다"라고 했지만 현재는 "인터넷이 곧 힘이다"라는 것이다. 중국 내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인터넷의 파괴력은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이 모두 존재하고 있다. 먼저 긍정적인 측면에서 부정적인 사회현상에 대한 '감시' 기능이다. 당의 기관지인 런민르빠오(人民日報)의 '런민왕(人民网)'의 여론감시실의 분석에 따르면, 2009년 77건의 영향력이 비교적 컸던 핫이슈 중 인터넷을 통해 사회 대중에게 관심을 갖게 한 사건이 약 30%였으며, 이는 '인터넷 여론'의 영향력이 커지는 사실을 설명해주는 한 사례라고 밝히고 있다. 이어서 2010년 런민왕의 한 조사에 참여한 네티즌들의 87.9%가 인터넷 감시에 대해 매우 주목하고 있으며 사회의 불량한 현상을 목도했을 때 93.3%의 네티즌이 인터넷을 폭로의 수단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정부는 '인터넷 여론'을 '민주건설의 중요한 일부분'으로 의미를 크게 부여하고 있다. '인터넷 여론'은 인터넷 상에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관련 여론을 수집하고, 이에 대해 집중하면서 공공정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2003년 3월에 발생한 쑨즈깡(孫志剛) 사건이다. 후베이(湖北) 출신 쑨즈깡이라는 청년이 광저우의 수용소에서 임시거주증이 없다는 이유로 구속 수감되었다가 구타당해 사망함으로써 인권과 호적제도 개선이라는 화두를 중국사회에 던진 사건이었다. 이 사건이 인터넷을 통해 폭로된 뒤 강력한 사회여론이 형성되어 <도시의 유랑걸인 인민수용소 송치법안>이 폐지되고, <도시생활 무연고 유랑걸인 구조관리 방법>이라는 새로운 법으로 대체되기에 이르렀다.
그밖에도 2007년 2월의 충칭의 '주택 알박기' 사건, 같은 해 산시성(陝西省) 임업청의 '화난(華南)호랑이 가짜사진 사건', 2008년 2월의 난징 장링취(江寧區) 부동산국장 저우지우껑(周久耕)의 '명품담배, 명품시계' 사건으로 수뢰죄를 적용하여 11년형을 받게 하였다. 이러한 사건들이 부지기수로 등장하자 정부와 공무원 사회는 아연 긴장하게 되었고, '인터넷 여론'의 파괴력을 실감하게 되었다.
공무원들 사이에도 행동방식이 바뀌고 이른바 공무원들이 지켜야 할 이른바 '10가지 성의(十誠)'가 인터넷에 돌아다니게 되었다. 그 내용은 ⑴함부로 발언하지 않는다(인터뷰 때), ⑵명품시계를 착용하지 않는다(회의에서 발언할 때), ⑶비싼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회의 사진 찍을 때), ⑷좋은 차를 타지 않는다(격려 활동을 할 때), ⑸우산을 쓰지 않는다(사회적 배려계층을 시찰할 때), ⑹미녀를 쳐다보지 않는다(회의에서 청취할 때), ⑺쓸데없는 논문을 쓰지 않는다(베낄 때), ⑻네티즌들과 싸우지 않는다(인터넷에서 욕을 할 때), ⑼함부로 웃지 않는다(재난이 발생했을 때), ⑽먼저 죄를 고백한다(돌발적인 위기가 발생했을 때)
결국은 중국 내에서 '인터넷 여론'은 현재 실명제를 실시하지 않고 있는 과정에서 부정적인 측면도 매우 강하지만 긍정적인 역할도 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제문제 혹은 대외관계에서 '인터넷 여론'은 어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가? 이를 서양학자들은 '평민민족주의(popular nationalisim) 혹은 '인터넷 민족주의(internat nationalism)'라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사조는 때로는 매우 강력한 파괴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 원인 여러 가지가 있으나, 중국의 경제력의 부상과 과거 굴욕적인 역사에 대한 응어리, 피해의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현재 미국의 뉴욕주립대학 버팔로 분교의 홍쥔하오(洪浚浩)교수가 발표한 "인터넷 여론과 중국외교정책(网路輿論與中國的外交決策)"라는 글을 참고해 보자.
그는 중국 내에서 포털에 각종 인터넷 '논단'에 주목한다. 이 '논단'들은 단순하게 사회적 부정현상에 대한 비난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해결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그 역할은 홍교수는 4가지로 분석한다. 첫째, 전체 대중을 상대하는 매체라는 점, 둘째, 누구나 자신이 발행할 수 있다는 점, 셋째는 일종의 참여 매체라는 점, 넷째, 행동을 유발하게 하는 매체라는 점을 특징으로 분석하였다.
홍교수는 중국의 '인터넷 여론'이 중국 사회구조와 정치체제에 전대미문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 세 가지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첫째는 중국정부의 지속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데 예를 들어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관방 홈페이지에는 이미 전문적으로 국제문제, 타이완 문제, 홍콩문제 등에 대한 '인터넷 논단'들이 사용되고 있다. 런민르빠오의 '런민왕(人民网)'의 '창꿔룬탄(强國論壇)', 신화사의 신화왕(新華网)의 '화짠룬탄(發展論壇)'과 '퉁이룬탄(統一論壇)' 외교부 홈페이지의 '중꿔와이자오룬탄(中國外交論壇)' 등이 그러한 예이다. 그 밖에도 각종 BBS와 인터넷 투표시스템 등도 관방에서는 '인터넷 여론'의 통로로 이해하고 있다. 실제로 2003년 12월 23일 당시 중국외교부장 리자오싱(李肇星)이 신화왕의 대화방 손님으로 초청되었고, 리자오싱 부장은 네티즌들과 의견을 교환하였으며 국내 매체들이 이 사실을 적극적으로 보도하기에 이르렀다. 2시간 동안 4만 명이 접속하여 2,000가지의 질문을 하였다. 그 내용은 거시적인 외교정책, 중미관계, 중일관계 및 중국의 이라크 재건사업에 대한 역할 등이었다. 하나의 예에 불과하지만 커다란 변화가 이미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추세는 중미, 중일관계가 가장 인기 있는 이슈이며, 반미, 반일의 정서를 노출하고 있으며, 이러한 사실은 반미나 반일의 정서는 계속적으로 증가하는 '중화민족주의'가 인터넷에서의 대중들의 토론으로 단골 메뉴가 되었으며 그 원인은 아마도 중국 경제의 신속한 발전 및 과거 중국의 찬란한 문명에 대한 새로운 자부심의 충만 때문이라고 분석하였다.
셋째, 사회문제를 청원하는 형태로 외교정책에 개입하는 경우가 등장하고 있다. 이 부분이 실제적인 파괴력을 갖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베이징과 상하이의 고속철입찰을 놓고 일본의 신칸센 수입을 반대하는 청원운동을 벌여 성공한 예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준비하는 프로젝트였으며 프랑스 떼제베와 독일의 에체 등이 참여하였다. 중국인들은 일본 우익들에 대한 증오심이 자극하여 2003년 7월 19일 인터넷 논단 '아이꾸저통멍(愛國者同盟)'이 벌인 '일본 신칸센 수입반대 청원 운동'은 10일 동안 8만 명이 인터넷 서명을 하였다. 당시 친일본적인 발언을 하는 각료들에게 '매국노'라는 표현을 하기도 하였던 이 청원 운동에 정부가 호응함으로써 신칸센 수입을 취소하고 말았다. 작년 봄에 있었던 중국과 프랑스의 외교적 갈등과정에서 원자바오 총리가 사르코지 대통령과의 회담을 취소했던 이유도 네티즌들의 '인터넷 여론'이었다는 점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그렇다면 한국과 중국 간에는 어떠한가? 양국 관계가 좋아지기 보다는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상대를 서로 '오독(誤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편견과 선입견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중국 네티즌의 '인터넷 여론'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우리의 자세도 더욱 신중해져야할 것이다. 최근 다오위다오 사건에 대한 설명을 하는 중국학생이 "그래도 일본 사람은 귀여워요. 사실 한국 사람을 더 싫어해요"라는 말한다. 그 이유를 물으니 "한국인들은 너무 거만하다"라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인들의 인식이 옳고 그름을 떠나서 주변국이 상호협력을 하기 위해서 모두가 신중해질 필요가 있고 더욱더 중국인들의 '인터넷 여론'을 분석하고 대처할 능력을 배양해야할 것이다.
특히 우리 영토의 최남단인 이어도가 중국인들에게는 '수옌자오(蘇岩礁)'라고 불리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비록 2006년 양국정부가 이곳이 '섬'이 아니고, 바닷물 속에 잠긴 '초(礁)'이기 때문에 영토분쟁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으나 바다 밑의 자원으로 인한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본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중국의 인터넷에는 지속적으로 이 문제를 제기하는 네티즌들이 있고 향후 양국 간의 분쟁의 소지를 안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언제 다시 주요한 외교 이슈로 등장할지 모른다. 비록 '선거'에 의해 탄생되지 않은 정부라도 '민의'는 매우 중요하며 오히려 '선거'보다 더 중요하다는 점을 새롭게 인식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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