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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란', 토지 불로소득 환수가 진정한 처방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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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전세대란', 토지 불로소득 환수가 진정한 처방책"

[기고] 전세대란, 진짜 문제는 무엇인가?

공급과 수요의 비대칭이 일순간에 심각해지면 흔히 말하는 시장의 '수요공급 자동조절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여 '대란'이 발생하게 된다. 최근 공급이 수요를 크게 따라가지 못해 발생한 배추대란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대란으로 인해 시민들은 지금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보다 더 큰 고통을 주는 대란의 한 가운데에 서 있다.

바로 '전세대란'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명박 정부의 '8.29 대책'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아파트 매매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대세하락 기조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전세시장이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대란이 발생하면 이것이 인재(人災)인지 천재(天災)인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진다. 마찬가지로 전세대란에 대해서도 그 발생원인과 처방책을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본 글에서 특히 아파트 전세대란이 발생한 본질적인 원인을 아파트 전세시장의 작동원리와 구조적 분석에 기초하여 진단하고 처방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아파트 전세시장의 작동원리, '부동산 투기 파생시장'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만 존재하는 전세(傳貰)제도는, 일견에 따르면 조선 중기부터 서울지역에서 곡물창고 등을 빌릴 때 이미 존재했다고 한다. 또한 1919년 조선총독부가 당시의 관습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전세제도는 이미 가장 일반적인 주택임대차 제도였다는 것이다. 조선시대에 왜 전세제도가 발생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오늘날의 전세제도는 1970년대 다가구 주택 공급 및 1980년대 아파트 공급이 본격화되면서 제도금융을 이용하지 못하던 개인이 목돈 마련을 위해 활용할 수 있었던 가장 좋은 사(私)금융수단이었음은 분명하다. 그런데 요즘처럼 은행이 적극적으로 개인대출을 확대하고자 노력하고 있고, 게다가 장기주택자금대출(Mortgage Loan)까지 2004년 3월에 도입된 상황에서도 전세제도는 여전히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왜 그럴까?

▲ 지난 11일 과천 정부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해양위 국토해양부 국정감사. 이날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은 최근의 전세대란에 대한 정부 대책을 따져 물었다. ⓒ연합뉴스

우선, 전세주택 공급자의 입장에서 살펴보자. 전세제도는 기본적으로 주택을 전세주택 수요자인 임차인에게 일정 기간 양도해야 한다는 점에서 자기거주용 주택에서는 활용하기 어려운 방식이다. 따라서 전세제도는 대표적으로 강북의 다세대 주택 건축자금 확보 및 투기목적의 아파트 구입에 활용되어 왔다. 특히 수도권 주거의 대종을 이루는 아파트의 경우, 투기 목적의 선분양 아파트 구입자는 우선 아파트 담보로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구입하게 된다. 구입 후 시세차익을 실현하기 전까지는 아파트를 보유하게 되는데, 이 때 일시적으로 전세주택으로 공급하고 전세금은 금융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은행 대출금 일부를 갚는 데 사용한다. 이렇게 전세금이 아파트 매매가격의 30~70%를 차지하기 때문에 전세주택 공급자로 바뀌는 아파트 구입자는 나머지에 대해서만 이자부담을 하면 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큰 금융부담 없이 계속해서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일정 시기가 지나 아파트 가격이 시세차익을 실현하고자 하는 기대가격에 도달하게 되면, 아파트 구입자는 전세계약을 종료하고 주택을 매각하여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아파트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이 투기적인 성향의 '아파트 구입-전세주택 공급 메커니즘'의 전제가 된다. 만약 아파트를 구입한 이후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에라도 전세제도는 전세금 확보를 통한 금융비용 감소효과를 가져와 아파트 구입자에게 금융상의 방패막이 역할을 한다.

다음으로 전세 수요자의 입장에서 살펴보자. 일정 정도 목돈이 마련되어 있고 제도금융인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아파트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상황에서 실거주 목적의 아파트 수요자는 무리를 해서라도 아파트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주택을 구입하게 된다. 예전처럼 주택가격이 어느 정도 안정적이었던 시절에는 매 달 주택구입적금을 들어 목돈이 모아지면 그때서야 주택을 구입하였지만, 이미 고가로 형성된 아파트 가격이 더욱 상승하는 현재에 이전 방식은 생각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제는 우리 일상의 삶이 너무나도 금융 부채에 매이게 된 것이다. 그런데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는 시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실거주 목적의 아파트 구입 희망자는 아파트 가격이 더 떨어져서 저점에 이를 때까지 기다리기로 선택한다. 그 동안 심적 부담감이 큰 월세보다는 이미 확보된 목돈을 활용하여 전세주택에 거주하고자 한다. 따라서 아파트로 갈아타려는 이들에게 전세주택은 피할 수 없는 과도기적인 거주공간인 것이다. 물론 전체 전세수요에는 처음부터 다세대 주택 등 전세비용이 비교적 저렴한 주택에 장기간 거주하려는 저소득층 전세수요도 일정 정도 차지하고 있다.

결국 오늘날의 아파트 전세시장은 '부동산 투기 파생시장'으로 볼 수 있다. 아파트 전세수요가 있었기 때문에 아파트 전세공급이 형성된 것이 아니라, 아파트를 투기적으로 구입하면서 일시적으로 그 주택을 전세용으로 공급했기 때문에 아파트 전세수요가 따라온 성격이 강하다. 이런 점에서 아파트 전세시장은 '임대자 우위 시장'(Lessor's Market)에 해당한다. 이러한 특성은 지금 전세시장에서 전세수요가 급증한다고 해서 이에 맞추어 민간 전세공급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통해 알 수 있다. 결국 오늘날 전세공급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는 전세수요가 아니라 아파트 투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아파트 가격의 지속적 상승'이라고 볼 수 있다.

전세대란 발생의 두 가지 요인 : 토지 불로소득 추구 '보류'가 공통점

이처럼 아파트 전세시장은 투기적 성향의 주택 매매시장의 요동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시장의 독립성이 부족하다. 당연히 전세시장에 의존해서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이들은 너무도 쉽게 불안한 상황에 처하게 됨은 당연한 사실이다. '전세대란'이라는 용어 자체가 바로 전세 세입자의 불안정성을 상징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이제 전세대란이 구조적으로 어떻게 발생했는지를 주택수요 및 주택공급 구조식을 통해 살펴보자.

주택수요 = 매입수요 + 임차수요
= (실거주 수요 + 투기적 가수요) + (월세수요 + 전세수요)

주택공급 = 매매주택 공급 + 공공임대주택 공급
= ('소유자 거주주택 + 민간 전세주택 + 민간 월세주택' 공급으로 전환) + 공공임대주택 공급

요인 1. 실거주 수요가 전세주택 수요로 전환

이번에 발생한 전세대란에 대한 일반 언론의 공통된 원인분석은 주택시장 침체로 집값은 떨어지고 내집마련 늦추기로 전세 수요가 늘면서 전세가가 올랐기 때문이며, 여기에 더해 가을 이사철과 전세계약 만료 시기가 겹치면서 더욱 가중되었다는 것이다. 이를 위의 주택수요 식으로 설명해보자. 주택수요와 월세수요가 단기간 일정하다는 가정 하에, '임대자 우위 시장'인 전세시장에서 전세수요가 갑자기 늘어난 이유는 매입수요가 줄고 전세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즉 매입수요에서 전세수요로 '수요의 이동'(shift of demand)이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수요의 이동은 크게 2단계를 거쳐 전세수요 급증효과를 가져온다. 이를 살펴보기 위해 위의 주택수요 식을 전세수요 변수를 중심으로 다시 정리해보자.

전세수요 = 주택수요 - (실거주 수요 + 투기적 가수요) - 월세수요

위 식에서 주택수요와 월세수요가 단기간 동안 일정하다고 가정을 했기 때문에 전세수요는 결국 실거주 수요와 투기적 가수요에 영향을 받게 된다. 먼저 실거주 수요의 영향력을 살펴보자. 지금처럼 부동산가격 하락기에는 실거주 수요가 마이너스(-) 증가를 보이게 되어 수학적으로 전세수요는 그만큼 1차 증가를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아파트 전세제도의 작동원리에 따라 실거주 수요가 감소한 만큼 이 수요가 주택구입을 대기하는 동안 전세수요로 전환되어 전세수요가 2차 증가를 보이게 된다.

요인 2. 투기적 가수요 감소로 인한 전세주택 공급 감소

요인 1에서 살펴본 대로, 언론에서는 수요가 이동했다는 데까지만 이야기한다. 그런데 각종 언론에서 놓쳤거나 아니면 의도적으로 강조하고 있지 않는 '내부적 원인'이 존재하고 있다. 바로 토지 불로소득 추구에 기초한 아파트 매매라는 내부적 원인이다. 다시금 위의 전세수요 식을 통해 전세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변수인 '투기적 가수요'의 영향력을 살펴보자. 실거주 수요와 마찬가지로 부동산가격 하락기에 투기적 가수요도 마이너스(-) 증가를 보이게 되어 수학적으로 전세수요는 그만큼 1차 증가를 보인다. 그런데 투기적 가수요의 감소는 동시에 주택공급 식의 '민간 전세주택' 공급 감소를 가져와 간접적이며 상대적으로 전세수요를 2차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불안정한 실거주 수요와 투기적 가수요가 1차, 2차의 전세수요 급증 효과를 가져오는 것과 동시에 아파트가 고가라는 특성으로 인해 이러한 효과가 더욱 강화된다. 실거주 수요자의 입장에서는 고가의 재산을 구입하는 것이기에 재산가치가 하락하는 시기에는 결코 구입하지 않으려 하고, 투기적 가수요자의 입장에서는 매매차익을 누릴 수 없는데 굳이 아파트를 구입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전세주택이라는 대체재가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택가격 변동에 따라 매입수요가 사라지기란 너무나 쉬운 것이다. 결과적으로 주택시장에는 미분양 아파트와 전세수요만 급증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 전세주택 공급자는 금융비용을 줄이기 위해 전세주택 수요-공급의 비대칭 상황을 이용하여 전세금을 올리기에 급급하다. 전세주택을 구해야 하는 서민들만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게 되는 것이다.

토지 불로소득 환수가 전세대란의 진정한 처방책

이러한 진단에 기초하여 올바른 처방책은 무엇인가? 아파트 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려서 아파트 전세수요를 실거주 수요로 전환하고, 투기적 가수요를 통해 전세공급을 늘릴 것인가? 그렇지 않다. 이러한 처방책은 불안전한 민간 전세시장의 구조를 영속화할 뿐이다. 진정한 해결책은 투기적 가수요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 투기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는 실거주 수요의 추구 대상인 토지 불로소득, 즉 지대를 토지보유세로 환수하여 아파트 가격의 거품을 빼 시민들이 구입가능한 가격수준이 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실거주 수요자는 낮은 가격으로 주택을 구입하면 되고, 전세 수요자도 투기적 가수요에 따른 전세주택 공급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여기서 공공임대주택의 역할이 보다 강화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전세대란 해결을 위해 전세주택 등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들려온다. 물론 공공임대주택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최저주거기준 미달 10% 이하, 공공임대주택 재고 10% 이상'이라는 목표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이제는 양에서 질 제고로 전환할 시점에 이르렀다는 견해(김수현, 2008: 171)를 고려하면, 전체 주택수요가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임대주택 공급을 증가시키게 되면 자칫 공급과잉이 될 수 있다. 또한 많은 이들이 미분양 아파트를 정부가 구입하여 전월세 주택으로 전환하자는 주장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정책으로 인해 민간 건설업체는 정부가 계속해서 미분양 주택을 해소해 줄 것으로 기대하여 저가 분양을 실시하지 않는다. 따라서 정부가 이러한 정책을 실시하고자 한다면, 시장 경쟁력이 없어 파산과정을 거친 민간 건설업체의 미분양 아파트로 국한하여 실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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