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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고

[한윤수의 '오랑캐꽃']<285>

한치 앞도 못 본다는 말이 맞다.
사람 일을 누가 알겠는가?
드물지만 회사가 어려울 때 사장님이 돌아가시는 경우가 있다.
소위 사장님 유고(有故)다.

이런 경우에 누가 사태를 수습할까?
부사장이나 전무? 아니면 공장장?
전혀 아니다!
왜?
그들은 오너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면 누가?
십중팔구 사모님이 수습한다.
그러므로 사모님이 현명하냐 못 하냐에 따라 회사의 운명이 갈린다.

먼저 A회사를 보자.
사장님 유고 후 사모님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 결과 기계 3대 중 2대가 멈춰 섰고 노동자들이 줄줄이 퇴사했다.
임금을 못 받은 베트남 노동자들이 노동부에 진정했다.

노동부 출석날 보면 회사의 상태를 대강 안다.
사모님은 아무런 증빙서류도 가져오지 않았을 뿐 아니라 밀린 월급이 얼마인지도 몰랐다. 다만 이렇게 고백했을 뿐이다.
"남편 죽고 엉겁결에 회사 맡았거든요. 저는 모르겠어요. 그냥 법적으로 처벌 받고 말래요."
이건 배 째라 식도 아니고 그냥 자포자기다.
조금이라도 갚고 선처를 부탁하면 형사처벌도 안 받고 훨씬 나을 텐데, 왜 저러나? 어차피 갚아야 되는 돈이고, 못 갚으면 끝까지 괴로움을 당할 텐데!
참으로 안타깝다.

반면에 B회사는 어떤지 보자.
"캄보디아인 체불금 어떻게 할 건가요?"
하는 내 질문에 사모님은 이렇게 답했다.
"사장님 돌아가신 지 얼마 안 되어서 아직 정신이 없지만 회사가 안정이 되는 대로 지급할 의사가 있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면 안 될까요?"
감히 누가 안 된다고 하겠는가?
흔쾌히 답했다.
"됩니다!"

하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거라, 일단 보증보험에서 임금 일부를 변제 받기로 작정하고 보험 수속을 밟았다.
그러나 보험 수속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모님한테서 전화가 왔다.
"제가 대표이사 됐습니다. 밀린 임금 보내드리죠."

사흘 후 팩스로 입금증 사본이 들어왔다.
깨끗한 일처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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