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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클베리 핀의 오늘, 인디 음악의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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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클베리 핀의 오늘, 인디 음악의 오늘

[화제의 음반] 허클베리핀·디스터브드·린킨 파크·스크립트

허클베리 핀이 라이브 음반 [Huckleberry Finn Live]를 발표했다. 12년 밴드 역사의 첫 라이브 앨범으로, 국내 인디 신에서도 전례를 찾기 드문 시도다.

허클베리 핀은 90년대부터 본격 성장한 홍대 인디신의 1세대로 뽑음직한 밴드다. 이런 단어가 붙는 것을 거부하겠지만, 네 장의 정규앨범을 발매한 그들이니만치 이제 '관록'이란 말을 붙여도 어색하지 않다. 독립 레이블(샤 레이블)을 만들어 후배 뮤지션을 키울 정도로 성장했다.

밴드가 돈을 좇은 것도 아니다. <시사인> 기자들의 투쟁을 지원했고, 돈이 안 되는 각종 무대에도 아무 거리낌없이 올라섰다. 시대상을 반영한 진중한 가사는 인디신에서도 그들의 특별한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허클베리 핀 [Huckleberry Finn Live] ⓒ샤레이블
거친 음질이 앨범 전체를 관통한다. 그들의 정규앨범에서도 느껴지는 질감이다. 관객들의 함성은 트랙마다 일정 구간에선 연주소리까지 묻어버릴 정도로 크게 울린다. 의도된 것으로 보인다.

트랙들이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아 집중도를 가끔 흐리기도 한다. 첫 곡 <빗소리>와 두 번째 곡 <낯선 두형제> 사이에서는 특히 이 끊김이 아쉽다.

그러나, 단언컨대 이 앨범은 (정규앨범이 미처 담지 못한) 허클베리 핀의 매력을 백퍼센트 순도로 전달한다. 이소영의 목소리 힘은 넘쳐나고, 거친 연주도 강력하게 울린다. '그런지'로 통칭되던 시애틀 록을 한국 정서에 맞게 녹여낸 이들의 음악성향은 라이브 음반에서 오히려 정규앨범보다 더 짙은 호소력을 보여준다.

앨범을 빛내는 또 다른 매력은 방대하게 이름을 올린 동료 뮤지션들이다.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박종현은 <낯선 두형제>와 <I Know>에서 이소영의 목소리를 든든히 뒷받침해준다. 국카스텐의 하현우는 <밤이 걸어간다>에서 특유의 고음 보컬을 자랑하고, 킹스턴 루디스카가 <그들의 온다>를 흥겹게 만들어주었다. 홍대신이 낳은 대표적 스타 차승우(문샤이너스)는 <내달리는 사람들>에서 "이곳을 파괴할 것"이라고 내지르며, 신윤철(서울전자음악단)은 <사막>에서 멋진 기타솔로를 제공한다.

이런 방대한 뮤지션의 참여가 가능했던 이유는 앨범 제작자가 허클베리 핀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이 운영하는 술집 <샤>는 이제 홍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가 됐다. 언제나 공연을 마친 뮤지션들이 술잔을 기울이며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허클베리 핀은 어느새 홍대 인디신 전체를 품는 위치에 올라섰다. 이 앨범은 이 밴드의, 나아가 한국 인디신의 오늘을 정확히 포착하고 있다.

주목받는 이들

▲디스터브드 [Asylum] ⓒ워너뮤직코리아
디스터브드 [Asylum]

이제 '독보적'이라는 말이 과하지 않을 인기를 누리는 헤비메탈 밴드 디스터브드(Disturbed)가 신보 [어사일럼(Asylum)]을 발매했다.

마치 판테라가 인기를 얻고도 더욱 과격한 음악을 선보인 것처럼, 이들은 누메탈 신에서 출발해 앨범을 발매하면서 점점 더 정통 헤비메탈의 질감을 짙게 풍기는 특유의 행보를 이번 앨범에서도 이어간다. 기타 솔로가 늘어나고, 서정적인 도입부의 흐름을 일순간에 깨버리는 80년대 메탈식 구성이 앨범 전체에 넘실댄다.

80년대 메탈 시대 이후로 헤비메탈에 관심이 사라진 이들에게 디스터브드를 설명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명사는 바로 메탈리카와 판테라다. 메탈리카의 서정적이고도 격렬한 곡 전개와 판테라의 그루브감이 적절히 맞아떨어진 게 이들의 이번 신보다.

보수적인 리프(반복음절)가 돋보이는 동명 타이틀곡, 마치 판테라의 도입부 같은 <더 인펙션(The Infection)> 등이 돋보인다. 데이비드 드레이만의 바리톤 음색 보컬은 전형적인 미국 메탈(하드록) 보컬의 그것을 들려준다. 복고는 헤비메탈 신에서도 중요한 화두임을 보여주는 앨범이다.

▲린킨 파크 [A Thousand Suns] ⓒ워너뮤직코리아
린킨 파크 [A Thousand Suns]

디제이 조셉 한의 존재로 국내에도 상당수 추종자를 거느린 린킨 파크(Linkin Park)가 신보 [어 사우전드 선즈(A Thousand Suns)]를 발매했다.

첫 싱글 <더 카탈리스트(The Catalyst)>와 <버닝 인 더 스카이즈(Burning In The Skies)> 등 일부에선 신스팝의 냄새가 나고, <웬 데이 컴 포 미(When They Come For Me)>는 후기 나인 인치 네일스의 곡과 같은 도입부를 선보인다.

마치 데뷔앨범 제목을 연상시키듯 다양한 요소를 더 융합한 느낌이다. 그만큼 기타와 베이스, 드럼의 박력은 크게 줄어들었다. 대신 곡에 따라서 디제잉이 제 때 물러나지 못해 인큐버스에 비교당하던 굴욕은 이번 앨범에서 크게 개선됐다.

<롤링 스톤>은 <The Catalyst>의 도입부 가사인 "우리는 장전된 총에 겨냥된 상처입은 사람들(We're broken people living on the loaded gun)"을 인용하며 "(신보는) 새로운 정체성을 향해 나아가는 사운드이지만, 그들의 멜로디 감각은 확실하다"고 평가했다.

데뷔 앨범 이후 내내 추락하는 듯하던 이들에게는 일정 정도 반전의 계기가 될 앨범이다. 그러나 이번 앨범에서 보여준 큰 폭의 선회는, 기존의 강력한 사운드에 해방감을 느끼던 팬들의 관심권에서 이들이 멀어질 가능성이 높음을 짐작케 한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더 서정적이고 훌륭한 곡들을 많이 담고도 왜 기존의 뻔한 구성을 종전보다 덜 드라마틱한 멜로디로 일관한 <The Catalyst>를 첫 싱글로 꼽았느냐다.

▲스크립트 [Science & Faith] ⓒ소니뮤직
스크립트 [Science & Faith]

아일랜드 뮤지션들은 대체로 국내에서도 환영받는다. 유투는 물론이고 엔야, 크렌베리스, 시너드 오코너 등이 그랬고, 영화 <원스>로 대박을 터뜨린 더 프레임즈의 글렌 핸사드도 마찬가지다.

스크립트(The Script)도 서정성과 뛰어난 멜로디로 무장한 아일랜드산 밴드다. 국내에서도 캐논과 두산의 광고음악에 <브레이크이븐(Breakeven)>과 <더 맨 후 캔트 비 무브드(The Man Who Can't Be Moved)>가 삽입돼 친숙한 존재가 됐다.

두 번째 앨범 [사이언스 앤드 페이스(Science & Faith)]도 전작처럼 감성이 힘을 발휘하는 음반이다. <유 원트 필 어 싱(You Won't Feel A Thing)>온전히 유투의 후기 음반에서 맛볼 수 있는 서정성을 담았다. <너싱(Nothing)>과 동명 타이틀 트랙 역시 중기 유투의 향수를 곧바로 맡을 수 있는 곡들이다.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대중성을 품고 있다.

실제 신보의 반응은 좋다. 발매 첫 주 영국차트 1위로 데뷔했고, 이미 투어 일정이 매진됐다는 소식마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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