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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상자'의 질주…스마트TV, '아이폰 쇼크' 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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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상자'의 질주…스마트TV, '아이폰 쇼크' 재연?

[IT 일상다반사] 구글·애플 진출 선언…SW취약한 국내기업은?

스마트폰의 '스마트'란 단어가 갖는 의미는 여러 가지다. 하나는 고도의 기술이 응축된 모바일 기기에 이동통신과 인터넷 검색, 프로그램의 설치와 실행 등이 가능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다른 의미로는 IT기기를 사용하는 소비자가 그러한 경향을 이해하고, 쌍방향 통신을 넘어 소셜 네트워크로 진화하는 IT 전반의 분위기를 수용하는 것이기도 한다. 곧, 수용자 스스로가 '스마트'해져야 한다는 얘기다.

뒤늦게 한국에도 상륙한 스마트폰 열풍이 식지 않은 가운데, 또 하나의 '스마트'가 등장할 채비를 하고 있다. 이번엔 상대가 만만치 않다. '바보상자'라 불리던 TV다. TV에 지능을 입히는 과정에는 두 가지의 난관이 있다. 하나는 TV를 복잡하게 사용하기 위한 기술의 구현이고, 하나는 단순 전달형 미디어에 익숙해진 수용자를 '스마트'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스마트'한 TV란?

우선 스마트TV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보자. 비교적 익숙한 케이블TV에서 시작해 IPTV, 웹TV, 인터넷TV까지 정신없이 바뀌던 TV의 진화과정이 있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케이블선을 연결하거나 TV수상기, 셋톱박스 등을 설치해 좀 더 다양한 채널에서 나오는 프로그램을 고를 수 있었다. 프로그램 편성표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시간대에 주문형 비디오(VOD) 등을 선택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하지만 스마트TV는 '좀 더 많은 채널, 좀 더 다양한 프로그램'의 범주를 넘어서는 개념이다. 기존에 방송업체들이 제공하는 영상은 물론, 온라인에 퍼진 갖가지 종류의 콘텐츠를 TV안에 구현할 수 있다. 단순히 보고 즐기는 미디어를 떠나 다양한 범주의 응용 프로그램을 설치해 이용할 수도 있다. 예컨대 TV로 유튜브 동영상을 감상하거나 게임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즐기는 식이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설정이 가능하다는 점은 스마트폰이 가진 강점과 비슷하다. 때문에 기존 휴대전화 단말기처럼 TV에 내장된 프로그램만으로는 스마트TV를 만들 수 없다. 컴퓨터처럼 인터넷 브라우저나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있는 운영체계(OS)가 필요하다. 콘텐츠를 구입할 수 있는 통로도 만들어야 한다.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라면, 굳이 TV로 이를 구현해야할 이유가 뭘까? 여기엔 TV 제조시장의 변화와도 관련이 있다. TV가 기존의 브라운관에서 평판 디스플레이로 바뀌면서 대량생산과 부품조달이 쉬워졌고 이는 진입장벽이 낮아지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중소기업들도 앞 다투어 TV시장에 명함을 내밀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보이는 중국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기존 TV제조회사들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TV는 많이 팔려도 손에 떨어지는 매출은 크게 늘지 않게 된 것이다. 이미 성숙기에 들어선 TV 시장이 앞으로도 하드웨어 판매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스마트폰 열풍에서 확인할 수 있듯, 앞으로는 첨단기기 싸움을 넘어 제공하는 콘텐츠가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더 커질 거라는 얘기다. 모바일 기기의 특성상 작은 화면으로는 충분히 즐길 수 없는 영상 콘텐츠 등을 TV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나올 만하다. 이른바 PC-모바일-TV에서 동일한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을 동시에 구현한다는 뜻의 '3-스크린'이란 용어가 나오게 된 배경이다.

▲ 전 세계 TV시장을 수성하는 삼성전자도 스마트TV를 선보였다. 지난해 아이폰 상륙 이후 콘텐츠 부재로 인한 위기를 경험했던 국내 제조사들이 어떤 반격을 준비할 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구글·애플, OS 강점 업고 TV 진출 선언

스마트폰으로부터 나온 '스마트 붐'이 TV로 전이되는 과정이니만큼, 스마트TV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 역시 모바일 시장의 신흥 강자로 부상한 구글과 애플이다. 이들은 모바일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OS의 강점을 앞세워 TV시장에 적극적인 진출 의사를 타전하고 있다.

방대한 콘텐츠를 앞세운 애플과 개방성 OS를 내세운 구글의 스마트TV는 아직 제품을 출시하진 않았지만 윤곽만 봐도 각자의 특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인터넷 검색 시장의 최강자인 구글은 지난 5월 구글TV를 하반기에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구글 앱스'처럼 인터넷에 접속해 내려받기 없이 응용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웹앱'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애플은 이미 지난 2007년 '애플TV'라는 셋톱박스를 통해 TV시장의 문을 두드린 바 있다. 하지만 애플이 내놓은 셋톱박스는 애플리케이션 제공을 하지 않는 등 애플의 강점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해 큰 반향을 얻지 못했다. 최근 애플이 새로운 스마트TV인 일명 'iTV'를 선보일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번엔 아이튠즈와 앱스토어 등 다양한 콘텐츠를 앞세워 TV시장에서 또 하나의 폐쇄형 IT 생태계를 창출하려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의 진출이 성공을 거둔다면 TV시장의 변화는 물론 TV를 소비하는 시청자들에게도 큰 변화가 생길 것이다. 방송사가 내보내는 편성표에 의지하지 않고 보고 싶은 콘텐츠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본방사수'와 같은 신조어도 고어가 될 가능성이 있다.

TV 광고가 전 세계 광고 시장의 40%를 점유한다는 점 역시 구글과 애플이 TV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 중 하나다. 구글은 인터넷 검색 중에 노출되는 광고가 강점이다. 반면에 애플은 올해 새롭게 선보인 'iAd' 서비스를 통해 애플리케이션 실행화면에서 광고를 내보내는 전략을 취한다. 각각의 광고 전략에는 차이가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프로그램 사이에 내보내는 일방적인 광고를 넘어 '능동적인' 광고를 접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반대로 스마트TV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LG경제연구원의 한영수 연구위원은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수십 년간 수동적인 기기로 사용되었던 TV를 하루아침에 능동적인 기기로 전환해서 사용하기엔 소비자에게 너무나 많은 변화를 요구하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TV는 전통적으로 PC나 모바일 기기와는 다른 속성을 갖는다. 소비자들은 오랜 시간 동안 단방향으로 전송되는 매체에 익숙해져 있다. 스스로 유용한 콘텐츠를 찾기 위해 헤매야 하는 비용 역시 무시할 수 없다. 1~2년 사이에 급격하게 변화하는 IT 산업의 '스마트함'의 이면에서 피로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스마트TV가 극복해야 할 장벽은 단순히 기술의 차원에 머물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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