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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립화 통일의 요리사에게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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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립화 통일의 요리사에게 주문한다

[한반도 중립화 통일의 길]<5>

중화(中和)에 대한 설명을 한반도의 중립화 논의 쪽으로 끌어들여 재해석한다. 앞에서 기술했듯이 총체적인 화해(和諧)에 도달하는 게 中和이다. '총체적'이란 말은, 개체 간에는 서로 달라 부동(不同)하지만 '국을 끓이는 듯한 和'를 창출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물, 불, 식초, 젓갈, 소금, 매실 등의 서로 다른 부동(不同)의 재료를 뒤섞어 생선과 고기를 요리하는 요리사. 간을 맞추면서 부족한 것을 보충하고 지나친 것은 덜어내는 요리사. 이 요리사의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솜씨를 터득하면 한반도 중립화 통일의 입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 주변 국가들의 서로 다른 입장을 하나의 솥단지에 집어넣고 和而不同의 맛을 내는 정치적인 요리사, 즉 중립화 통일을 위한 和而不同의 맛을 내는 정치인ㆍ외교관ㆍ정당ㆍ정치 세력이 필요하다.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를 총체적으로 화해(和諧)시켜 中和의 경지에 도달하게 함으로써 중립화 통일의 초석을 쌓는 정치인ㆍ정치세력이 남북한의 정치를 주도해야 중립화 통일이 이루어질 것이다. 춘추전국 시대의 종횡가(縱橫家)인 소진(蘇秦)ㆍ장의(張儀)가 '합종연횡(合縱連橫)'이라는 안보체계를 구축했듯이, 중립화 통일에 어울리는 '한반도판 합종연횡'을 주도할 '중립화 통일의 요리사'가 있어야 된다.

필자는 중립화 통일의 요리사를 대망하고 있지만, 분단체제에 익숙해진 남북한 사회는 이러한 대망론(大望論)을 무색케하고 있다. 아예 남북한이 등 돌리고 살자고 주창하는 정권까지 등장하여 중립화 통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그런데 중립화 통일의 길이 멀어질수록 '중립화 통일의 요리사 대망론'이 강해져, 중립화 통일의 요리사들을 많이 배출하는 사회 분위기를 갈망하게 된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조성을 위해 네 가지 제안을 하오니, 중립화 통일의 요리사가 되고자 하는 분들은 필자의 제안을 경청하면서 중립화 통일을 위한 특별 메뉴를 준비하기 바란다.

1. (중립화 통일의 요리사들은) 和而不同의 중립화 정책을 가다듬을 것

'和而不同'의 '이(而)'에서 절묘한 정책이 나올 수 있는데, '而'는 '양자가 대립되지만 이미 통일되어 있다'는 뜻을 내포한다.

[論語]「述而」편의 '子溫而厲, 威而不猛, 恭而安'은 서로 다른 성향을 갖는 두 개념을 '而'로 연결시키고 있는데, '而'는 '양자가 대립되지만 이미 통일되어 있음'을 나타내는 대대적(對待的)인 관계를 보여준다. 주자(朱子)가 위의[論語]구절에 대해서「오직 성인이 전체가 혼연하여 음양이 合德하였기 때문에 中和의 기운이 용모에 나타난 것이 이와 같다」라고 하여 '음양(陰陽)' '中和'라는 용어로 주석했다.(최영진, 32)

이처럼 음양의 대대(對待)관계를 통해 和而不同의 中和 세계로 진입하게 하는 '而'의 묘미를 터득한 중립화 통일의 요리사가, 和而不同의 중립외교에 나서면 한반도 주변의 강대국들이 따라올 터이니 '中化요리(中華요리가 아님)' 솜씨를 뽐내라! 한반도 주변 정세를 和而不同의 中和 세계로 이끄는 중립화 요리사의 솜씨를 발휘하라! 한반도 중립통일의 요리사들이여! '而'를 통한 中和의 '상호대립하면서 의존하는' 대대(對待)관계를 몸에 익히라!

2. 대대(對待) 관계의 연출자가 되라

中和의 대대(對待)관계를 익히기 위해서는[주역(周易)]을 참고하는 게 좋다. '음양'으로 집약되는[주역]의 대대 관계에서 중립화 통일의 비책을 발견하는 게 좋다. 주역의 각 효(爻)가 상반되면서 서로 응(應)하는 '상반응합(相反應合)'의 대대관계-中和세계를 보여주듯이, 중립화 통일의 요리사가 한반도 주변국가의 상반된 이해(利害)를 상응(相應)하게 만드는 '대대 관계의 연출자'가 되라!

3. 中和-中道-中立 주의에 익숙해지라

필자가 中和의 가치를 존중하는 中和주의를 강조하니까 中華인민공화국(중국)의 '中華'를 추종하는 中華주의를 연상케 하는 것 같아서, 中和 대신 '中道'라는 대중적인 언어를 사용한다.

원래 [춘추전국 시대의] 봉건국가는 가문의 연합체인 제후국과, 제후국의 연합체인 천자로 구성된 연방제이다. 그러므로 천자는 中道를 지켜야한다. 천자나 제후는 여러 가문과 호족들에게 중립을 지켜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정권을 유지할 수 없었다. 이러한 중립주의가 중용(中庸) 또는 중화철학(中和哲學)으로 발전한 것이다. [춘추전국 시대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먼저 왕과 대부 등 귀족들 사이의 쟁패를 종식시켜 민심을 안정시켜야 했다. 그래서 공자는 中道를 표방하고 귀족과 신흥 지주의 화해와 협력을 강조했던 것이다.(기세춘, 2002, 179~181)

공자가 14년 동안이나 여러 나라를 주유하면서 자기를 등용해 줄 것을 유세한 것은 모든 군주들에게 중립적인 태도를 취했던 본보기라 할 것이다. 이러한 연유로 동양의 지식인들은 중도주의를 자신들의 정체성으로 지켜왔던 것이다.(기세춘, 2006, 356)

오늘날의 세계는 춘추전국 시대와 비슷하다. 세계 각 민족국가가 쟁탈하고 자본계급과 노동계급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이러한 만 가지 다른 것을 하나로 꿸 수 있는 제3의 새로운 길을 발견하거나, 아니면 대립된 모든 것을 모두 포용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중도사상인 것이다. 특히 우리의 경우 남북의 갈등은 남북 지식인이 계급적 이념적 질곡과 대립에서 벗어나서 중도주의(中道主義)로 나오지 않는 한 극복될 수 없을 것이다.(기세춘, 2002, 186)

이처럼 천자ㆍ제후ㆍ공자ㆍ동양 지식인의 중도주의에 따른 중립주의를 표방하면 한반도 중립화의 길이 열릴 것이므로, 중립화 통일의 요리사는 이를 미리 익히라! 요리사는 손님을 위한 식단(메뉴)을 마련해야하는데, 중립화 통일의 요리사가 '연합-연방제의 합성' 메뉴를 마련하여 남북한 당국에 제시하라!

요리사여! 춘추전국 시대의 연합(가문의 연합)ㆍ연방제(제후국의 연방)를 유지하기 위한 中和-中道주의에서, '한반도 중립통일을 위한 연방제' 발상을 얻으시라. 6ㆍ15 공동선언의 연합-연방제 논의와 연계된 한반도 중립통일 방안을 내오기 위해 춘추전국 시대의 연합(가문의 연합)ㆍ연방제(제후국의 연방)를 참고하시라. 춘추전국 시대의 '가문ㆍ제후국의 연합-연방제'의 단점을 지양한 '남북한 연합ㆍ연방제에 의한 중립통일 방안'을 특별 메뉴로 내놓으시라.

4. 한반도 주변의 국제사회를 화해(和諧)사회로 만들 것

동아시아를 화해(和諧)(주1) 지향적인 중립지대로 만들어 한반도 중립화를 성사시킬 것.
앞에서 中和의 상태에 도달하면 사물ㆍ사태가 총체적으로 和諧할 수 있다고 언급했는데, '총체적인 和諧'의 무대를 동아시아로 상정하면서 한반도 중립화 통일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보라! 생각건대 한반도 중립화 통일을 위해 우리(남북한)도 和諧의 세계로 진입해야하며, 이미 和諧의 세계를 지향하는 중국으로부터 한 수 배워야할 것이다.

중국 정부는 和諧의 정신을 국제사회에 펼치면서 중국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화해세계론(和諧世界論)'을 선양하고 있다. 최근에는 화평굴기론(和平崛起論)(주2)을 더욱 발전시켜 '연성권력(軟性權力; soft power)을 강화한 和諧세계론'으로 수정했다.

이처럼 '경성(硬性)권력 대신 연성권력을 지향하는 和諧세계론을 내세운 중국정부의 슬기로움'을, 중립화 통일의 요리사가 배워 중립화를 위한 특별메뉴를 개발하라! '중국의 和諧세계론에 버금가거나 더 앞선 동북아 평화론'이 깃든 한반도 중립화 통일 방안을 특별메뉴로 개발하여, 중립화 통일의 손님들(미국ㆍ중국ㆍ일본ㆍ러시아)에게 선보이라!

<인용 자료>
* 기세춘[공자는 왜 소정묘를 죽였는가](서울, 화남, 2002)
* 기세춘[동양고전 산책 (Ⅰ)](서울, 바이북스, 2006)
* 丁冠之「儒學(實學) "趨時變通" "和諧包容"의 思想과 尙德精神」[韓國實學 硏究 5](2003)
* 최영진「역학사상의 철학적 탐구」(성균관 대학 박사논문, 1989)

주1) 개념상 '和'가 和諧로 발전했다. '和'는 우주론적 의미와 방법론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러한 관념은 후에 사람과 사람 간의 和諧, 사람과 사회 간의 和諧, 그리고 사상학설 간의 보충과 융화로 발전되었다.(丁冠之, 204)

주2) 평화적인 방법으로 굴기(崛起)를 달성할 것이고 패권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화평굴기론에, (군사력ㆍ경제력 증강과 같은) 경성권력(硬性權力; hard power)의 요소가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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