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 23일 근로복지공단에 삼성 반도체 및 LCD 공장에서 일하다 희귀병에 걸린 노동자 3명에 대한 산업재해를 추가로 신청했다.
이번에 새롭게 산재를 신청한 이는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에서 24년간 근무하다 뇌종양에 걸린 오상근 씨(51세), 온양공장에서 6년간 일한 뒤 뇌종양 진단을 받은 이윤정 씨(30세), 삼성전자 LCD 천안공장에서 5년간 일한 뒤 다발성 경화증 진단을 받은 이희진 씨(26세)다.
오상근 씨는 1983년 입사 후 이듬해부터 기흥공장 1·2·5·6·7라인에서 설비 엔지니어로 24년을 근무했다. 주요 업무는 이온 주입설비의 점검 및 수리와 화학가스 교체였고 이 과정에서 비소, 포스핀, 삼불화붕소 등 유독가스에 노출된 것이 뇌종양의 원인이 된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오 씨는 또 고전압 설비에서 방사선이 노출되지만 별도의 차단 장비 없이 일했다고 진술했다.
이윤정 씨는 1997년 입사해 온양공장에서 반도체 칩이 심긴 보드를 고온 설비에 넣고 불량품을 걸러내는 일을 맡아왔다. 설비에서 나오는 고온의 화학증기와 폐기물에서 날리는 유해 분진 등에 노출돼 뇌종양이 발생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인력부족과 생산량 증가로 12시간 맞교대로 일하며 근무 중에는 화장실에 다녀오는 것도 힘들 정도로 격무에 시달려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희진 씨는 2002년 LCD 천안사업장에 입사해 LCD 판넬의 불량품을 걸러내는 일을 했다. 12시간 맞교대로 일하며 장시간동안 LCD 판넬의 색상과 불량을 육안으로 검사하는 등의 격무와 검사 물량 압박에 따른 스트레스를 다발성 경화증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 씨는 현재 다발성 경화증이 눈에도 퍼져 한 쪽 시력을 잃었으며 오른쪽 손과 다리에도 마비 증상이 나타난 상태다.
반올림에 따르면 지난 2007년 백혈병으로 숨진 황유미 씨 이후 접수된 직업병 피해 노동자는 7월 현재 62명에 이르며 이 중 21명이 이미 숨졌다. 그동안 접수된 13명의 산업재해 신청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은 업무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불승인 처분을 내린 바 있다.
반올림은 "'업무관련성의 증거'는 다른 것이 아니라 삼성에서 일하다 병에 걸려 죽거나 투병하고 있는 노동자들"이라며 "근로복지공단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취지에 맞게 개인질환이라는 명백한 반증을 찾지 못한다면 산재로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적절한 치료와 보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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