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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증하는 의료 수요, 만병통치약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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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증하는 의료 수요, 만병통치약은 없다"

[오건호 칼럼] '건강보험 하나로' 비판에 답한다(上)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가 7월 17일 출범한다. 지난달 준비위원회를 발족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뜨거운 지지와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선 비판도 있다. 무상급식에 이은 '제2의 복지포퓰리즘'이라는 <조선일보>, <문화일보>의 투박한 공격이 있고, 보험료 인상을 반대하거나 이것이 보장성 확대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진보 진영 일부의 우려도 있다.

보수세력의 공격이야 내심 반기는 것이지만, 진보진영의 비판은 당황스럽고 안타깝다. 어쩌다 <프레시안>에 함께 글을 쓰고, 평소에도 격의 없이 지내는 분들의 비판도 듣게 되었다. 아직 본조직이 출범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진보진영 내부 찬반논란이 부각되는 것을 원치 않지만 비판자들이 여러 매체를 통해 논점을 제기하고 있어 내 의견을 밝힌다.

만병통치약은 없다!

20대 중반 여름, 난 하루에 동네병원 세 네 곳을 전전한 적이 있다. 눈도 아프고 위도 쓰리고 피부엔 습진까지 번졌다. 하루하루가 견디기 어려웠다. 이런 상상을 했다. 한 시간만 자고 나오면 애초 말끔한 몸으로 되돌려주는 캡슐 같은 것은 없을까? 정말 한꺼번에 몸 전체를 개조하고 싶었다.

지금 한국의 보건의료체제도 곳곳이 성하지 않다. 문제가 중층적이고 복잡하다. 크게 네 가지로 집약될 수 있다.

첫째, 의료기관의 90퍼센트가 민간 소유다. 근본적으로 수익 진료가 행해질 수밖에 없다. 둘째, 진료행위마다 돈을 지불하는 '행위별 수가제도'가 버티고 있다. 의사들의 과잉 진료를 통제하기 어렵다. 셋째, 이 과잉진료가 포함된 병원비의 상당액을 환자가 직접 부담하고 있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62%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넷째, 이명박정부는 이것도 성에 안 차 아예 의료기관을 영리화하고자 한다. 이를 저지해야 하는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자, 이렇다. 한국사회에서 보건의료체제가 이 모양이다. 비판자들은 '건강보험 하나로'에게 이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고 질문을 쏟아낸다. 도대체 만병통치약이라도 있단 말인가? 문제점을 모두 열거한다고 그것을 한꺼번에 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건강보험 하나로'의 특별한 문제의식

지난해 말 조그마한 모임이 생겼다. 의료보험 통합 10주년이 되는 올해 보건의료운동의 새로운 도약을 만들자는 결기로 모였다. 보건의료체제가 지닌 문제들이 한둘이 아닌 걸 잘 안다. 이 중층적 과제들을 어디서부터 풀어야할까? 만병통치약이 없다면 문제의 매듭을 풀어가는 전략적 경로를 마련하자 했다.

그래서 찾은 돌파구가 '건강보험 하나로'이다. 이 운동에는 두 가지 특별한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첫째, 풀뿌리 운동을 벌이자고 했다. 지금까지 보건의료운동이 민간소유 의료체제, 행위별 수가제도의 문제점을 몰라서 방치한 것이 아니다. 이를 돌파할 대중 에너지가 약했던 것이다. 매년 수십개 단체들이 모여 기자회견을 하고 있으나 한국의 보건의료체제는 끄덕도 하지 않았다. 이에 보건의료운동의 새로운 풀뿌리 주체를 만들자 했다. 솔직히 개인들이 모여 얼마나 큰 힘을 만들어 낼지 자신할 수 없지만, 진정 보건의료체제의 개혁을 이루고자 한다면 이것이 승부수라고 판단했다.

둘째, 건강보험 재정을 확충하는 데 우선 초점을 두었다. 지금 대중들이 관심을 가진 보건의료 쟁점은 무엇일까? 민간소유 의료체제? 행위별 수가제? 정책적으론 이것들이 더 중요할 지 모르겠지만, 서민들이 항상 마음에 두고 있는 건 '병원비'였다. 보건의료체제를 개혁할 대중에너지의 발원지가 여기지 않은가!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으로 해결하기 위한 재정확충 방안에 주목했다.

'건강보험 하나로'에 대한 오해

근래 비판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두 문제의식이 오히려 의도치 않은 오해를 낳고 있다.

일부 비판자들은 '건강보험 하나로'로 인해 보건의료운동의 통일성이 훼손되었다고 말한다. 감히 말씀드린다. '건강보험 하나로'는 보건의료운동의 대중적 토대를 확장하는 개척운동이다. 풀뿌리 주체들이 새롭게 보건의료운동에 나서며 기존 보건의료운동과도 적극 연대할 것이다.

또 하나. '건강보험 하나로'가 재정확충에 초점을 두자 비판이 꼬리를 물었다. 영리병원화 문제가 심각한데 왜 건강보험 보장성만 이야기하는가? 지불구조 개혁을 놔두고 어찌 보장성만 주장하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건강보험 하나로'는 풀뿌리 운동으로 자리잡기 위해 대중들이 가장 심각하게 느끼는 의제를 전략적으로 선택했고, 동시에 나머지 과제은 병행과제로 설정해 놓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소개하는 이유는 '건강보험 하나로'의 취지를 전하기 위해서다. '건강보험 하나로'는 수 년간 진행된 보장성 강화 연구결과를 토대로, 그리고 지난 반년 수많은 검토회의를 통해 사업방안을 다듬어 왔다. 물론 앞으로도 비판자의 합리적 지적들은 경청하며 보완해 나갈 것이다.

하지만 '건강보험 하나로'를 둘러싼 소통 부족, 내용 오해 등에서 발생한 논점들은 조속히 정리되었으면 좋겠다. 진짜 필요한 논점들에 집중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에 보완 설명으로 해소될 수 있는 논점과 정말 생각의 차이가 존재하는 논점들을 내 나름대로 구분해 보고자 한다.

보장성 90%는 입원 중심 병원비 기준

먼저 조속히 해소되기를 바라는 논점들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첫째, '건강보험 하나로'가 달성하려는 보장성 수준에 대한 질문이 있다. 과연 1만1000원의 추가 보험료로 보장성 90퍼센트 달성이 가능한가라는 의문이다. 사실 지금 '건강보험 하나로' 자료를 보면 보장성에 관한 내용이 다소 애매하게 표현된 면도 있다.

명확히 말하면, '건강보험 하나로'가 달성하려는 병원비 보장성 90퍼센트는 전체 의료비가 아니라 입원 중심 병원비 기준이다. 서민들의 병원비 불안의 근원이 돈이 많이 드는 입원병원비이기에 이것을 90퍼센트까지 달성하고자 한다. 여기에도 금액 상한을 두어 한해 환자 본인부담 총액이 100만 원을 넘지 않도록 할 것이다.

한편 간병, 상급병실 보장성 등은 현재 서비스 인프라의 준비 조건을 감안한, 보다 세심한 방안이 필요하다. 보장성 확대 로드맵은 출범 이후 본격적으로 다루어질 것이다.

둘째, '건강보험 하나로'가 지불제도 개혁, 의료영리화 대응 등의 과제를 방기하고 있다는 비판은 이제 거두어 주기 바란다. '건강보험 하나로'가 전략적 선택에 따라 건강보험 재정 확충에 중심을 두는 건 사실이지만, 다른 과제들 역시 병행해 대응할 것이다.

오히려 난 '건강보험 하나로'야말로 지불제도 개혁, 의료영리화 저지에 나서는 풀뿌리 대중동력을 만들어 내는 활동이라고 자부한다. 의료기관 수도권 집중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지역 풀뿌리 힘이 필요하다. 어차피 함께 할 운동이라면, 선의의 시각에서 '건강보험 하나로'를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셋째, 가입자가 먼저 보험료를 올리면 기업과 정부가 자신의 책임 몫을 이행할까라는 의문이 있다. 현행 건강보험 수입구조는 보험료, 사용자 몫, 정부지원금이 일정 비율로 연동되어 있다(직장가입자 경우: 가입자 5, 사용자 5, 정부 2). 따라서 가입자의 보험료만 오르는 경우는 없다. 보험료 인상은 정부, 기업의 책임 몫을 동시에 확정한다.

정녕 정부와 기업이 자신의 추가 책임을 피하고 싶다면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을 저지시켜야 한다. 따라서 보험료 인상 자체를 둘러싸고 사회적 전선이 형성될 것이다.

의료비가 늘어나는 구조적 증가분 인정해야

▲ 간병인의 도움을 받고 있는 환자들. 인구 고령화와 만성질환자 증가는 의료비 상승을 낳는 구조적 이유다. ⓒ프레시안(여정민)
넷째, 비판자들은 2000년대 이후 보험료는 계속 올랐으나 건강보험 보장성은 60퍼센트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지금까지 보험료를 인상해도 보장성이 제자리에 있는 것처럼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는 비판이다.

왜 보험료가 올라도 보장성은 그대로일까? 한국의 진료비 낭비가 구조화되어 있어 진료비마다 거품이 들어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보험료 인상분이 모두 거품으로 흘러갔을까? 일부는 그랬다.

하지만 한국의 의료수요 구조의 변화도 직시해야 한다. 물가인상분 만큼의 경상 증가가 존재하고, 아직까진 인구도 조금씩 늘고 있다. 더 결정적인 것은 우리사회 인구 고령화가 가파르고, 만성질환자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의료비를 늘리는 구조적 증가 요인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것은 갈수록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지금까지 보험료 결정과정을 보면, 대체로 다음해 의료비 지출 증가분을 따라잡는 수준에서 보험료 인상분이 정해졌다. 그래서 보장성은 제자리 걸음만 했다. 묻고 싶다. 비판자들 지적처럼, 보험료 인상이 그렇게 허망한 것이라면, 혹 보험료를 동결했으면 전체 진료비도 스스로 제자리에 머물렀을까?

아니다. 보험료를 인하하든, 동결하든, 인상하든 진료량은 비슷하게 증가했을 것이다. 이것이 민간소유 의료체제, 행위별 수가제도의 힘이다. 만약 보험료를 올리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는 더 낮은 보장성과 더 커진 본인부담금 몫을 감수하고 있을 것이다.

나도 비판자들만큼 진료비 낭비구조가 원망스럽다. 하지만 객관적 논의를 위해선 보험료 인상의 효과와 한계를 균형있게 보아야 한다. 지금 서민들이 직면한 병원비 고통을 생각하면, 그래서 해법을 만들려고 발버둥이라고 쳐 보려면, 현실을 그대로 보자. 우리 보험료가 그리 허망한 것은 결코 아니다.

지금까지 해소되기 바라는 논점들을 살펴보았다. 비판자들이 얼마나 수긍할 지는 모르겠다. 다음 글에서 '건강보험 하나로'와 비판자들 사이에 입장의 차이가 존재하는 실질적 논점들을 따져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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