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어느 날 이제 먹고 살기 힘들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광고까지 실었던 <프레시안>이 '프레시앙' 하자고 떠드는 것도 결국 돈 문제 아니겠습니까?
술에 장사 없듯이 돈에 장사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을 저 역시 뼛속 깊이 알고 있습니다. 돈이란 게 결국 자신의 사상, 가치만이 아니라 영혼도 팔아먹게 한다는 것은 가르쳐주지 않아도 그저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 삶으로써 체득하게 되는 것이기도 하지요. 이른바 '통박'으로 안다 이겁니다.
시민단체를 하는 저 역시 어느 날, 그간 해왔던 모든 것을 접고 이 판을 떠난다면 아마 그 이유는 '먹고 살기 힘들어서'가 1순위일 겁니다. 어찌 생각하면 미친 척하고 1년이고 10년이고 할 수야 있겠지요. 그러나 조만간 저도 나이가 50이 될 텐데 그 이후에 병든 몸으로 돈 한 푼 없이 노년을 어떻게 살아가나 하는 생각을 하면 답답할 뿐입니다.
그래서 그걸 이기다 못해 더 이상 힘에 부치면 다 맛이 가지 않습니까? 저처럼 시민운동하던 사람도 맛이 가고, 조국을 위한답시고 정치에 뛰어든 386, 486, 펜티엄들, 다 맛이 갔습니다. 그 중에서 예전부터 언론판은 정치판과 함께 나란히 맛이 간 대표적인 분야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돈이 있든 없든 맛이 갈 놈은 상황이 어떻든 맛이 간다는 것을 말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사람과 조직은 미리 살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살려야 할 많지 않은 언론 중의 하나가 바로 <프레시안>입니다.
<프레시안>은 그간 원고를 써 줘봐야 내게 돈 한 푼 안 준 언론입니다. 아니 애초에 받을 생각도 없이 원고를 써 준 곳이지요. 그래서 다른 곳에 글을 써 줄 때는 저도 원고료 계산을 합니다만 이놈의 <프레시안>은 애초부터 원고료 포기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프레시앙 운운 하면서 아예 돈까지 후원을 하랍니다. '벼룩의 간을 빼먹지' 나보고 후원을 하랍니다. 월급 120만 원에 고등학생 아이까지 둔 나를 꼬시는 겁니다. 그러나 저는 그 꼬임에 스스로 넘어가고자 합니다.
이 <프레시안>이 돈이 없어 죽어봐야 우리에게 득 될 게 하나 없을 거라는 아주 단순한 생각에서입니다. 이런 곳이 단지 '돈이 없어서' 자기 영혼을 판다면 결국 그건 나와 우리에게 무조건 손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간 <프레시안>의 기사와 행동을 보면 <프레시안>은 다른 곳보다 비교적 싹수가 있는 곳입니다. 이 싹수를 당분간 키우기로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하겠습니다. 소수의 힘으로 설 수 있는 독자적 힘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모두의 힘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래서 그것이 존재의 토대가 돼야, 오직 그것만이 자본에 의해 '맛'이 가지 않을 유일한 길입니다.
사실, 바로 이게 바로 이 벼룩이 간의 일부를 <프레시안>에 내주는 진짜 이유입니다.
☞ '프레시앙'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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