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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새우가 역사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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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새우가 역사를 바꾼다"

['프레시앙'이 되며] 한학수 PD

저는 2년전 이맘때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때 너무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황우석 사태 당시 YTN을 비롯해 이 나라의 거의 모든 언론사들이 벌떼같이 들고 일어나, 문화방송(MBC)과 'PD수첩'에 십자포화를 퍼부었습니다. 'PD수첩'은 잠정 폐지되었고, MBC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몰렸습니다.
  
  'PD수첩'에 대한 국민의 증오감은 극에 달해서, 그야말로 "진실이고 뭐고 필요 없다. 부디 PD수첩은 그 입 닥쳐라"고 몰아쳤습니다. MBC의 광고 매출은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짙은 암운이 깃들었습니다. 진실은 영원히, 어쩌면 한동안 기약 없이 묻힐 뻔 했습니다. 전쟁은 누가 보더라도 확연하게 승패가 갈렸고, 거기서 끝나는가 싶었습니다.
  
  그 때 한국의 양심적인 과학자들이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어나니머스'라는 아이디의 감자 농삿꾼이 황우석 박사 논문의 사진 조작을 드러냈고, '아릉'이라는 젊은 과학자가 유전자 지문 분석 결과 조작 의혹을 정면으로 제기했습니다. 과학자의 언로였던 '브릭'과 '과학갤러리'가 들끓었고, 뜻있는 사람은 모종의 행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움직임을 주류 언론에서는 선뜻 보도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광풍에 휩쓸린 국민이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프레시안>은 달랐습니다. 논문의 사진 조작을 기민하게 기사로 내보내고, 이어서 유전자 지문 조작 의혹도 처음으로 알렸습니다. 다른 언론사들이 김선종 연구원의 'PD수첩' 녹취록을 이미 확보하고도 보도하지 않을 때, <프레시안>은 그것을 국민 앞에 공개했습니다.
  
  지금이야 담담하게 얘기할 수 있지만, 그때는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었을 것입니다. 그때 그 형국을 한 네티즌은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고래 싸움이 끝난 뒤에, 작은 새우 하나가 칼을 들고 나섰다."
  
  이 작은 새우는 수면 아래의 모든 중요한 사실을 여론으로 만들어냈고, 주류 언론이 결국에는 따라오지 않을 수 없도록 이끌었습니다. 눈부신 활약이었습니다. MBC는 그 열흘 동안 새롭게 원기를 모아, '특집, PD수첩은 왜 재검증을 요구했는가'를 방송할 수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당시 <프레시안>의 보도에는 담당 기자가 '진실을 전할 수 있도록' 버텨준 <프레시안>의 기자 정신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그 <프레시안>이 힘들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 마음이 아픕니다.
  
  저는 이 작은 새우가 '품격 있게 생존'하기를 바랍니다. 자본과 권력에 굴하지 않으면서 시장에서 살아남기를 바랍니다. 저는 <시사IN>과 <프레시안>과 같은 '독립 언론'의 기자들이 당당하게 이 사회에서 대접받기를 바랍니다.
  
  작지만 소중한 정성을 담아 '프레시앙'이 되었습니다. 그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입니다.
  
  작은 새우는 그동안 역사를 바꿔왔고, 앞으로도 바꿔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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