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국회에서 파격적인 특혜를 보장하는 특별법이 제정될 전망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1일 '새만금 개발 특별법'과 '연안권 개발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이 상태대로라면 23일 본회의에서 큰 문제 없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아직 법이 제정되지 않았는데, 벌써 몇몇 정치인은 해당 지역을 상대로 "자기 공"이라며 사실상 '매표' 행위를 하고 있다. 같은 정부 부처인 환경부가 나서서 맹비난할 정도로 문제가 많은 법안이지만 대다수 언론은 외면하거나, 긍정적인 면만 부각하고 있다. 지금 국회 앞에서는 며칠째 이 특별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시민ㆍ사회단체 활동가와 민주노동당 당직자들이 1인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프레시안>은 이 특별법의 문제점을 짚은 기고, 기사에 이어 직접 1인 시위를 해온 이화숙 씨의 기고를 싣는다. <편집자> ☞ 관련 기사 : "새만금 갖고 장난 치니까 재미 좋니?" "선거철, 여야 합심으로 '개발법' 밀어붙이기" "참다못한 환경부, '묻지 마' 개발법 '안 돼'" |
이번 주에 아주 슬픈 소식을 접했다. 그건 바로 새만금 특별법, 연안권 특별법 등 막개발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23일 본회의 표결만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이제 지난 20년간 전라북도의 '민심'을 핑계로 밀어붙여온 희대의 '대국민 사기극'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새만금 특별법도 모자라서, 수십 년간의 개발 과정에서 그나마 훼손을 면했던 서ㆍ남ㆍ동해안의 자연공원까지 개발 대상으로 삼는 연안권 특별법까지 제정될 예정이다. 법이 얼마나 무지막지했던지 환경부까지 나서서 이 법에 맞설 것이라는 의지를 보였을까?
시린 가슴을 더 얼어붙게 만든 것은 개발법 통과를 위해 열심히 뛰던 지역 정치인이 여의도까지 올라와서 국회의원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통합민주신당에서도 대대적 환영 논평을 내놓았다. 바로 뒤를 이어, 이 무시무시한 개발법의 법사위 통과를 축하하는 기사도 쏟아졌다.
국민은 알고 있다. 이 법은 대선, 총선을 앞둔 '매표' 행위라는 것을. 이 법이 통과된다면 정치인, 공무원, 토건업 관계자 등 이른바 '건설족'이라 불리는 개발동맹이 종합선물세트를 받게 되는 반면, 대다수 국민은 더 많은 세금을 내고 더 파괴된 국토에서 살게 된다는 것을. 그러나 일 안 하기로 소문난 한국 국회의원은 아무런 저항 없이 이 법을 제정할 전망이다.
뭔가 잘못 돼 가는 걸 알면서도 침묵하는 사이 건설족과 그들에 유착된 정치인은 아무런 제동 없이 광기에 가까운 수준의 개발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다. 나는 주위 사람과 함께 이런 광기 넘치는 국회 앞에서 '막개발 특별법' 반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얼마만큼의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이런 외마디 비명이라도 외쳐야겠기에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 서 있다.
특별법은 말 그대로 '특별'한 법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특별'한 조치를 가능하게 해주는 법이 바로 특별법이다. 국회의원이 세상을 읽어내는 밝은 눈이 있다면 지금은 막개발 특별법 따위에 찬성표를 던질 때가 아니다. 정작 특별법이 필요한 곳은 지구 온난화와 같은 심각한 환경 재앙이다.
국립공원, 그린벨트는 지난 수십 년간 막개발 와주에도 살아남은 자연과 인간의 최소한의 공생 지역이다. 전 세계는 갈수록 이런 공생 지역을 더 늦기 전에 유지, 확대하려고 방향 전환 중이다. 바로 이런 공생 지역이 없을 때의 치명적 결과가 눈앞에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의 국회의원은 아예 이런 공생 지역을 없애겠단다.
자, 이미 그 수준을 바닥에 드러낸 국회의원들 보고 국민을 위해 마지막까지 열심히 일해 달라는 소리는 안 하겠다. 대신 최소한 현상 유지라도 될 수 있게끔 제발 '가만히' 있어라. 그리고, 마지막 양심이 있다면 23일 본회의 때 이 막개발 특별법에 과감히 반대표를 던져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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