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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슈

[한윤수의 '오랑캐꽃']<274>

충청도 사람은 직접 말하지 않고, 돌려 말하는 수가 많다.
"면사무소 이리 갑니까?"
물으면
"글루 가면 돌 틴디!"
하는 식이다.
이때는 화내지 말고(화내면 저만 손해니까),
좋은 말로
"그럼 어디로 가야 합니까?"
하고 물으면 그제서야
"절루 가슈."
한다.

나도 충청도 사람이지만
답답해 미친다.

충청도에서 일하는 캄보디아 여성이 사기를 당했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캄보디아 남성한테!
그녀의 오빠를 입국시켜준다고 속여서 5백을 받아먹고 튄 것.

그녀에게 물었다.
"경찰서에 가봤어요?"
"예. 사장님하고 같이 가서 고소했어요."

충청도 00경찰서.
담당 형사에게 전화했더니 귀찮아 죽겠다는 투로
"정식으로 고소장이 접수된 건 아니구, 그냥 상담만 해줬시우. 피의자 주소가 서울이쟌유. 그럼 서울 경찰서에 신고하는 게 훨씬 낫을 틴디."
한다.
화내면 나만 손해라,
좋은 말로
"못해도 좋으니께 *거기서 해줘유."
하니까 그제서야
"그러슈."
한다.

한편 그녀가 근무하는 충청도의 공장.
사장에게 전화했더니 공장장에게 미루고, 공장장은 심드렁하게
"고소해보나 마나유. 도와주고 싶은 맘은 알겄으나 어차피 안 되유. 출석요구서나 보내구 만다니께유."
한다.
화내면 나만 손해라,
좋은 말로
"고소장 보내면 경찰도 달라져유. 되든 말든 상관 말구, 고소장 써보낼 티니께 즉시 경찰서에다 내줘유."
하니까 그제서야
"보내슈."
한다.

고소장 내달라고 부탁하는 데만 이틀 걸렸다.

내 장담하지만,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

*거기서 해줘유 : 내가 현지 경찰서에 빨리 접수해달라고 조른 것은, 피의자(캄보디아 남자)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될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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