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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만 고공비행?…'달러' 빼고 다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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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만 고공비행?…'달러' 빼고 다 오른다

[현재진행형 서브프라임 쇼크③] 세계경제는 '지뢰밭' 경제

연재 ①편: 증시 진정 국면?…다음 쇼크가 대기 중!
연재 ②편: 미국경제 낙관론…'뭐가 뭔지 몰라서 안심'?

세계의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화 가치의 하락, 유가 및 원자재 가격의 고공비행, 중국의 인플레이션 위협과 이머징 마켓의 자산 버블 우려,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움직임…. 세계경제를 괴롭히고 있는 이런 수많은 '지뢰'들 때문에 지금 세계경제는 '지뢰밭'이라고 불린다.

물론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은 이런 지뢰밭을 만들어낸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다. 하지만 칡넝쿨처럼 한데 얽히고설킨 이 같은 문제들을 심화시키고, 나아가 이들 문제를 동시다발적으로 폭발시킬 잠재력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 서브프라임 쇼크의 위협은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다.

4차, 5차 서브프라임 모기지 쇼크가 재발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대응한 세계 유동자본의 움직임이 더욱 가빠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지난 19일 발발한 3차 서브프라임 쇼크는 일단 지나갔지만, 이 쇼크의 원인이었던 미 주택시장의 거품 붕괴, 모기지 부실로 인한 신용 경색, 소비 및 투자의 감소 등이 꼬리에 꼬리를 이으며 '현재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미 재무부는 지난 3분기 빈 집으로 남아 있는 주택이 207만 채에 달했다고 발표했으며, 앞으로도 빈 집의 수는 대폭 증가할 전망이다. 29일 메릴린치는 모기지 부실의 책임을 물어 '월가의 전설' 스탠리 오닐을 사퇴시켰다. 27일 발표된 10월 소비심리평가지수(미시간대)는 지난해 5월 이후 최저치인 80.9를 기록했다.

저물어가는 '달러 왕국'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는 세계경제에 어떤 여파를 미치고 있을까? 하나의 경제현상은 '실물경제, 금융, 그리고 환율'이라는 최소 3개의 전파 경로를 통해 국민경제와 세계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 경로를 추적하기란 꼬일 대로 꼬인 실 뭉치를 푸는 것만큼 어렵다. 여기서는 눈에 띄는 큰 '지뢰'들을 대상으로 주요 경로만 추적해 보기로 한다.

무엇보다도 서브프라임 쇼크는 지난 2002년부터 계속돼온 달러 가치의 하락을 가속화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유로(Euro), 캐나다 달러, 호주 달러 등 6개 주요 통화 바스켓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34년 만에 최저치를 갱신했다.

물론 달러 가치가 하락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미국의 악명 높은 '쌍둥이 적자'(경상수지와 재정수지의 동시적자)와 '글로벌 불균형'(미국의 쌍둥이 적자를 아시아 국가들이 대미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로 보전하는 것)과 같은 보다 구조적인 문제에 있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쇼크에 대응해 전 세계 투자자들이 달러와 달러 표시 자산을 떠나면서 이 같은 약(弱)달러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지난 16일 미 재무부는 2차 서브프라임 모기지 쇼크가 발발했던 지난 8월 한 달 동안에만 미국에서 1630억 달러(약 150조 원)의 자본이 탈출했다고 밝혔다. 특히, 채권이나 어음 등 장기 유가증권이 693억 달러나 순매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1990년 이후 최대 규모의 '자본 엑서더스'이다.

만일 시장의 예상대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오는 30~31일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현재 4.5%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만큼 인하하면 달러의 가치는 한층 더 낮아질 전망이다.

행여 연준이 자본 탈출과 인플레이션 압력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거나 현행 수준에서 유지할 경우, 이번에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심화돼 달러화 가치가 떨어질 것이다. 연준이 어떤 방향의 금리정책을 취해도 달러화 가치의 하락을 막기 어려운 진퇴양난의 상황인 것이다.

유가 100달러, 금값 1000달러 시대

이처럼 달러화 약세와 이를 심화시키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은 미국경제의 앞날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을 키우며, 국제 유동자금의 달러 및 달러자산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자금이 달러 왕국을 탈출한 후 몰려가는 곳은 다름 아닌 원유 및 원자재 시장이다.
▲ 고유가 시대의 이미지는 전쟁의 이미지이다. ⓒ연합뉴스

유가가 폭등하고 있다. 국제 유가는 지난 19일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기준 사상 최초로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선 후 연일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유가 100달러 시대'는 시간문제라는 것이 중론이다. 유가 상승은 중국의 수요 증가 등 수요 측면과 중동의 정세 불안 등 공급 측면이 맞물린 것이긴 하지만, 서브프라임 쇼크는 이같은 기름값 상승 추세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하고 있다.

유가뿐만이 아니다. 국제 곡물가격도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밀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올랐고, 옥수수와 콩 가격도 최근 큰 폭으로 상승했다. 원유시장과 마찬가지로 곡물시장에도 투기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세계의 기상이변으로 곡물 작황이 좋지 않고, 바이오연료 개발의 본격화로 곡물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다른 원인도 있다.

금값도 말 그대로 '금값'이다. 올해 초 온스당 637달러로 출발했던 금값은 최근 790달러대에서 형성되고 있다. 1980년 이래 최고치이다. 금 역시 달러의 대체재로 평가받고 있어, 달러 약세가 계속되는 한 금값의 상승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금값이 2년 내에 10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유가와 원자재가의 상승은 최대의 '석유 및 원자재 소비국'인 중국과 미국의 물가상승 압력을 가중시키며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전조를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물가상승이 미국의 물가상승으로, 미국의 물가상승이 달러 가치의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중국발 위기설까지…

이처럼 달러 가격은 하락하는 반면, 다른 주요국의 화폐 가격과 국제 시장에서의 유가, 원자재 가격은 상승하고 있다. 그런데 가격이 오르는 것이 또 있다. 전 세계 증시의 주가도 서브프라임 쇼크 때를 제외하고는 연일 상승세다. 특히, 최근 중국 증시는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다.

중국 증시는 수치상으로 분명 '과열'이다. 1년 전 불과 1700선에 머물렀던 상하이 종합지수는 지난 15일 지수 6000을 돌파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올해에만 5차례 금리 인상, 8차례 지급준비율 상향, 주식거래세 인상 등을 단행하며 이런 과열을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물론 중국 증시의 성장은 중국경제의 건전한 펀더멘털,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 베이징 올림픽 개최로 인한 내수성장 기대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여기에도 미국 서브프라임 쇼크가 한몫 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세계의 유동자금이 서브프라임 쇼크로 발발할지도 모르는 금융위기의 전염 가능성도 낮은 신흥시장으로 쏠리고 있는 것이다. 인도 등 다른 이머징 마켓도 사정은 비슷하다.

그러나 금융 부문의 안전성을 기대하고 이들 시장으로 쏠린 유동자금은 결과적으로 이들 시장에 과잉 유동성과 자산 거품을 형성해 불안전성을 키우고 있다. 찰스 달랄라 IMF 총재는 최근 "신흥시장은 현재 안전한 도피처가 되고 있는 동시에 자산거품이 형성되고 있는 위험성도 안고 있다"고 경고했다.

심지어 이제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발(發) 위기가 아니라 중국경제의 과열이 더 문제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당장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국가들의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게다가 인플레이션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부실을 심화시킬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9일 '중국 인플레이션의 원인과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중국의 물가상승으로 인한) 미국의 인플레이션 심화는 금리 추가인하 여지를 제약해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재부각'

이 밖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은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의 청산 문제마저 새롭게 환기시키고 있다. 엔 캐리 트레이드란 낮은 이자에 일본 엔화를 빌려 미국 달러로 바꾼 후 이를 전 세계의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미 서브프라임 쇼크와는 상관없이 지난해 3월 일본이 공식적으로 긴축정책 종료를 선언한 후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상황이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시작하면 당장 달러 가치가 (급속히 치솟았다가) 급락하고, 전 세계 금융시장이 자금 철수로 인한 혼란에 빠져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브프라임 쇼크로 인해 미국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나아가 이 불안정성이 각종 모기지 관련 파생상품을 통해 전 세계 금융 시장으로 퍼져나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들 시장에 투자했던 엔 캐리 트레이드 이용자들이 '당장' 이를 청산해야 할 추가적인 유인을 안게 됐다.

지금 전 세계 시장에 얼마만큼의 엔 캐리 트레이드가 있는지 측정조차 제대로 안 되고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될 때 전 세계 금융시장에 얼마만큼의 혼란이 야기될지도 가늠조차 되지 않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세계의 증시와 부동산 시장을 떠돌고 있는 '과잉 유동성'도 문제지만, 거품이 빠지면서 발생할 이 과잉 '유동성의 급격한 축소' 역시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브프라임이 악의 근원은 아니지만

물론,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맞춰 세계경제의 모든 면을 해석하고 대응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옳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브프라임 쇼크'라는 현미경을 통해 세계경제를 '힐끗'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지금 세계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상호 간에 긴밀하게 연결된 위험을 껴안고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금세 알 수 있다. 세계화, 특히 금융세계화 시대, 세계경제의 자화상이다.

그렇다면 세계경제에 가장 깊숙이 '플러그 인'된 한국경제의 사정은 어떨까?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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