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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쇼크', '수도권 친이계'가 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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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쇼크', '수도권 친이계'가 일냈다

'레임덕' 문 앞에 선 MB, 마지막 비상구는?

국무총리 후보자와 2명의 장관 후보자들이 29일 낙마했다. 8.8 개각으로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10명 중 세 명이 한꺼번에 날아갔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의 자진사퇴로 개각의 꽃이 꺾였고,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 등 추가 낙마자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을 돈 지 나흘만의 일로, 집권 후반기의 험로를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야당이 지명철회를 요구한 4명 중 3명이 자진사퇴했으나, 이들이 사퇴한 배경에는 여권의 심상치 않은 반란 기류가 결정타로 작용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 지도부는 김 후보자만은 끌고 가고자 했다. 하지만 청문회에서 김 후보자는 각종 의혹을 얼버무리는가 하면 박연차 회장과의 인연에 대한 거짓말을 수차례 거듭하며 제 무덤을 팠다. 급기야 지난 27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선 김 후보자를 "걸레 같은 행주"로 비유하는 한 초선의원의 말까지 나왔다. 일부 여론조사에선 김 후보자의 총리직 수행이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과반이었고, 김 후보자의 연고지인 영남에서도 기류는 마찬가지였다. 5차례의 위장전입과 부동산투기 의혹을 받은 신재민 후보자, '쪽방 투기'를 시인한 이재훈 후보자에 대한 여론의 눈총도 따가웠다.

결국 '39년만의 40대 총리'라는 각광을 받으며 중앙정치 무대에 발을 디딘 김 후보자는 불과 21일 만에 국회 인사청문제도 도입 후 세 번째로 낙마한 총리 후보라는 치명상을 입고 물러났다. 아울러 세대교체, 젊은층과의 소통, 친서민 등 이명박 정부의 집권후반기 청사진도 빛이 바랬다.

대통령의 레임덕은 여당과 청와대의 지향이 어긋나면서 표면화된다. 청와대가 발탁한 김태호 카드는 정치적 관리 목적이 강했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김두관 경남지사에게 일격을 맞은 뒤 텃밭 복원, 박근혜 대항마 부각, 김문수 등 친이계 주자들과의 경쟁구도 구축 등 다목적 포석이 깔려있었다.

그러나 정권재창출이 지상과제인 한나라당은 '의혹덩어리', '거짓말쟁이' 김태호를 용납키 어려웠다. 특히 한나라당의 선상반란을 주도한 이들이 친이계라는 점, 그중에서도 홍준표, 심재철, 정태근 등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 김태호 불가론을 이끈 점이 포인트다. 청와대가 버틸 경우, 30~31일로 예정된 한나라당 의원 워크숍은 항명의 진앙이 될 분위기였다. 김 후보자 등 3명이 워크숍을 하루 앞두고 전격적으로 사퇴를 발표한 것은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의미이다.

청와대와 긴밀한 조율 끝에 사퇴가 결정된 흔적도 엿보인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후보자들의 사퇴의사 발표는 국민의 뜻에 따른 것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의 수렴'과 '레임덕' 사이에서 고심한 끝에 내린 결정으로 해석될만한 발언이다.

이 대통령은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공정한 사회 원칙이 공직사회는 물론이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 뿌리내리도록 힘 쏟겠다"고 했으나 집권 후반기의 화두로 내세운 '공정한 사회'의 영이 설지는 불투명하다. 8.8 개각 이후 "고르고 고른 분들"이라며 후보자들의 도덕성과 자질을 자랑했던 게 청와대다. 게다가 야당은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의 추가 사퇴와 이 대통령의 대국민사과를 요구하며 공세의 고삐를 다잡고 있다.

총리 후보자의 낙마로 상당 시일의 국정공백은 불가피해졌으나 수습의 책임도 이명박 대통령의 몫으로 돌아간 셈이다. 청와대는 도덕성을 제1원칙으로 후임자 인선에 착수할 계획이지만, 조각 때부터 '강부자·고소영' 논란으로 시작해 내각 개편 때마다 비슷한 논란을 빚으며 이번 '김신조 파동'에 이른 현 정부의 인사정책이 갑자기 바뀔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2012년 총선에 사활을 걸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집권 전반기처럼 청와대의 밀어붙이기에 동력을 보탤 가능성도 희박해 보인다.

6.2 지방선거를 통해 전국적인 민심 이반을 확인했고 회심의 반전 카드로 꺼낸 8.8 개각마저 여론과 여당의 비토로 만신창이가 된 지금, 이명박 정부가 빠른 시일 안에 마지막 비상구를 찾지 못할 경우 레임덕은 현실이 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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