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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末 '죽음의 호수' 시화호에서는 이런 일이…

수자원공사 "친환경 개발" vs 시민단체 "무기한 농성"

경기도 시화호를 '죽음의 호수'로 만든 난개발이 시작된 지 20년 만에 시도되는 시화호 일대 개발이 또다시 난개발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주도하는 이 개발을 막기 위해 환경단체는 개발 예정지에 천막을 치고 24일 나흘째 농성을 계속했다. 이곳에서는 8월 중순에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기공식이 열릴 예정이다.

안산환경운동연합, 안산YWCA 등이 중심이 된 '시화MTV개발반대안산시민대책위원회'는 21일부터 시화호 북 측 간석지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8월에 열릴 기공식에 앞서 수자원공사가 기공식 터를 닦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죽음의 호수'가 알려진 지 10년, 시화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그것도 정권 말기에 말이다.
▲ 10년간 방치된 시화호 인근에는 습지가 조성돼 온갖 포유류, 조류가 사는 '낙원'으로 변했다. 이곳에 한국수자원공사는 첨단 산업 단지를 개발할 계획이다. ⓒ안산환경운동연합

대부도 깎아 시화호 매립해 '첨단 산업 단지'?


이번에 논란이 된 곳은 행정 구역상으로 시흥시에 해당되는 시화호 북 측 간석지이다. 수자원공사는 이곳 924만㎡(약 280만 평)을 개발해 이른바 '멀티테크노벨리(MTV)'를 조성할 예정이다. 924만㎡ 중에서 방조제를 막아 육지가 된 간석지 330만㎡(약 100만 평) 외에 나머지 땅은 추가 매립을 통해 얻는다. 매립에 필요한 흙은 대부도의 산을 깎아 얻을 계획이다.

애초 이 사업은 해마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시화호의 수질 개선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1996년 계획됐다. 환경오염 물질을 최소한으로 배출하는 첨단 산업 단지를 이곳에 유치해 4500억 원에 달하는 환경 개선 기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계획은 곳곳이 허점투성이라는 게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우선 첨단 산업 단지가 가능한지조차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지난 10년간 수도권 곳곳에서 첨단 산업 단지가 선 마당에 새삼 시화호 북 측에 마련되는 부지에 첨단 산업 단지가 들어설 리 만무하다는 것. 현재 수도권은 인천, 기흥, 파주, 평택, 화성 등에 크고 작은 첨단 산업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부지의 10%에 해당하는 92만㎡를 상업용지로 개발하겠다는 계획도 도마에 올랐다. 기존 시화호 인근의 상가도 7텅텅 비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첨단 산업 단지의 상가까지 더해진다면 시화호 인근의 상권에 큰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 지역 사회를 살리기는커녕 죽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 '개선'한다면서 환경 '파괴'?

더 큰 문제도 있다. 첨단 산업 단지를 개발해서 설사 환경 개선 기금 4500억 원을 마련했다손 치더라도 그것으로 오염을 정화할 수 있을지도 의문시되는 상황이다. 이 개발의 타당성을 검토했던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의 보고서를 보면 "수자원공사가 대기오염 정화에 투입하는 3551억 원 중에서 750억 원 정도만 직접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환경단체는 또 다른 환경 파괴의 위험을 강하게 경고하고 있다. 이 첨단 산업 단지는 시화호 옆에 위치하기 때문에 비가 오면 갖가지 오염 물질이 바로 시화호의 수질에 영향을 주게 된다. 안산환경운동연합은 "일단 개발이 시작되면 수질 오염이 2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이런 대기오염, 수질오염 우려는 과장이 아니다.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의 보고서는 280만 평을 개발할 경우 이산화황(SO₂)의 배출량은 100만 평을 개발했을 때와 비교했을 때 3배 가까이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칫하면 환경을 개선하고자 시작한 개발이 더 큰 환경오염을 초래할 가능성을 경고한 것이다.

지난 13일에는 개발 예정지에서 '멸종위기2급보호종'으로 지정된 맹꽁이 서식지가 발견돼 큰 주목을 받았다. 시화호 주변 일대는 고라니, 너구리 등의 포유류와 고니, 도요새, 저어새 등 철새의 '낙원'으로 변했다. 시화호의 심각한 오염이 확인된 때부터 10년 가까이 방치된 결과다. 환경단체는 이 낙원이 이번 개발로 파괴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 시화호 습지 곳곳에는 이런 웅덩이가 있다. 이곳은 이번에 발견된 맹꽁이를 비롯한 온갖 동식물이 어울려 사는 생태계의 보고다. ⓒ안산환경운동연합

"친환경 개발 사업" vs "반환경 개발 사업"

시민단체도 시화호 인근을 지금처럼 방치하자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시화호를 잘 보전해 수질오염, 대기오염을 계속 정화한다면 이 일대를 수도권의 유일한 해양 관광 단지로 개발할 수 있다"며 "인천국제공항도 가깝기 때문에 입지 조건도 좋은 편"이라고 주장한다.

수자원공사 측은 이런 시민단체의 주장을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반박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24일 "막대한 예산을 들여 대기오염을 정화하고 있기 때문에 대기 질이 확실히 개선될 것"이라며 "하수는 물론 비가 올 때 발생하는 초기 오수까지 정화해서 외해로 내보내기 때문에 시화호에 추가적인 수질오염 부담은 전혀 주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첨단 산업 단지 터의 땅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며 "이곳에 수요가 있다는 방증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첨단 산업 단지 내에 개발되는 상업 단지는 기존 상업 단지와 차별화하려고 연구를 계속 중"이라며 "일단 들어서면 시화호 일대의 경제가 더 활기를 띄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자원공사는 21일부터 계속되고 있는 시민단체의 천막 농성도 맹꽁이 서식지를 빌미로 시민단체가 또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안산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대규모 맹꽁이 서식지가 발견된 것은 수자원공사가 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를 비롯한 여러 가지 절차를 무시한 방증"이라며 "농성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자원공사가 웬 부동산 개발?

이번에 논란이 된 첨단 산업 단지 개발은 명백한 부동산 개발이다. 그러나 수자원공사는 "수자원을 종합적으로 개발·관리해 생활용수 등의 공급을 원활하게 하고 수질을 개선"하는 것을 자신의 존재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수자원공사가 내세우는 존재 이유와 부동산 개발은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은 수자원공사가 자신의 존재 이유와는 맞지 않는 부동산 개발을 확대해 온 탓이다. 2006년 사업 현황을 살펴보면, 전체 예산의 24.6%가 부동산 개발이라고 할 수 있는 단지 개발 사업에 할당됐다. 수자원공사의 이름에 걸맞는 수자원 개발 사업은 불과 13.1%에 그친다.

이렇게 수자원 공사가 부동산 개발에 나서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사회학)는 "댐 건설·운영 사업이 포화 상태가 되면서 수자원공사가 자신의 존재 이유를 부동산 개발에서 찾고 있다"며 "애초 설립 목적과는 다른 부동산 개발에 훨씬 더 주력하고 있는 수자원공사가 과연 존재할 필요가 있는지 묻게 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홍성태 교수는 "들여다볼수록 타당성이 의심되는 시화호 개발 사업을 수자원공사가 무작정 추진하는 것이야말로 수자원공사의 '정체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는 단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이번 대선에서 수자원공사를 전면적으로 폐지·개혁하는 것과 같은 이른바 '개발 공사'를 어떻게 개혁할지가 쟁점이 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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